내 마음 상태가 걱정되시나요?
어찌하여 사람들은 깨닫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서
스스로 고통에 빠져 고통스러워하는 걸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내면의 감정을 그림을 통해 이해하고 ‘알아차림’하는 것을 미술 심리치료라고 한다. 미술 심리치료는 성인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큰 효과가 있다. 이번 명상수업을 하는 동안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을 함께 하였고 그중 미술 명상도 포함됐다.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호흡명상을 한 후 하얀 종이와 연필로 집과 나무와 사람을 그리게 한다. 어떤 이는 그림을 못 그린다며 안절부절하거나 우물쭈물한다. “괜찮다, 못 그려도 괜찮다”를 반복한다. 그림을 그린 후 “이 집의 분위기는 어떠합니까?” “이 나무는 숲속에 있나요?” “이 사람은 행복합니까?” 하며 그린 그림을 함께 보고 말을 나눈다. 이야기는 깊어진다. 감정이 깊어져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집, 나무, 사람 중 가장 어려운 건 사람이다. 사람간의 관계 자체가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다시 나를 만나는 기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행복하기보다는 괴롭다면, 그 또한 배우고 깨닫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고통스러운 순간을 포착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나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기에 말이다.
6주간 수업에 참여하신 분들의 소감과 그동안의 변화에 대해 마음 나누기를 하였다. 같이 공부하신 분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진지하게 수용하고 효과도 보여서 매우 감사했다. 여든이 넘으신 분은 명상하면서 돌아가신 남편분 생각도 덜 나고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고 하였다. 무엇보다도 병원에서의 변화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스스로 놀랐다고 하셨다. 명상 전에는 진료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이곳저곳 아프고 불안했는데 명상하고 난 후로는 기다리면서 호흡명상을 하니까 아픈 게 슬그머니 사라졌다고 한다. 집에서도 계속 명상을 하는데, 이게 진짜인가? 이런 일이 가능한가? 이렇게 스스로 물어볼 정도로 변화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전에 수면제를 먹어도 두세 시간밖에 잠을 못 잘 정도로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했다. 명상하고 난 후로는 불안감에 여전히 약을 먹긴 하지만, 아침까지 푹 잔다고 했다. ‘명상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끼며, 자신의 마음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보는 마음도 많이 달라졌다고 표현하였다.
행복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을 원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보통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을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성취할 수 있는 어떤 상태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만 가진다면 행복해질 텐데’ 하며 자신이 행복해질 조건을 이것저것 정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애쓴다. “명상하면 행복해지나요?”라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그럼요! 명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거죠!” 더 좋은 소식은 반짝 일시적으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명상을 꾸준히 하면 행복이 뇌에 새겨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더, 명상이 습관이 되면 명상적으로 살게 된다. 행복을 선택하고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결국 나 자신이다.
붓다는 “참으로 이상한 일”을 말씀하셨다.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는 순간 붓다는 크게 외쳤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로다! 어찌하여 사람들은 본래 깨닫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자유로워질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여전히 고통의 바다에 빠져 괴로워하는 것일까?” 붓다는 자기 안에 있는 것을 밤낮으로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일들이 당연한 일이 되어버리면 안 될 것 같다. 자유로워질 능력, 알아차림을 수시로 할 뿐이다. 어려울 때 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존재는 나이기에….
희상 스님 meine2009@hanmail.net
[1752호 / 2024년 1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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