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의 위기

미국월가 '유동성위기' 불길 더 번지나?(이데일리)

장백산-1 2008. 3. 15. 14:49

- 베어스턴스, FRB로부터 긴급 유동성 공급

- 일각에선 매각설..월가 전체가 `벌벌`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월가가 유동성 공포 속으로 성큼 들어서고 있다.
유동성 위기설을 부인했던 베어스턴스가 불과 며칠 만에 긴급히 유동성 공급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4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문제가 베어스턴스만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란 불안감이 급속하게 확산됐기 때문이다.
베어스턴스 주가는 47% 폭락, 8년 반만의 최저치로 떨어졌고, 뉴욕 증시도 무너졌다. 다우존스 평균 지수는 심리적 저항선인 1만2000선을 다시 내줬고, `두려움 지수` VIX는 14% 이상 급등, 30선을 넘어섰다. 관련기사 ☞ 美증시 두려움 5년래 최고..VIX 30선 재돌파

선물 시장에선 FRB가 오는 18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무려 1%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56% 반영했다. 하루 전만 해도 이 가능성은 0%였다.

◇베어스턴스, 긴급 유동성 수혈..매각說도 `솔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소집하고, 만장일치로 미국 5위 증권사인 베어스턴스에 긴급 자금 수혈을 해주기로 결의했다.

JP모간이 재할인 창구를 통해 FRB로부터 직접 자금을 빌리고, 이를 베어스턴스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FRB의 재할인 대출은 상업은행에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우회로를 택했다.

이는 1940년대 제정된 연방은행법 상에는 있지만 1960년대 말 이뤄진 이래 거의 사용된 적이 없는 방식.
앨런 슈워츠 베어스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하루 동안 유동성이 상당히 악화됐다"면서 "시장의 신뢰 회복과 유동성 확충, 정상적인 영업 지속을 위해 자금 수혈을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슈워츠 CEO는 "유동성 위기에 대한 루머를 퇴치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루머가 자금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30억∼5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금 지원규모는 베어스턴스의 담보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RB의 베어스턴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은 결국 국유화로 방향을 잡은 영국 노던록 사태를 연상케 한다고 밝혔다. 독일에서도 두 곳의 은행이 긴급 자금 수혈을 받은 바 있다.

신문은 또 일부에선 베어스턴스 매각설을 제기하고 있으며, 매수 주체론 JP모간, 최근 E*트레이드 증권을 산 헤지펀드 시타델 인베스트먼트 그룹, 사모펀드 J.C.플라워즈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베어스턴스로 끝나지 않는다"

문제는 유동성 위기가 베어스턴스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란 불안감이 급속히 퍼지고 있는 것이다.
손버그 인베스트먼크 매니지먼트의 매니징 디렉터 토마스 가르시아는 "도움을 얻었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문제는 결과적으로 과연 신용위기가 정말 끝날 수 있는 지에 대해 의심케 한다"고 말했다.

샌포드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브래드 힌츠도 "은행들이 돈을 필요로 하게 되면 증권사들은 자산을 팔아야 하고, 이에따라 실적에 부담이 되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개 증권사들은 현금을 상당량 쌓아놓고 있지만, 최근의 마진콜(margin call) 사태 속에서 이런 유동 자산도 부족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리먼브러더스 홀딩스는 이날 베어스턴스 파장을 의식한 듯, 40개 은행으로부터 3년만기의 20억달러 신용공여한도(크레딧라인)를 확보했다고 곧바로 발표했다. 리먼은 지난 1998년 대형 신용위기를 겪은 바 있다.

한편 이날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금융 시장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재무부는 FRB,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함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긴급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폴슨 장관은 "우리 금융 시스템은 유연하고 버티는 능력이 있다"면서 "당국의 능력도 신뢰하고 있고, 시장 참여자들도 시스템 붕과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지 W.부시 대통령도 FRB의 조치를 언급하면서, 앞으로도 시장 안정을 위해선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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