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어떻게 지지를 회복할 것인가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민주당 최고지도자과정 동문회에서 민주당의 진로와 보수정권의 정책적 한계를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이날 강연 중 민주당의 진로에 관한 부분을 올립니다. [편집자 註]
민주당의 미래에 대한 생산적 논쟁 필요
일부에서 민주당이 시끄럽게 문제를 만들면서, 쟁점을 만들면서, 이슈를 끌고 가야 하는데 왜 그러지 못하느냐 걱정이 있지만 지금 현재까지 그동안 민주당에 균열과 내홍과 분열의 역사를 치유하자는 취지에서 새로운 과제를 가지고 싸우기보다는 수습하는 쪽에 마음을 맞췄습니다.
그러나 생산적인 논쟁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과거를 수습하면서 미래가 생기면 좋겠지만 과거를 수습하는 문제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면서 수습되지 그것 자체를 가지고 수습되는 것 아닙니다. 사람들 간에 불편함이 있었다면 새로운 과제를 가지고 동업을 가지고 과거의 불편한 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이지 소주 먹는다고 하룻밤 샌다고 관계가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자꾸 과거의 문제에 얽매이다 보면 '그때 왜 나한테 반말했어'부터 별의별 서운한 것들이 죄다 일어나서 과거 그 자체에 머물러서는 절대로 그 관계가 안 풀리고 관계도 발전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관계는 역시 미래를 향한 과제들을 통해서 그 일을 같이하면서 복원되고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민주당의 오늘과 내일을 준비하고 있고, 내일모레에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서 워크샵을 최고위원들 간에 비공식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제가 처음에 문제 제기를 해서 워크샵을 하게 되었는데, 제 문제의식은 '지난 2달 동안 과거를 치유하는 데 시간을 썼지 미래를 향해 준비하지 못한 것 같다, 어떤 미래를 위해서 민주당이 나가야 할지에 대해서 우리 한번 당의 진로를 놓고 고민해 보자'고 제안을 해서 그것을 중심에 놓고 최고위원회에서 논의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것이 있을 겁니다. 제가 오늘 이 말씀을 드리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이것만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현실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쟁점으로만 보면 우리당의 진로와 미래를 놓고 가장 대표적인 쟁점 중의 하나는 전통적 지지기반을 회복하자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럼 전통적 지지기반을 회복한다는 것이 뭘 의미하는 것이냐, 누구를 향해서, 어떠한 세력을 어떤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내려고 하는 것이냐, 우리가 말하는 전통적 지지 기반은 혹시 중국의 사자성어에 나오는 각주구검은 아니냐. 흘러가는 배 위에서 어떤 사람이 칼을 떨어뜨렸는데, 보물을 떨어뜨리는 건가요? 보물을 떨어뜨렸는데, 뱃전에다가 눈금을 표시했다고 하는… 배는 떠나가는데 뱃전에 눈금을 표시한들 떨어뜨린 것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결과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전통적 지지 기반이라는 것은 뭘까?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진 이후 당장 거병을 하려고 하니 신하들이 '저 들판에 곡식은 1년이 지나면 여물지만, 저 들판에 뛰어노는 아이들이 10년 뒤면 장정이 돼서 병장기를 들 수 있습니다. 10년 뒤에 거병합시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10년이면 대략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전통적 지지기반은 무엇입니까? 세상은 어떻게 변하고 있고, 대한민국의 유권자들은 누가 어떻게 변해있습니까? 우리가 말하는 전통적 지지기반이 70년대 동아일보와 신동아를 읽고 야당신문을 읽고 비분강개하던 그 사람들이 전통적 지지기반이라고 한다면 그 전통적 지지기반은 정말 존재하는 것입니까? 그 전통적 지지기반이 호남 향우회를 뜻한다면 그 호남 향우회는 과거 김대중 선생님을 위해서 싸우던 그 호남 향우회가 존재하는 것입니까? 전통적 지지기반이라는 것, 전통이라는 말은 사실 우리에게 굉장히 많은 현실의 변화를 받아들일 때만이 재해석 될 수 있습니다.
전통적 지지기반이라는 개념을 다시 정립해야
적어도 호남 사람들이 출사할 길이 봉쇄되어 있고, 과거 급제해서 행정 사무관이 되거나 판검사 되는 일 외에는 사회적으로 출세할 수 없다던 그 호남의 한을 품고 김대중 선생님께 바리바리 선거 때마다 뭉쳤던 호남 향우회의 한이 우리의 전통적 지지기반이 됐지만 그러나 호남향우회의 한은 지금 존재하는가? 그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도시는 야당이고 농촌은 여당이라던 그 정당 구도가 정말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말하는 전통적 지지기반을 회복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각주구검 아니냐. 뱃전에 눈금 그어 놓은 것 가지고 그걸 가지고 찾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 결과적으로 뱃전에 눈금 그은 것이 뭐냐. 뱃전을 누구를 뜻하는 거냐. 현실 정치인 같습니다.
