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생물학으로 풀어본 우리 몸의 비밀] 째진 눈이 아름다운 아시아 여성
〈31〉 눈매가 둥글거나 째진 이유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상위권에 오른 통계가 몇 가지 있다. 올림픽의 금메달, 은메달 얘기가 아니다. 자살률, 출산율, 이혼율이 그렇다는 말이다. 살기 힘들기에 목숨을 끊는 사람이 늘어나고, 키우기 힘들기에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으며, 가정은 꾸렸지만 부부간의 갈등이 깊어 이혼을 한다.
요컨대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 힘든 곳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란 말이다. 국민소득이 2만3000달러에 육박하여 절대빈곤에서는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무한비교, 무한경쟁을 모토로 삼는 ‘신(新)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사회 전반에 무차별하게 파급되고 있기 때문에 전 국민은 하루하루를 불행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 사회는 점점 밀림을 닮아간다.
그런데 이런 세 가지 통계 외에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단연 1위를 점한 분야가 있다. ‘단위 인구 당 성형수술 건수’에서 그렇다고 한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쌍까풀을 파서 눈을 둥글게 만들고, 코를 오뚝하게 높이고, 턱을 ‘브이(V) 라인’으로 깎아 갸름하게 만들며 치아교정을 하여 입이 들어가 보이게 만든다.
요점은 ‘서양사람’의 모습으로 얼굴을 개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 서양인들을 너무나 숭배하는 극히 일부의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일이긴 하다. 이들의 마음은 몸 밖으로 빠져나와 ‘이목구비’에서 방황한다. 항상 자신의 껍데기를 남과 비교하면서 살아가는 가장 불행한 삶이다.
모든 생명체, ‘힘’ 아닌 ‘형태’서 평등
사자=째진 눈, 독수리=둥근 눈 ‘적절’
진화생물학의 저변을 이루는 이데올로기 중의 하나가 ‘평등주의’다. 평등주의가 진화의 원리인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법칙과 상반되기에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모든 생명체는 ‘힘’이 아니라 ‘형태’에서 평등하다는 말이다. 모든 생명체는 그 형태에서 완벽하다. 모든 생명체의 형태는 진화의 정상을 점한다. 꿩의 모습보다 독수리의 모습이 멋진 것이 아니고, 늑대의 모습보다 소의 모습이 멋진 것이 아니다.
검은 피부보다 흰 피부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옆으로 째진 홑 꺼풀의 눈보다 둥근 쌍꺼풀의 눈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며, 두툼하게 튀어나온 입술보다 들어간 입술이 예쁜 것이 아니다. 일조량이 많은 열대지방에서는, 자외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검은 멜라닌 색소가 침착된 흑인종이 적자(適者)다.
바람이 많이 부는 아시아대륙에서는 눈이 옆으로 째져야 이물질의 침입을 차단하기 쉽다. 추운 지방에서는 열기의 방출을 막기 위해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기에 하관이 움푹하게 들어가는 반면 코가 호흡을 전담해야 한다. 코가 커진다.
동물의 눈을 보면 사람을 포함하여 사자나 말이나 늑대는 눈이 옆으로 째졌는데, 물고기나 새는 눈이 동그랗다. 왜 그럴까? 이 역시 그런 동물들의 생활환경과, 행동범위에 맞추어 형성된 모습일 뿐이다. 인간을 포함하여 사자나 소는 지상을 걷고 뛰면서 생활한다.
따라서 눈으로 탐지하는 영역이 좌우로 펼쳐져 있다. 따라서 눈동자 역시 가로방향으로 주로 움직인다. 이에 맞추어 이들의 눈은 좌우가 길고 상하의 폭이 좁은 째진 눈이 된다. 반면에 물고기나 새나 곤충은 좌우와 상하의 모든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먹이를 구한다.
수직방향의 상하와 수평방향의 좌우 모두 균등하게 이들의 활동영역이기에 눈동자 역시 세로와 가로의 길이가 동등하다. 이들의 눈이 둥근 이유다.
사자나 얼룩말의 째진 눈보다 독수리나 금붕어의 둥근 눈이 예쁜 것이 아니다. 모든 생명은 아름답다. 모든 사람은 아름답다. 진화생물학의 ‘형태 평등주의’를 교훈 삼아 대한민국에서 성형광풍이 잦아들기 바란다.
[불교신문 2848호/ 9월15일자]
김성철 교수(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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