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中一切多中一 (일중일체다중일)
하나 속에 모두가 있고, 모두 속에 하나가 있으며
緣起法의 根本原理는 하나하나의 이것과 저것은 그 自體로는 存立 根據가 없다는 말입니다.
낱낱의 個體인 '나'가 모두 온宇宙만큼이나 큰 生命의 場으로 살고 있으며, 宇宙는 모든 生命의 數만큼 겹쳐진
生命의 宇宙입니다. 이를 화엄(華嚴)에서는 중중무진(重重無盡)이라고 이름하여 부릅니다.
상입(相入)의 세계
이제 華嚴에서 말하는 緣起의 새로운 表現 가운데 하나인 相入의 世界에 발을 들여 놓게 됐습니다.
華嚴은 實相인 緣起法을 大日如來가 빛으로 나투고 있는 모습으로 描寫하면서 깨달음의 世界를 表現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아마 인드라網의 비유는 많이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인드라神[帝釋天]의 居處에는 그물 코 마다 한 개의 빛나는 寶石이 박혀 있으면서 모든 方向으로 無限히 뻗친
그물이 있습니다. 無限히 天地四方으로 뻗친 그물이기 때문에 그물 코마다 박힌 寶石도 無限히 많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寶石 하나하나를 自細히 살펴보면 하나마다 다른 모든 寶石들이 反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하나하나마다 無限의 寶石들이 全部 反射되고 있는 비유를 가지고 華嚴에서 말하는 重重無盡法界의
緣起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緣起法의 根本原理는 하나하나의 이것과 저것은 그 自體만으로는 存立根據가 없다는 것입니다.
自身 스스로가 存在의 原因이 될 수 없기 때문에 必然的으로 다른 것에 依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다고 이것과 저것의 相互關係 그물網 以外의 다른 곳에 存立根據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相互關係의 그물網에서만 서로가 서로에게 存在의 根據가 되고 있습니다.
이것과 저것은 서로가 原因이면서 同時에 結果로서 서로 서로를 存在하게 됩니다.
곧 原因인 나에 依해서 結果인 너가 있게 되지만, 내가 原因인 理由도 結果인 너에 依해서 原因이 될 수 있으며,
結果인 나에 依해서 너가 原因이 됩니다. 原因과 結果도 그 自體로서 原因과 結果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原因과 結果로서 作用하기 때문에 原因과 結果일 뿐입니다.
結果인 나를 存在하게 하는 原因으로서의 모든 것이 내 속에서 꽃 피웠을 때만이 나의 存在가 可能하기에
나에게는 모든 存在들의 힘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제는 내가 모든 存在의 中心으로 一切가 나를 위해 存在합니다.
곧 結果인 내가 存在하기 때문에 모든 것들이 原因으로 存在할 수 있습니다. 反對로 내가 原因으로 作用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結果로서 存在하게 됩니다. 모든 것 가운데에 내가 그들의 存立 根據로서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나 또는 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위의 關係로 볼 때 나 또는 너의 生命이 이 몸에 限定되어 있다고
生覺해서는 안됩니다. 너와 나의 몸을 이루는 보이지 않는 生命의 힘이 온 宇宙에 充滿되어 있습니다.
너와 나의 生命의 몸은 宇宙의 크기와 同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낱낱이 無限 宇宙의 모든 生命의
原因이 되기도 하고 結果가 되기도 합니다.
수행을 통해서 삼매 체험을 하게 되면 스스로 몸의 限界를 벗어나는 것을 自覺할 수 있는 境遇가 있는데,
이와 같은 經險이 바로 연기공성(緣起空性)의 無限 生命의 場을 살고 있는 證據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낱낱의 나가 모두 온 宇宙만큼이나 큰 生命의 場으로써 살고 있으며, 宇宙는 모든 生命의 數만큼 겹쳐진
生命의 宇宙입니다. 이를 華嚴에서는 重重無盡法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앞서 例를 든 인드라網의 寶石 구슬처럼 天地四方으로 無限히 겹쳐진 寶石 빛들의 相互侵透와 같이,
모든 衆生들의 빛도 相互侵透하면서 낱낱의 自己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것이 부처님과 부처님이
빛으로 어울린 世界, 生命의 數만큼 많은 비로자나佛이 겹쳐진 宇宙로서의 華嚴의 法界입니다.
이와 같은 相互侵透關係를 앞에서 主人이면서 客이고 同時에 客이면서 主人으로 말씀 드렸습니다.
이와 같은 相互侵透關係는 十二支緣起 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無明이 原因이 되어 나머지 11지(十一支)가
結果로 있게 되지만 無明이 原因이 될 수 있는 것은 나머지 지(支)들이 結果로서 있기 때문입니다. 結果 없이
無明이 홀로 存立할 수 없습니다. 이 逆도 앞의 예와 마찬가지로 成立됩니다. 나머지 11지가 原因이 되어서
無明이 있게 됩니다. 낱낱 가지들을 나누어 生覺해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서 알 수 았는 것은 비록 12緣起가 열 두 가지의 항목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각 항목들이 그 自體로
獨立되어 있지 않고 나머지 열 한 가지 항목을 모두 包含하고 있다는 事實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2支 가운데
하나라도 自性이 없음을 分明하게 알지 못한다면 生死輪廻하게 되며, 만일 하나의 支라도 空性임을 투철히 안다면,
나머지 가지들도 저절로 空性임을 알게 되어 修行이 完成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