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서민금융 프로그램 최대 수혜자, 뉴라이트?
‘사단법인 뉴라이트’, ‘민생경제정책연구소’로 이름 바꾸고 30억원 지원받아
(시사IN / 김은남 / 2009-10-30)
현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서민금융 프로그램(마이크로 크레디트), 일명 미소(美少)금융 사업자로 뉴라이트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월 “미소금융재단을 만들어 전국 서민들에게 2조 원가량을 골고루 지원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미소재단이야말로 “MB정부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의 결정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미소재단 사업자로 뉴라이트 관련 단체가 화려하게 등장한 것이다. 지난 10월12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민생포럼·민생경제정책연구소 등은 관련 사업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새 사업자로 선정됐다”라며, 이들 단체가 친정부 성향을 지닌 보수단체이기 때문에 서민금융 사업자로 선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 단체에 올해 배정된 미소재단 지원금은 각각 10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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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5년 11월 뉴라이트 전국연합 창립대회에 참석해 상임의장을 맡은 김진홍 목사(오른쪽)와 악수하는 이명박 대통령(왼쪽). 이 대통령은 당시 서울시장이었다. |
이 중 민생포럼은 유선기 대한생명경제연구소 고문이 초대 상임대표를 지낸 단체이다. 2007년 8월 열린 민생포럼 창립대회에 당시 대선 후보이던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해 화제를 낳기도 했는데, 이날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다뤄진 주제 중 하나가 ‘대안 금융’ 곧 마이크로 크레디트였다. 유씨는 대선 전후 이 대통령의 최대 외곽조직으로 꼽히던 선진국민연대 사무총장으로 그 뒤 자리를 옮겼고, 김오연 전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현 예금보험공사 감사), 문융식 전 한나라당 부대변인이 이어 민생포럼 대표를 맡았다.
민생경제정책연구소(민생연)는 2008년 10월 ‘사단법인 뉴라이트’에서 이름을 바꾼 단체이다. 김진홍 전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두레교회 목사)이 이사장, 오광성 전 씨앤앰 부회장이 소장을 맡고 있다. 민생연 설립 당시 뉴라이트전국연합은 “뉴라이트 창립 3주년을 맞아 시민운동의 초심으로 돌아가 민생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기 위해 연구소를 세우게 됐다”라고 논평했다.
사단법인 뉴라이트, 30억 지원 받아
민생연은 보건복지부로부터도 서민금융 예산 20억 원을 배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2005년부터 저소득층을 상대로 미소금융과 유사한 프로그램(희망키움뱅크)을 진행해왔다. 2005~2008년 매년 20억 원씩 배정되던 희망키움뱅크 예산은 올해 33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올 상반기 두 차례에 걸쳐 사업자를 공모한 데 이어 10월 말까지 3차 공모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지난 6월 마감된 2차 공모에서 민생연이 16개 사업자 중 하나로 선정된 것이다. 이로써 민생연은 설립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미소재단·보건복지부로부터 관련 예산 30억 원을 지원받는 서민금융 분야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서민금융 사업이 시작된 것은 2000년 (사)신나는조합·사회연대은행 등 민간단체가 민간 기부금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창업자금 지원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그 뒤 보건복지부와 소액서민금융재단(현 미소재단)이 이들 민간단체를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관련 단체가 30여 개로 늘어났다. 이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는 신나는조합과 사회연대은행이 올해 미소재단·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각각 30억 원, 10억 원이다. 다시 말해 국내에서 사업 경험이 가장 풍부하다는 이들 민간단체가 신규 사업자인 민생연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은 지원금을 받은 셈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국감에서 정치적 의혹을 제기했다. “미소재단 사업비가 지난해에 비해 66% 증가했음에도 사회연대은행 지원금은 25억 원(2008년)에서 10억 원(2009년), 신나는조합 지원금은 6억 원(2008년)에서 5억 원(2009년)으로 줄었는데 이는 진보 성향 단체이기 때문이 아니냐”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소액대출 업무로 지난해 20억 원을 지원받은 함께일하는재단은 올해 지원금을 배정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 사정에 밝은 A씨는 “이 단체 이사진 중 진보 성향을 띤 일부 이사를 교체하라는 외부로부터의 압박이 최근 들어 심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10월14일 민생연이 주최한 서민금융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미소재단 장훈기 사무처장은 관련 사업이 크게 확대되는 만큼 신규 사업자를 폭넓게 발굴하려는 차원에서 새 단체에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단체의 지원금이 줄거나 중단된 것은 지난해 지급된 지원금을 이들 단체가 제대로 소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소수 사례를 내세운 핑계에 불과하다고 민간단체 간부인 B씨는 반박했다.