현실 정치인들이 자기의 지역적 기반을 가지고서 전통적 지지기반을 얘기하는데 그러나 전통적 지지기반이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문제제기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민주당에 있는 구성원들과 민주당의 지도부가 전통적 지지기반이라는 개념에 그 자체에 대해 다시 받아들일 것을 저는 요구하는 것입니다. 물론 김대중 지지자와 노무현 지지자를 하늘처럼 받들고 그 사람들을 결집시켜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호남 향우회 조직만으로는 이길 수 없어
그러나 지난번 총선에서 수도권의 지지도를 보면 전통적 지지기반이라는 호남 향우회도 우리 당 후보들을 찍지 않았습니다. 대체적으로 지방자치제가 95년도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성립된 이후 자치단체장들이 지역의 토호와 유지들과 네트워크를 장악하면서 호남 향우회 상층부에 있는 선배님들 중에 많은 부분들은 자치단체와 타협하고 있고 떼려고 해야 뗄 수 없는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통령 선거 때처럼 우리 김대중 선생님 하면 몰려들 호남 향우회 조직은 가면 갈수록 약해질 것이다. 그것이 총선에서 드러났던 사실입니다. 또한, 호남 향우회 조직만 가지고는 영원히 초등학생 아이와 대학생 아이와의 싸움이어서 호남 대 영남의 구도는 이길 수 없는 영원한 비주류 노선입니다. 전통적 지지기반이 호남 향우회도 아닙니다.
독재반대 투쟁에 함께 나섰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가
두 번째로 동아일보를 보던 중산층과 화이트칼라는 어디로 갔습니까? 전통적으로 동아일보 보고 신동아를 보면서 야당 신문을 보면서 독재 정권과 박정희와 전두환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가졌던 중산층과 화이트칼라층은 IMF 10년 동안 이미 계층이 다분화 되어 있고, 자기가 그 계층의 다분화된 상태에서 독재자를 반대할 때는 뭉쳤지만 나중에 민주화되고 보니 자기가 칼라가 달라서 한나라당 가신 분들이 다수 아닙니까?
우리가 말하는 70-80년대로부터 우리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은 거의 붕괴되었습니다. 붕괴는 너무 패배적이니깐 변화됐다고 표현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확인하는 것은 역대 우리 현대사에서 자랑스러운 촛불 집회가 새롭게 등장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변화에 따라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하려는 정치가 무엇입니까? 우리가 하려는 정당의 지지기반은 무엇입니까?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미원과 미풍이 화학조미료 시장만 가지고 미풍이 먹으려고 하다가 천연 조미료 시장에게 빼앗기지 않았습니까? 74년 75년 넘어가면 화학조미료 시장은 죽어갑니다. 70년대 중후반을 넘어가면서 천연 조미료 회사 조직도 대거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70년대 영화 보면 영업 사원 간에 슈퍼 매장 다이를 놓고 각목 싸움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 조직 다 어디로 갔습니까?
정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 회사들은 물건을 만들어 팔지만 정당은 국가 번영과 국민의 꿈이라는 정책을 만들어서 팔아먹고 살아가는 직업 이것이 정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내다 파는 물건의 내용이 바뀌고 있고,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도 바뀌고 있는데, 우리가 얼마나 바꿀지 점검해봐야 합니다. 이 변화를 추구하고 이 변화를 따라가 보려 했던 시도가 열린우리당의 실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열린우리당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열린우리당의 시도는 지금 민주당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입니다. 지금 민주당이 하지 않으면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권리를 나눠야 한다
당원 중심정당 그러는데, 논산·계룡·금산 제 지역구에서 대의원대회를 했습니다. 무슨 힘으로 지역에서 제가 조직을 꾸릴 수 있을까요? 제가 무슨 수로 지역 내에서 당원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요? '안희정 얼굴보고 해달라', '안희정에게 가면 먹을 게 생기더라' 먹을 게 생기던지 인간적 관계가 생기던지 둘 중의 하나밖에 없는 건데 이 두 가지 방식 가지고는 너 아니어도 먹고 살 수 있고, 괜히 잘못 얻어먹으면 50배씩 물어내고 손님이 끌겠어요?
그러면 정당은 무엇으로 지지자와 당원들을 확보할 것이냐. 그러니 당연히 권리를 줘야 합니다. 권리를 안 주고서 무엇을 가지고 당원으로 참여하라고 할 것입니까? 지역위원장인 제 권한을 주고 나서 당원 당신들이 주인으로 참여해 달라고 할 도리밖에 없습니다. 나 믿고 따라와서 출세할 것이라고 아무도 안 믿습니다. 현실적으로 지역위원장이 나 따라오면 용돈이라도 생긴다는 뭐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안 됩니다. 그 정도 용돈에 넘어갈 유권자들도 없습니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거냐. 내가 한나라당 놈들 하는 꼬락서니에 열 받는 사람에게 참여를 요청해야 하는데 참여의 동기와 계기를 무엇으로 줄 거냐. 이러니까 당원의 권리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당원의 권리를 주는 실험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봐야 합니다.
