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노무현은 보내고 기쁜 노무현을 맞읍시다” | |
21일 봉하마을에서 열린 '김제동 콘서트' "장례사회가 빨갱이면 빨갱이 하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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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으면 삼일장을 합니다. 왜 인지 아십니까. 삼일만 슬퍼하고 이제 열심히 살아야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웃을 때가 됐습니다. 우리도 놀고. 저 위에 있는 분도 같이 놀고. ‘슬픈 노무현’은 이제 그만 보내주고 ‘기쁜 노무현’을 맞이 합시다.”
슬픈 부엉이 바위 밑에 웃음꽃이 피었다. 2년만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몸을 던진 뒤 이곳은 진혼곡이 떠나질 않았다. 그러나 김제동은 “이제 웃자”고 제안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그런 그에게 “고맙다” 했다. 까르르.하하하.호호호. 노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을 찾은 시민들은 김제동의 말을 들으며 한 시간 삼십여분 내내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이 모습을 멀찍이 떨어진 부엉이 바위가 흐뭇하게 내려다보았다.
지난 21일 저녁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 앞 너른 터에서 ‘김제동 콘서트’가 열렸다. 그는 이날 콘서트에서 촌철살인 정치풍자 개그의 진수를 선보였다. “웃자고 하는 것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 “안상수, 개그의 새 지평 열었다”
그는 안상수 한나라당 전 대표를 너무나 좋아한다고 밝혔다. 개그맨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재미있는 분이 나타났다고 평했다. “진지하게 웃기는 게 제일 재밌는 것입니다.” 김제동은 안 전 대표가 개그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이 분의 군대 면제 사유가 참 신기합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행방불명이예요. 깊은 산 속에서 고시 공부에 열중하느라 입영통지서를 못받았대요. 깊은 산 속에서도 법정스님은 출판사와 연락해 무소유 책을 펴내셨는데 대체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게 행방불명 되실 수 있는 지 궁금합니다.”
■ 촌로의 느닷없는 행동을 받아준 노무현
김제동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처음 만났을 때의 경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2002년 김제동의 가족들은 한국방송(KBS) 프로그램 ‘아침마당’에 출연하게 되었다. 방송 하루 전날 서울 방송국으로 가던 중 이들 가족들은 우연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노 전 대통령을 마주치게 되었다. 김제동의 어머니는 경호원들을 뚫고 노 전 대통령을 만나러갔다. 경호원은 김제동의 어머니를 제지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경호원들을 만류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윤도현 알아요?” “예. 잘 압니다.” “윤도현이랑 잘 아는 내 아들이 김제동이예요.” “아, 그렇습니까. 김제동이란 이름은 잘 모르네요.” “김제동이 내일 아침마당에 출연해요. 꼭 보세요.” “네. 꼭 보겠습니다.” “말로만 하지 말고 손가락 걸고 약속해요.” 김제동은 격의없이 촌로 할머니를 따뜻하게 맞아주던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소개하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 “내 욕해서 국민들 마음 편하면 하게 하십시오”했던 노무현
김제동은 최근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는 세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제는 정치인들 공개적으로 욕하면 어딘가 불안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참여정부 때는 이런 일이 없었어요. 참여정부가 이라크 파병 할 때 제가 제 인터넷 누리집에 ‘참여정부라더니 우리 젊은이들 전쟁에 참여시키냐’고 비판글을 썼어요.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분(노무현 전 대통령)은 다 받아들였습니다. ‘내 욕좀 해서 국민들 마음 편하면 그것좀 하라고 하십시오’라고 했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눈치보이죠?”
■ “사람 죽었을 때 장례사회 보는 게 빨갱이면 빨갱이 하련다”
김제동의 어머니는 요즘 자꾸 아들에게 “너 빨갱이 아니지”라고 되묻는다고 한다. 김제동은 그 때마다 어머니에게 “‘사람이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 사회 보는 게 빨갱이이면 나는 빨갱이 할래요’라고 대답한다”고 소개했다.
“등록금이 없어서 고생하는 대학생들 편에 서는 게 빨갱이이면 저는 빨갱이 하렵니다.”
“노동자들 짐승떼처럼 모아놓고 헬기에서 최루액 떨어트리고 하는 것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게 빨갱이면 저는 빨갱이 하렵니다.”
“해고 노동자들 모아놓고 토크 콘서트 여는 게 빨갱이이면 저는 빨갱이 하렵니다.”
연이은 김제동의 ‘빨갱이 선언’에 박수갈채가 끊이지 않았다.
■ 허리 굽혀 인사받는 것을 싫어한 노무현 콘서트 중간 문재인 이사장이 특별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돼 무대에 섰다. 대중 앞에 잘 나서지 않는 문 이사장을 보자 시민들은 오랫동안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문 이사장은 비행기 폭파 전문 특전사로 군 복무를 했다고 소개했다. 문 이사장은 당시 여단장이 전두환, 대대장이 장세동이었다고 밝혔다. 김제동은 “이런 분들에게 자꾸 국가안보를 말하면서 좌파 운운하는 것은 뭔가 잘못 되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문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문 이사장은 “부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변호사로 일하고 있을 때 그의 사무실에서 노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고 했다. “대화를 처음 나눴을 때 권위의식 없고 소탈한 모습이었어요. 아, 이 사람은 우리랑 같은 세계의 사람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날 바로 변호사 사무실을 함께 열기로 했지요.”
문 이사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노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이어나갔다.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때 이분들이 (노 전 대통령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싫어해 노 전 대통령은 (허리를 숙일 공간을 못만들도록) 일부러 그 사람에게 바짝 붙어 서곤 했습니다.” 문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2주기’는 밝게 웃어가면서 치르기로 했는데 이렇게 콘서트까지 열어주어 김제동씨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 시민들 “김제동에게 좋은 날 왔으면” 김제동은 콘서트 말미에 삼천여 시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절대 기죽고 살지 말라’는 말을 끝으로 콘서트를 마쳤다. “이 땅의 주인은 여러분입니다. 그러니 기죽지 마십시오. 그 어떤 권력에도 기죽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늘 세상의 주인입니다.”
김제동은 한 시간 삼십여분 동안 시민들의 마음을 울리고 웃겼다. 위로하고 다독였다. 다소 어두웠던 시민들의 표정은 콘서트가 끝나자 모두 밝게 변했다. 시민들은 되레 김제동을 위로 했다. 김인국(42·김해시 장유면)씨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김제동씨가 대신 해주어 그저 고마울 뿐”이라며 “언젠가 김제동씨에게 꼭 좋은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해/글·사진·영상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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