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나는 무엇인가?

장백산-1 2024. 11. 8. 23:37

읽다 보면 화두 의심이 생기는 질문

 21. 나는 무엇인가?

‘내 공책’에서 ‘공책’은 대상일 뿐  ‘공책’을 ‘나’라고 여기지는 않듯
내 생각 · 내 감정 · 내 인생에서 생각  감정  인생도 대상일 뿐
생각 감정 인생을 '나'라고 여기지 않듯 ‘내’ 뒤에 붙는 게 ‘나’는 아니다

 

사람들은 인생을 사는 동안 ‘나’라는 것이 당연히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그 ‘나’를 한 번도 제대로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예를 들어, ‘내 공책’이라고 할 때 공책은 나의 소유물(我所)이지 그 누구도 공책을 나(我)라고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면 ‘내 공책’이라고 하면 그 즉시, 공책과 그 공책을 보는 나 사이에 틈이 생기어 나는 이쪽에서 따로 존재하고 있지, 공책이라는 대상(object)이 나라고 여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 핸드폰’이라고 해도, 핸드폰은 ‘내’가 바라볼 수 있는 한 대상이지, 그 핸드폰을 바라보고 아는 나는 핸드폰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렇게도 소중하게 여기는 ‘내 가족’은 어떠한가? 가족도 역시 내가 바라보면서 알 수 있는 대상이지 그 대상을 아는 ‘나’는 아니다. 가족 구성원에 대해 내가 묘사할 수 있고 이런 저런 가족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가족이 대상이라는 이야기이지, 내 자신이 부모님이거나 반려자거나 내 아이는 아니다. 

이번에는 ‘내 종교’는 어떤지 들여다 보자. 종교적 신념이 강한 경우 자기 정체성을 본인의 종교를 중심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을 불자나 기독교인, 천주교인이라고 소개를 한다. 하지만 ‘내 종교’가 나인가? 아니면 태어난 후 내 몸에 새롭게 걸치게 된 옷과 같은 대상인가? 만약 종교가 나였다면, 개종을 하면 예전에 나는 완전히 소멸되고, 100% 새로운 내가 경험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한가? 당연히 불가능하다. 왜냐면 종교도 역시 경험되고 알 수 있는 대상인 것이지, 그 종교를 믿고 있는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내 몸’을 조사해 보자. 몸과 나를 동일시 해서 몸의 모습이 내 마음에 들면 자신감이 생기고, 반대로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존감이 낮아진다고 평소에 여겼는데 진짜로 몸이 나인가? 당연히 몸도 내가 아니다. 왜냐면 내가 몸을 볼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고, 묘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나와 아주 가깝게 느껴지는 몸이라고 해도 사실은 경험되는 대상이지 몸을 경험하고 있는 내가 아니다.

‘내 생각’은 또 어떠한가? 사람은 생각이 나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아 본인 생각과 다른 사람을 만나면 갈등을 하고, 반대로 생각이 같으면 서로 통한다고 좋아한다. 즉 생각과 자신을 분리하지 않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로 내가 곧 생각인지 자세히 관찰해 보자. 만약에 어떤 생각이 정말로 나였다고 한다면, 그 생각이 사라지면 나도 같이 사라져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생각이 사라진다고 나도 같이 사라졌던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던가? 당연히 없지 않는가? 이 이야기는 그 어떤 소중한 생각이라고 해도 그건 내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내 감정’도 내 생각과 많이 다른가 아니면 동일한 구조인가? 자신이 느끼는 기분을 나라고 여기면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많은데 정말로 그 느낌, 감정이 나인가? 만약에 감정이 나라면 생각과 동일하게 그 감정이 이내 사라지고 나면 본인도 같이 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감정의 소멸과 동시에 내가 영원히 사라지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당연히 없지 않는가? 왜냐면 감정도 대상이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은 또 어떠한가? 우리는 살아온 경험 이야기를 모아서 내 인생이 이랬다 저랬다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이야기들은 전부 경험된 대상이란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예를 들어 그 누군가가 “내 인생은 완전히 끝장났다”라고 이야기 한다고 해 보자. 이것은 내 ‘인생’이 끝장났지, 내가 끝장난 것이 아니다. 반대로 “내 인생은 축복이었다”라고 이야기한다고 해 보자. 이 역시도 ‘인생’이 축복이었지, ‘나’는 축복된 인생의 내용은 아니다. 왜냐하면 인생이라는 경험 자체를 하고 있는 ‘나’는 경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내 뒤에 붙는 모든 언어는 내가 아니라는 뜻이다. 내 국가, 내 민족, 내 정치 성향, 내 성격, 내 취향, 내 과거, 내 마음, 모두 진정한 내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경험하고 있는 나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렇게 살아서 모든 것을 항상 경험하고 있지만, 그 자체는 경험될 수 없는 이름 없는 그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뭐.꼬.? 

혜민 스님 godamtemple@gmail.com

[1752호 / 2024년 1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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