열려있는 유권자에서 새로운 우리의 지지기반를 확보해야
제가 전통적 지지기반에서부터 말씀을 올리고 현재 민주당의 진로에 대해 말씀을 올립니다. 이 말씀을 올리는 이유는 지역 내에서 정치 실험이 아니라 옛날에는 실험이었을 수 있으나 지금은 장사가 안 되는 구조가 있습니다. 적어도 열린우리당의 실험이라고 말할 수 있으나 2010년 12년 선거 무엇으로 치르려고 생각하겠습니까?
정동영 후보가 인물이 부족합니까? 말을 못합니까? 출신 성분이 나쁩니까? 그분이 500만 표에 판판히 깨졌다면 그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 실험과 도전 정신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이 현실에서 어떤 방법과 어떤 정당운영과 후보자로서 지지자들의 관계, 당 간부와 당원들과 관계를 만들 것인가에서 민주당은 새로운 열려있는 유권자에서 우리의 지지기반을 확보해야 합니다.
전통적 지지기반은 바뀌었다, 첫 번째 말씀을 정리합니다. 전통적 기지기반이 곳간에 쌓여 놓은 것처럼 문 열면 있는 것처럼 그런 생각을 버리자는 것입니다. 전통적 지지기반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통적 지지기반은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사람들 틈에 있어
전통적 지지기반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그것은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사람들 틈에 있습니다. 그렇죠? 나 스스로 눈을 감고 세상과 무엇과 비교하지 않아도 내가 누구인지를 정의할 수 있으면 굉장히 훌륭한 철학자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보편적인 생각은 누구랑 비교해 봤을 때 반드시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누구랑 비교해야 하나? 그건 한나라당과 비교했을 때 우리라는 것이 찾아지는 것이지요.
그럼 한나라당한테 왜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 하는 꼴은 못 보겠다고 하는 걸까? 과거에는 니들이 독재하니까 독재자한테는 내가 고개를 숙일 수 없다는 마음으로 ‘우리’가 형성되었는데, 지금 이 이명박 정부 7개월 동안 왜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20% 내외의 지지율과 한나라당에게 30% 내외의 지지율을 보여주는가?
대한민국에서 정치와 정당이라고 하는 마켓쉐어(market share), 정당이라고 하는 대중적 지지기반을 어떻게 해서 크게 너와 나라고 하는 경계가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것을 지금 보면 우리가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우리의 지지기반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의 기반은 영남 지역주의
지금 현재 한나라당은 과거의 정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금 한나라당이 쓰고 있는 정책이 뭐죠?
첫 번째로 한나라당은 영남의 지역주의에 기반합니다. 한나라당은 영남이라는 지역주의에 기반하고 두 번째 한나라당은 반공과 안정 논리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6.25전쟁을 일으킨 김일성 때려잡자'라고 하는 반공의식으로 무장한 이데올로기가 한나라당의 이데올로기 기반입니다.
세 번째 한나라당의 이데올로기는 경제성장 담론입니다. 선성장 후분배하고 하는 이 성장지상주의라고 하는 성장주의 담론이 한나라당의 이데올로기적 기반입니다. 예, 이것이 한나라당이 현재 살아가고 있는 유일한 이유입니다.
만약에 반공을 얘기할 수 있는 정체가 사라지고 그리고 성장이라고 하는 것이 저 사람들이 잡았을 때 성장했다 박정희가 잡았을 때 성장했고 전두환이 잡았을 때 물가안정 시켰고 한나라당이 잡았을 때만이 경제성장할 것이라고 하는 국민들의 이데올로기적 동의가 깨져버리면 그때부터는 한나라당은 앙상한 영남만 남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한나라당의 이번 집권은 굉장히 좋은 기회입니다. '그래 네가 한 번 해봐', 그러면 너희들 주장대로 너희들 노선대로 대북평화노선이 퍼주기라면 그럼 네 방식대로 한 번 해보고, IMF 때 망가진 나라 살려놓고 5%대 경제성장률 했는데 이게 망가진 경제라고 한다면 너희들이 한 번 해봐!
이명박 정부 5년은 한나라당과 보수정권의 무덤이 될 것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정부 5년은 한나라당과 대한민국 보수주의 정권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절대로 존재하는 것은 상대방 공격에 의해서 무너지지 않고 스스로 무너진다고 하는 것이 큰 역사적 교훈이자 사물의 존재 이유 같습니다.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무너집니다.
그렇게 때문에 당신들 반공과 성장담론 갖고 국가운영 한번 해봐라, 그러면 5% 성장을 하던 경제가 갑자기 널뛰듯 13%, 15% 경제성장이 되는지 한 번 보고, 당신들이 잡으면 반공이란 이름하에 한반도의 냉전과 대결과 분단이란 상황이 더 발전적으로 해결되는지 당신들 한번 해봐라,
역사가 그렇게 해서 이명박 정부한테 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008년 9월 10일
민주당 최고지도자과정 동문회를 대상으로 한
안희정 최고위원 강연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