미소 지원금만이 아니다. 사회연대은행은 올해 보건복지부 희망키움뱅크 사업자 선정에서도 제외됐다. 이 단체는 신나는조합과 함께 사업 첫해인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희망키움뱅크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이것이 이례적인 일로 회자됐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사회연대은행은 올해 대출사업에서 빠지고 신규 사업자 교육을 대신 맡는 것으로 미리 얘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단체에 교육비 명목으로 지원금 6억 원 가량이 주어진 것은 언론 등이 이를 문제 삼은 뒤의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소재단과 보건복지부는 사업자 선정이 엄격한 심사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미소재단은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평가위원회가 △공신력(30점) △재정능력(25점) △사업수행능력(45점) 등 3개 기준, 15개 세부 평가 항목에 따라 공정하게 채점한 결과를 갖고 사업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또한 사업 계획 및 실현 가능성, 사업 의지와 경험, 자금 조달 능력, 신용 상태, 부채 규모 등을 따져 종합적으로 심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평가 기준을 놓고 볼 때 관련 사업 경험이 없는 민생포럼이나 민생연이 사업 수행 능력의 전문성, 사업 실적, 네트워크 인프라 같은 사업 추진 기반 요건을 충족시켰는지 의문이라고 이성남 의원은 지적했다. 설사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평가 결과에 따라 지원금이 적정하게 배분됐느냐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평가 점수는 9등, 지원금은 1등
보건복지부 희망키움뱅크 2차 공모에 선정된 16개 기관 중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은 것은 민생연(20억 원)과 소상공인진흥원(20억 원)이다. 그런데 이번에 <시사IN>이 입수한 희망키움뱅크 사업자 선정 채점표를 보면 이 두 기관 평균 점수는 각각 79.17점과 77.33점으로 16개 기관 중 각각 9위, 12위였다(00쪽 표 참조). 공공기관인 소상공인진흥원은 특수한 경우라 치더라도 신생 민간단체인 민생연은 낮은 점수에 비해 파격적인 지원금을 받은 셈이다.
반면 2차 공모 평가에서 1~3위를 차지한 신나는조합(92.50)·열매나눔재단(86.17)·강원광역자활센터(85.00)가 받은 지원금은 민생연보다 낮은 5억~15억 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 1차 공모 시 배분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 평가 1~3위를 차지한 신나는조합·경기광역자활센터·열매나눔재단이 받은 지원금은 각각 10억 원, 8억 원, 10억 원이었는데 이는 전체 13개 기관 중 가장 많은 액수에 해당했다.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원금 배분 시 형평성에 문제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업 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생 기관에 본 예산도 아닌 추경으로 예산을 몰아준 것은 특혜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석현·이성남 의원 등이 미소재단 채점표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 또한 이런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심사위원 프라이버시 보호 등을 이유로 관련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원금 특혜 배분 논란과 관련해 “평가 점수가 1차 기준이 되지만 그 밖에도 사업 계획, 전문인력 보유 여부 등을 폭넓게 감안해 지원금을 결정한다”라고 해명했다.
서민금융 사업을 오래해 온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사업에는 무엇보다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민간단체에서 소액금융 업무를 맡고 있는 중간 간부 B씨는 “돈만 빌려준다고 일이 진행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활을 돕는다는 소액금융 취지에 따라 돈을 빌린 서민이 홀로 설 수 있게끔 하려면 창업·제품생산·마케팅·회계 전 과정에 걸쳐 체계적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경험이나 노하우가 없는 단체들이 열정과 헌신을 다해 이런 지원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민간단체 간부 C씨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신용자를 상대하는 사업 특성상 마이크로 크레디트에서는 대출 대상을 선정하는 것 외에 대출금을 안전하게 회수하는 문제가 중요한데, 사업자와 개인 간 장기적인 신뢰가 구축되지 않으면 안정적인 회수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보건복지부는 지난 4년간 희망키움뱅크 회수율이 90%에 가깝다고 밝혔다).
소액금융 도입 초창기부터 이를 연구해온 D씨는 ‘연고’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가 미소 사업 성공의 또 다른 관건이라고 말했다. 대출기관이 엄격한 자기 기준을 지켜내지 못할 때는 부실 대출, 연고 대출을 넘어 대형 금융 범죄까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잡음이 불거지는 것을 우려했다. 친정부 단체 우대 의혹뿐만이 아니다. 불교계는 이번 사업과 관련해 종교 편향 의혹까지 제기한다. 미소재단·보건복지부 사업자로 김진홍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민생연은 물론 해피월드 복지재단(정성진 목사, 5억 원), 열매나눔재단(김동호 목사, 5억 원), 나눔과기쁨(서경석 목사, 5억 원) 등 기독교 유관 단체가 선정된 것을 지목한 것이다.
미소금융 전국지부는 뉴라이트 거점?
이에 대해 민생연 변철환 이사는 “기존 단체들이 사업의 특수성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라며 전직 금융권 출신들로 전문가 그룹을 구성한 만큼 민생연이 소액금융을 담당할 역량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민생포럼 김범수 사무총장은 “우리 회원 중 금융권 출신이나 경영지도사 자격증 소지자가 많다. 이런 분들이 자신의 전문 경력을 살려 사회에 봉사하자는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라며, 향후 실적으로 자신들의 역량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뉴라이트가 서민금융에 뛰어든 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미소재단은 전국에 200~300개 미소금융 지부를 설립한다는 계획 아래 올 12월부터 지점 대표자를 모집하겠다고 공고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부가 신규 사업자를 발굴한다는 명목 아래 전국에 친정부 네트워크를 구축할 우려가 있다고 이성남 의원은 지적했다. 민간단체 간부 B씨는 이 과정에서 뉴라이트 단체들이 향후 2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과 대출 권한을 무기 삼아 ‘재미’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민생연의 경우 현재 전국 11개 시·도에 지점을 두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민생연이 신생 단체지만 전국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지방 거주민에 대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이 평가에 특히 유리하게 반영됐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생연 변철환 이사는 "서민경제를 살리는 데는 좌우가 있을 수 없다"라며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cL) 김은남 / 시사IN 기자
출처 :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