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스크랩] [진화생물학으로 풀어본 우리 몸의 비밀] 꽃이 있는 곳에서 열매가 열린다

장백산-1 2013. 3. 29. 21:33

[진화생물학으로 풀어본 우리 몸의 비밀] 꽃이 있는 곳에서 열매가 열린다
〈28〉꽃은 왜 아름다운가?


긴 겨울을 지나면 마른 나뭇가지에 자잘하게 붙은 연노랑 꽃들이 회갈색 산야를 군데군데 채색하기 시작한다. 한반도 중부에서 봄을 전하는 첫 전령(傳令), 산수유 꽃이다. 이어서 진달래,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하얀 목련이 화사하게 피면서 봄이 익어가다가, 벚꽃이 팝콘처럼 터질 때 봄은 절정에 이른다.

장미, 백합, 옥잠화, 튤립, 금낭화, 산딸나무, 나팔꽃, 국화, 코스모스, 난초, 할미꽃, 배롱나무, 패랭이꽃, 카네이션, 수선화, 해당화 …. 이름도 가지가지고, 모양과 색깔도 제각각이지만, 하나하나 모두 아름답다.

일본 헤이안 시대의 쿠카이(空海)스님(774~825)은 자신이 창제한 히라가나의 낱낱 음들을 한 번씩만 사용하여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이로하 니호에토 치리누루오(を), 와가요 다레조 츠네나라무. 우이노 오(お)쿠야마 케후코에테, 아사키 유메미지 에히모세즈.”


새ㆍ들짐승이 먹고 그 씨앗을 배설
꽃이 화려하고 열매가 향긋한 이유

번역하면 “아름다운 꽃도 언젠가 지고 마나니, 우리의 세상에서 누구들 영원하리. 유위(有爲)의 깊은 산을 오늘도 넘어가노니, 헛된 꿈도 꾸지 않고 취하지도 않으리라.” 무상(無常)의 가르침이다. 쿠카이스님이 노래하듯이 아름다운 꽃도 언젠가 지고 만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다. 꽃이 지면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열매는 씨앗으로 땅에 묻혀 뿌리를 내리고, 떡잎을 틘 후 성장하다가 다시 꽃을 피우고 결실이 이루어진다. 불전에서는 이를 ‘외연기(外緣起)’라고 부른다. ‘무정물(無情物)의 연기’라는 뜻이다.

꽃이 지면 열매를 맺는다. 여자들이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꽃이 있는 곳에서 나중에 열매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선사시대부터 열매채집을 담당해야 했던 여자들의 습관이 유전자에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진화생물학적으로 표현하면 “꽃을 좋아하는 유전인자를 갖는 여자들이 먹이 획득에 유리했고 남보다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과 꽃.



꽃은 아름답다. 그러나 짐승의 기관에 빗대어 표현하면 흉측하게도 “꽃은 식물의 생식기다.” 동물의 경우 수컷의 정자와 암컷의 난자가 만나서 수정란이 생기듯이, 식물의 경우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에 닿아야 씨앗이 생기고 열매가 열린다.

그래야 그 식물종이 계속 미래로 이어진다. 수술과 암술이 있는 부분이, 열매가 열리는 부분이 동물의 눈에 잘 띄는 식물만이 멸종하지 않고 널리 퍼져서 번식하였다. 그런 부분이 바로 ‘꽃’이다.

화석연구에 의하면 약 5억 년 전부터 육상에서 식물이 번식했지만, 꽃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열매를 먹이로 삼는 파충류나 조류, 포유류 등 육상척추동물이 출현한 다음인 1억2500만년 전부터라고 한다. 식물의 꽃은 잎과 달리 아름답고 향기롭다.

짐승의 시각과 후각을 강하게 자극하기에 쉽게 발견된다. 곤충에게 꽃이 발견되면 수분(受粉)이 일어나서 열매를 맺게 된다. 꽃이 있던 곳에서 열매가 열린다. 새나 들짐승이 이를 먹고서 멀리 이동하여 그 씨앗을 배설한다. 종자가 널리 퍼진다. 꽃이 화려하고 열매가 향기로운 이유다.

[불교신문 2842호/ 8월25일자]


김성철 교수(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과)

출처 : 옥련암
글쓴이 : 갠지스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