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박그네정권의 방송통신 장악음모

쫓겨나는 개베스 기자, 떠나는 국민들...

장백산-1 2009. 12. 1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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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KBS를 사랑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아니다.
번호 102615  글쓴이 이기명 (kmlee36)  조회 1258  누리 449 (461-12, 19:65:0)  등록일 2009-12-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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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KBS를 사랑했다. 그러나 이제 다시 아니다.
집회현장에서 쫓겨나는 KBS기자들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09-12-16)


‘침묵은 금’이라고 한다.
그런가? 전부는 아니다. 언론의 침묵은 금이 아니라 변(便)이다.

2009년 12월 15일 명동의 중심지.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정치공작 분쇄 및 검찰개혁 범민주세력 규탄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많은 기자들이 열심히 취재를 하고 있었다. 그때 한쪽, KBS 취재진의 취재현장에서 소란이 일었다. 취재진을 에워 싼 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었다.
떠나라는 것이다.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취재기자의 팔을 잡아끌었다. 기자가 항의했지만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제대로 기자 노릇을 하지 못하면서 무슨 기자며 무슨 취재냐는 것이다. 취재기자는 난감한 얼굴이다.
더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는 취재진. KBS의 로고도 선명한 카메라는 그렇게 시민들에게 거부당한 채 쫓겨났다. 기자가 불쌍했다.

 

박정희, 전두환 독재시대가 떠올랐다. 그때도 KBS는 참 미움을 많이 샀다. 기자들도 천대를 받았다. 취재를 거부당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KBS 기자들은 시위현장에서 신분을 묻는 시민들에게 한겨레 기자라고 거짓말을 했다.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하면 비실비실 피했다. 거짓말 기자로 낙인찍힌 기자들은 얼마나 참담했겠는가.

집에서는 남편이 당당하게 취재하고 기자로서 존경받으리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자식들도 마찬가지겠지. 만약에 남편이, 아버지가 취재현장에서 참혹한 대우를 받으며 쫓겨나는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가슴이 메어질까.

 

KBS는 오욕의 과거도 있지만 자랑스러운 훈장도 있다. 90년 민주언론운동 당시에 빛나는 투쟁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KBS 중앙 홀 민주광장에서 북과 꽹과리를 두드리며 민주언론 쟁취를 목매어 절규하던 얼굴들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들 중에는 투쟁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이임호 기자가 있다.

장례식에서 목 놓아 울던 기자들의 얼굴을 기억한다. 신분을 조사하는 경찰에게 이금희 아나운서는 ‘너희들이 뭔데 주인의 신분을 확인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렇게 쟁취한 언론자유였다.

KBS 기자들은 가슴을 펴고 살았다. 정연주가 사장이 된 후 KBS는 가장 신뢰받는 언론이 되었다. KBS 기자들은 어디를 가도 존경받고 사랑을 받았다. 그들에게 ‘침묵은 금’이 아니었고 할 말을 하는 바른 기자였다.

 

이제 다시 어둠이 KBS를 덮었다. 할 말을 못 하는 기자들은 속으로 골병이 들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KBS 기자들은 자기 검열에 시달렸다.

펄펄 뛰던 알찬 프로그램이 시들시들 병들어 갔다.
청와대 대변인 박선규는 KBS 기자 출신이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공천을 신청했다가 떨어진 후 권부 중심에 입성했다.
기자협회장에 당선된 우장균 기자는 KBS 출신이자 YTN해직기자다.

 

박선규 대변인의 KBS 후배이기도 한 우장균 기자가 기자협회보에 글을 썼다.
"1990년 KBS 사태 예를 들면서 징계를 받아 월급을 받지 못하면 생활이 곤란할 것이라고 겁박하며 계란으로 바위 치기 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박선규가 우장균 기자에게 했다는 말이다.

 

YTN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MB 특보출신 구본홍 사장을 반대하다가 경찰서와 회사에서 보낸 소환통지서를 보고 충격을 받아 몸져누운 70 노모 곁에서 우장균 기자는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세상에는 이런 인간 저런 인간 많기도 하지만 민주언론을 위해 싸우는 후배 기자를 겁주는 박선규 같은 인간도 있다. 보통사람의 상식과는 한참 거리가 먼 기자 출신 대변인이다.

