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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 걸린 기자들아!!!!

장백산-1 2014. 4. 25.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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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 걸린 기자분들께…” 단원고 학생 편지 ‘눈길’

등록 : 2014.04.24 15:46수정 : 2014.04.24 16:59

세월호 침몰 9일째인 24일 오전 임시휴교 후 첫 등교를 하던 안산단원고 3학년생들이 노제를 마친 세월호 희생자의 운구행렬을 향해 고개 숙여 고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있다. 안산단원고 정문에는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노란리본이 묶여 있다. 2014.04.24/뉴시스

[세월호 참사]
교실 뒤지고, 담배꽁초 마구 버리기까지…
‘참사 과잉 취재’에 혈안된 언론들 ‘질타’
현장 기자들도 “이건 아니다” 공감대 형성…
그러나 일부 언론의 무리한 취재 계속돼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학교 후배들의 영정 앞에 꽃 한 송이를 바치러 왔던 안산 단원고 3학년 이아무개(18)양은 임시 합동분향소 앞에서 기자들에게 붙잡혔다. 23일 오전 임시 합동분향소가 경기 안산 올림픽기념관 체육관에 차려진 첫날이었다.

어떤 기자가 이양을 먼저 붙잡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들었다. 이양 주변에는 작은 원이 만들어졌고, 이양은 수많은 카메라와 사진기에 둘러쌓였다. 놀라서 고개를 떨군 이양에게 여기저기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숨진 학생들) 보고 싶지 않아요?”, “(숨진 학생들) 돌아온다고 믿어요?”…. 취재진들은 숨을 죽이고 이양의 입에서 무언가 한 마디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이양은 간신히 “네”라고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곧 주변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중년 여성이 작은 원을 뚫고 들어와 이양의 손을 잡았다. “그만하시라”는 말과 함께 이 여성은 이양을 데리고 어디론가 빠르게 사라졌다. 취재진들은 차마 이양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이양의 뒷모습을 미안하게 바라보며 서있던 한 젊은 남자 기자에게 ‘선배’로 보이는 한 여자 기자가 와서 물었다. “몇학년이래요?” 젊은 남자 기자가 “그게 저…”라며 우물쭈물하자, 이 여자 기자는 말했다. “그걸 알아야죠.”

23일 오후 3시 안산 단원고 정문 앞에서는 기자들과 학부모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앞서 이날 오전 경기도교육청은 취재진에게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만 학교 안 취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던 취재진들에게 한 학부모가 “학교 안 출입은 안 된다”고 말했다. 취재진들은 “어떻게 학부모와 합의도 제대로 안하고 기자들을 부른 것이냐”며 현장에 있던 경기도교육청 공무원에게 항의했다. 결국 이들은 취재진 가운데 10명(사진기자 3명·방송기자 3명·취재기자 3명·외신기자 1명)만 뽑아 학교 안에 들여보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곧 취재기자들 사이에서 미묘한 다툼이 일어났고, 결국 4명의 취재기자가 학교에 들어가기로 결정됐다. 한쪽에서는 단원고 관계자가 나와 “기자분들 제발 학교 안은 금연이니까 담배피고 꽁초 버리지 말고 학생들 물건 뒤지거나 학생·교사 인터뷰는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났던 16일 일부 기자들이 학교 안에서 숨진 학생들의 책상을 마구 뒤지고 학교 안에 담배꽁초를 마구 버렸던 행동을 다시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었다.

하루 뒤인 24일 낮 12시10분께 안산 단원고 정문 들머리에서 정운선 교육부 학생건강지원센터 센터장(경북대 소아정신과 교수)이 편지글을 읽어나갔다. 단원고 3학년 학생이 기자들에게 쓴 글이었다.

“대한민국의 직업병 걸린 기자분들께. 저는 단원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입니다. 제가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싶은 말과 또 제가 직접 보고 들으며 느낀 점에 대해서 간략히 몇 글자 적어봅니다. 저는 올해 들어 장래 희망이 바뀌었습니다. 원래 저의 장래 희망도 기자였습니다. 저의 꿈이 바뀐 이유는 바로 여러분의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양심과 신념을 뒤로 한 채 가만 있어도 죽을 만큼 힘든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분들, 애타게 기다리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줬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국민들에게 사실을 전달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업적을 쌓고 공적을 올리기 위해서만 앞뒤 물불 안가리고 일에 몰두하는 것을 보면서 부끄럽고, 경멸스럽고, 안타까웠습니다.”

오늘 8일 만에 등교한 학생들의 상태에 대해 브리핑을 듣기 위해 모여 있던 100여명의 기자들 사이에서는 침묵만 감돌았다. 정 센터장의 말이 끝난 뒤, 그동안 이런 상황에서 늘 있었던 기자들의 질문 공세는 없었다. 정 센터장은 “피해자들의 심리치료를 위해서는 언론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 학생과 교사 등에 대한 개별 인터뷰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브리핑이 끝나자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다 건너가자”, “건너가 주세요”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모두 학교 정문에서 20m 떨어진 건너편 도로로 건너가 멀찍히 자리를 잡았다. 곧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학교에서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인터뷰를 위해 학생들을 붙잡는 기자는 아무도 없었고, 대부분이 사진기와 카메라를 내려놨다. 몇몇 기자들은 미안한 표정으로 하교하는 아이들을 멀찌감치서 바라봤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면서 언론에 학생·학부모·교사 등의 사진이나 인터뷰 기사는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되며 자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 취재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취재 방식은 아니다’라는 공감대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수백개의 언론사의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전히 일부 언론의 무리한 취재는 계속되고 있다.

안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