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없는 보리도를 성취하려면
언제나 평등한 마음을 가지라.
친하고 성글거나 밉고 고움 있으면
도는 더욱 멀어지고 업은 더욱 깊어지리.
- <자경문 10. 居衆中 心常平等> -
<信心名>에서도 말한다
.
‘지극한 道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오직 分看하고 選擇함을 꺼릴 뿐!
다만 憎惡하고 愛着함만 없다면 툭 트여 明白하리라.’
‘좋다 싫다’, ‘밉다 곱다’를 選택하는 것은 바로 내 基準이다.
내 立場 내 基準에서 좋고 싫으며 밉고 고울 뿐, 입장이나 기준이 바뀌면
얼마든지 호오(好惡)와 선악(善惡)이 바뀔 수 있다.
이러한 나의 固定觀念과 先入見이야말로 바로 아상(我相)이며, 輪廻의 根本이 되는 것이다.
가령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쁜 놈’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일지라도,
내가 그에게 큰 은덕을 입은 바가 있다면, 내게는 ‘은인’이며 내 입장에서는 ‘좋은 사람’일 수도 있다.
이와 반대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참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하는 사람일지라도,
내가 그에게 큰 해악을 입은 바가 있다면, 내게는 ‘원수’이며 ‘나쁜 놈’일수도 있다고 하는 것이다.
증오하고 애착함이 없다면 모두가 트여서 명백하리라
예컨대 9.11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은 선인인가, 악인인가?
피해를 입은 미국측의 입장에서 그는 악마의 화신이지만,
입장을 달리하는 이슬람측에서는 성전의 영웅이다.
하얼빈역에서 이토오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는 선인인가, 악인인가?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그는 분명 나라를 위하여 자기 한 몸을 희생한 의사(義士)이자 열사이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는 테러범이자 암살범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立場이 바뀌면 判斷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사실 긴 안목에서 보자면, 현재의 원수가 오히려 은인일 수도 있으며, 현재의 은인이 원수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상황을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원수야말로 나의 마음공부 시켜주는 은인이 될 수도 있으며,
나에게 잘해주기만 하는 이가 오히려 나의 분발심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自身의 立場에서 좋고 나쁜 일에 너무 예민하게 反應할 것이 아니라,
人生之事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를 교훈삼아 덤덤히 지낼 필요가 있다.
사람마다 마음의 도장을 지니고 있다.
어떤 이는 虛空도장을 갖고 있어, 무슨 일이든 마치 虛空에 도장을 찍은 듯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살아간다.
또 어떤 이는 물도장을 갖고 있어, 마치 물에 도장을 찍은 듯 逆順境界에 부딪혀 瞬間的으로
마음이 출렁이긴 하지만 얼마 안가서 平定心을 회복한다.
다시 어떤 이는 진흙도장을 갖고 있어, 마치 진흙에 도장을 찍은 듯
좋고 나쁜 記憶을 한동안 잊지 아니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는 콘크리트도장을 지니고 있다. 마치 콘크리트에 도장을 찍듯,
하나도 잊지 않고 좋은 일 나쁜 일을 반드시 記憶해서 世世生生 모두 갚아야 직성이 풀린다.
나는 어떤 도장을 갖고 있을까?
월호스님 / 쌍계사 승가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