 

KBS가 다시 몸부림치고 있다. 말도 글도 기자로서의 영혼도 다 빼앗아 버리는 독재시대의 망령에게 시달리며 식물기자가 되어 간다.

침묵을 금으로 생각하고 ‘입 다물고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약삭빠른 요령 인간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다시 독재시대의 피 터지는 투쟁을 시작하며 민주언론 쟁취를 위해 싸움터로 나갈 것인가.

낙하산을 타고 KBS 착륙했다는 김인규를 반대해 파업을 하겠다는 투표가 부결됐다. 당연히 노조집행부는 신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사퇴를 거부했다. 강동구 KBS 노조위원장은 자신이 반대하며 퇴진을 요구했던 사장과 협상을 하겠다고 했다. 무슨 협상인가. 항복문서를 전하겠다는 것인가. 쓸개가 있는가. 간은 있는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노조원들이 새로운 노조를 만들겠다고 현 노조를 탈퇴했다. 새로운 노조, 노조다운 노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열 받은 강동구는 새로운 노조는 식물노조가 될 것이라 했다. 그러기를 소망한다는 의미겠지.
 
“짓밟힌 공영방송인의 자존심과 기상을 다시 세우고자 한다.”
“이것만이 꺼져가는 공영방송의 불씨를 되살리고, 국민적 비판과 냉소 속에 버림받은 KBS를 살리는 길이다.”

새로운 노조를 만들려는 사람들의 결의다.

“새 노조는 KBS 보도나 시사프로에 대해 철저히 감시하고, 김인규 사장이 준비하고 있는 ‘공영방송 로드맵’에 대해서도 견제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엄경철 준비위원장의 다짐이다.

 

기존 KBS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새 노조 설립은 공통의 견제 대상인 김인규 체제만 공고화하는 역작용이 될 것”이며 식물노조라고 비판했지만 누가 식물이 될는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어제(12월 15일) 명동 집회에서 시민들에게 쫓겨나는 동료 KBS 기자의 처참한 모습을 보았다면 KBS 구성원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을 것이다.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
1971년 3월 서울대 학생회장단은 언론 화형식을 벌렸다.

그 직후 동아일보 기자들은 자유언론수호결의를 했고 민주언론수호 운동은 언론계 전체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침묵을 금으로 알고 죽어지내던 언론인이 민주언론쟁취투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는 것은 기자로서, 언론인으로서 아니 인간으로서 사람답게 사는 것이 아니라고 절감한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언론은 권력의 시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고 국민 편에 서서 국민이 알아야 할 일들을 소상하게 전해야 한다. 그래서 거울이라 하고 소금이라고 한다.
어떤가. 과연 지금의 언론이 그 소임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KBS 기자들이, 구성원들이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다.

정연주가 사장일 때는 왜 KBS가 신뢰도 1위를 차지하며 기자들은 존경을 받았을까. 이병순이 사장이 되면서 KBS는 국민의 존경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이제 김인규가 사장이 되니 새로운 신뢰는커녕 도저히 못 참겠다며 새로운 노조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방송이 시청료를 받으면 안 된다.

KBS의 시청을 외면하는 국민들이 늘어가고 있다. 시청거부 운동이 벌어질 것이다.
보도해야 할 것은 보도하지 않고 국민들의 의식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프로가 판을 치는 방송이 되었다.

국민이 어리석어 그냥 넘어가리라고 생각하는가.

국민은 말이 없어도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고 국민의 의식을 자기들 입맛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착각이다.
취재현장에서 차마 듣기 민망한 욕설을 들으며 쫓겨나는 KBS 취재원들, 그들도 가슴은 있다. 그들의 분노는 가슴속에서 불타오른다.

 

기자 대접을 받지 못하며 살 수도 있다.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며 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이 사는 꼴이 아니다.
똑똑하다고 자부하며 정의를 위해 정론을 지향한다는 언론인들의 삶이 이렇게 병든다면 그것은 죽은 삶이다.
안 그런가, 아니라고 할 자신이 있는가? 대답을 듣고 싶다.


12월 16일

(cL) 이기명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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