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근청정 4

십이처(5) - 나에게 이해된 세상일 뿐

십이처(5) - 나에게 이해된 세상일 뿐 청정한 육근을 통해  인식되는 세상은 괴로울 것이 없지만, 오염이 된 육근과  ‘나’라는 관념이 개입되게 되면 육근에 대한 의식이 육내입처로 바뀌면서 괴로움이 생겨난다. 이것이 고(苦)의 원인이다. 그러면 육근이 오염되면서 어떻게 육입처의 의식으로 왜곡되는지를 살펴보자. 앞에서 안이비설신 오근이 각자 자신의 대상을 인식한 것을 가지고 의근(마음)은 종합하여 사람, 동물, 과일, 산과 들 등 삼라만상으로 인식하며, 나아가 행복, 질투, 고요, 기쁨 등의 정신적인 것들 또한 인식하게 된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근의 활동을 살펴보면, 의근은 외부에 있는 것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있는 대상들을 오근의 도움을 받아 자기 식대로 인식한다..

세상이 아름답게 빛나는 순간

세상이 아름답게 빛나는 순간 사람들이 사는 일상은 육근이 청정함과 육근이 오염됨의 상태가 반복된다. 육근은 주로는 오염되어 있다가 깨어있을 때 육근이 청정함의 순간을 때때로 마주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행을 떠나 새벽 일출을 마주하는 순간이나, 등산을 할 때 산모퉁이를 돌아 드디어 정상에 섰을 때 그 장엄한 툭 트인 장관을 마주할 때처럼 생각이 멎고 ‘아!’ 하며 감동하는 순간, 우리는 눈으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된다. 그 순간 안근청정의 상태가 된다. 바로 그 때는 안근과 색경의 분별이 없다. 그러나 연이어 생각이 개입되기 시작한다. 예전에 보았던 일출과 비교하면서 ‘예전에 보았던 일출보다 못하군! 혹은 ‘이 아름다운 풍경을 어떻게 하면 사진에 잘 담을 수 있을까’ 등 분별과 비교, 해석..

카테고리 없음 2024.11.14

내 마음이 깨끗할 때와 오염될 때

내 마음이 깨끗할 때와 오염될 때  사람들의 6가지 감각기관인 육근(六根)은 끊임없이 외부 경계에 휘둘리고 사로잡힌다. 그러나 육근은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외부 경계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외부 경계는 언제나 여여하게 오고 여여하게 갈 뿐이다. 문제는 여여하게 오고 여여하게 가는 외부 경계의 그러한 중립적인 현상에 대해 분별하고, 해석하며, 휘둘리고, 사로잡히며, 오염되는 사람들의 마음에 있다.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우며, 비 오는 날도 있고 바람 부는 날도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자연의 이치일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겨울은 좋아하고 여름은 싫다거나, 바람 부는 날은 좋고 비 오는 날은 싫다거나 하며 중립적인 외부 경계를 자기 식대로 해석 판단 분별하기를 좋아한다. 어떤 사람은 ..

여섯 가지 문을 잘 지키라.

여섯 가지 문을 잘 지키라. 숲의 생명들을 스치운 차고 맑은 바람을 통해 봄소식이 전해진다. 들어오고 나가는 숨이 한결 부드럽고 따뜻해 졌다. 이런 날 숲 길을 거닐며 호흡을 지켜보는 일은 그 어떤 종교적인 의식 보다도 더 신성하게 느껴진다. 내 나이만큼의 세월동안 숨을 쉬며 살았지만 이렇게 숨을 깊이 쉬어 보는 일은 근래에 들어와서다. 보통 생각하기에 사람들은 몸이 따로 있고, 내 몸 밖의 대상이 따로 있다고 믿지만, 실상은 몸도 몸밖 외부의 대상도 그냥 그저 텅 비어 있다. 안팎의 분별이라는 게 공허하다. 법계에서 본다면 안이라는 것도 밖이라는 것도 없다. 다만 호흡을 할 때 코를 통해 들어오고 나가는 바람이 움직일 뿐. 그저 저쪽 산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와 우리 뺨을 스치고 다시 다른 쪽으로 불어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