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스크랩] 복의 정체

장백산-1 2015. 2. 21. 11:39

 복(福)의 정체

 

1. 복을 빌고 복을 짓고

우리는 복(福) 받기를 바라고.

그래서 복을 빈다.

재복(財福)도 빌고

무병장수도 빌고

천당에 가고 극락에 가기를 빈다.

 

그렇게

복을 바라는 마음이야 인지상정이니

그것을 두고 시비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복을 빈다고 복이 오는 것일까?

흔히

그런 이야기를 한다.

복이 담길 그릇이 되어야

복이 와도 받을 수 있는 것이지

그릇이 안 된다면

복이 온다한들

담을 수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귀에 담기 어려운 따가운 질책이다.

달리 말하면,

복(福)을 받느냐

그렇지 않고

화(禍)를 입느냐 하는 것은

인과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란 것을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눈치 빠른 사람들은

복을 지어라’고 말한다.

 

 

 

요컨대

복을 받기 위해서는

복을 받을만한

착한 일을 하라는 것일 터이다.

 

물론

착한 일을 해서 복을 받는 것은 좋다.

그러나

만약

복을 받기 위해서 착한 일을 한다면

그게 얼마나 착할 수 있을까?

 

복이라는

명확한 대가성을 향하고 있는,

이해관계가 계산되어 있는 바에야

착한 일이란 것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일까?

 

계산이 치밀하면 할수록

그리고

대가성을 요구하는 마음이 강하면 강할수록

착한 것과는 멀어질 것이다.

 

그러니

착한 ’을 해서 복을 받는다는

계산은 맞아 들어가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렇게 보면

‘복을 비는’ 것이나

‘복을 짓는다’는 것의

질적 차이는 없는 셈이다.

오십보 백보다.

뒤집어 말하면

대가성을 요하지 않을수록

그리고

복에 대한

계산이 없을수록 착한 것이며

복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불교에서

무주상(無住相) 보시를

그렇게 강조하는 것도

 

복덕성(福德性)은

그 이름이 복덕일 뿐

복덕이 아니다’라고 가르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지 모른다.


2. ‘천당을 가려는 자 지옥을 가고’

우리는

절에서는 부처님을 향해서

교회에서는 하나님을 향해서 복을 빈다.

복을 빌면

복을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빈다.

 

그래서 흔히들

'종교=신앙(믿음)'으로 등치시킨다.

그러나

종교(宗敎)라는 것은

문자 그대로 마루 되는 가르침,

더 없는 가르침 이다.

절대자에 대한

맹신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


절대자에 대한 믿음이란 것도 그렇다.

한국종교사를 보면

기복신앙(祈福信仰)이 주류를 이룬다.

이점은

21세기 오늘에도 전혀 다를 바 없다.

 

아마

종교지도자들도

고심하고 있는 문제도 이 문제일 것 같다.

 

가르침을 믿고 말씀을 실천하는 삶,

그것이

종교의 본래적 생명력일 것이지만

우리의 현실은

기복(祈福)을 매개를 하는 신앙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종교계도

그만큼 혼탁하기 때문이다.

기복신앙이란 것은

냉혹하게 잘라 말하면 미혹된 믿음,

미신(迷信)이다.

 

 

 

이미

일제시대 때 만해 한용운이

불교유신을 외칠 때

기복적인 ‘염불당(念佛堂)’을

없앨 것을 말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종교를 믿는다는 것에

과연

대가성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일까?

온전한 가르침에 따라 살고

말씀을 실천하는 삶,

 

그러한

삶의 궤적을 스스로 확보하는

그 이상의

대가가 있을 수 있는 것일까?

 

만약

복(福)을 대가로 하는 믿음이라면,

복을 줄 것이기에

믿음이 성립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믿음이 아니라 흥정이 아닐까?

물론

온전한 믿음에서

자연스레 복이 올 수는 있다.

그러나

복을 구하는 믿음과

대가성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면

온전한 믿음은 있을 수 없다.

 

종교를 펼치는 방편으로

복을 말하고 있기야 하겠지만

복을 빌라고 가르치는

종교는 없을 것이다.

 

진리로 인도하는 것이 종교이지

인간으로 하여금

복을 비는 거지로 만드는 것이

종교는 아닐 것이기에.

 

이면 가고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종교이지

 

이 있으면 가고

복이 없으면 가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 종교는 아닐 것이기에.



아마

10년도 더 지났을 것 같다.

어느 선생님으로부터

지옥을 가려는 자 천당을 가고

천당을 가려는 자는 지옥을 갈 것이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었다.

참으로

통렬한 말씀이었다.

자기가 지은 죄에 대해서는 부끄럽지만

지은 바를 받아들이는 것에는

당당할 수 있다는 것,
천당을 가도 내가 가고

지옥을 가도 내가 간다는 것,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의 마지막 양심이고

마지막 자존심이고

또한

자기 구원의

마지막 출구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이 믿음의 시작인지 모른다.

by/배영순(영남대교수)

     

 

출처 : 무진장 - 행운의 집
글쓴이 : 유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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