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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의 일부인 나

장백산-1 2015. 3. 27. 13:23

 

 

 

 

15. 03. 25 - 자연에 기댄 조화로운 삶  |불교방송 다시듣기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평일 07:50~08:00)

2015년 03월 25일 방송  ' 자연에 기댄 조화로운 삶 '

 

 

 

 

 

자연에 기댄 조화로운 삶

 

수 년 전 어느 봄, 발 아래에 피어난 제비꽃 한 송이가 내 가슴을 활짝 열리게 해 주었던 바로 그 해

나는 텃밭을 일구고, 흙 속에 푹 빠져 지낸 적이 있었다. 그 해 이맘 때 즈음 써둔 농사일기 한 편을

오늘은 함께 공유해 본다.

 

"오랜 겨울 추위를 뒤로 하고 온 세상이 봄소식으로 한창이다. 우리 도량 주변에도 진달래, 개나리,

백목련, 자목련, 산수유, 벚꽃 등이 예쁜 꽃을 피웠고, 가만히 발 아래를 살펴보면 민들레, 제비꽃,

양지꽃, 냉이꽃, 꽃다지 등이 지천으로 피어올라 봄기운을 느끼기에 손색이 없다. 오늘은 겨우내

그렇게 기다려왔던 씨앗을 뿌렸다. 장에 가서 구해 온 온갖 씨앗들과 얼마 전 신도님들께 보시 받아

놓은 씨감자며 땅콩, 팥 등을 지난 겨울부터 만들어 둔 텃밭에 나누어 심으며 봄의 조화에 동참했다.

 

이것 저것 많이 심어 놓았는데 잘 키워 먹는 것도 먹는 것이지만 그 작은 씨앗들이 자라는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내 안에서는 맑은 샘이 넘쳐흐르는 것 같다. 그런 연유로 올해는 좀 욕심을 부렸다. 감자,

, 땅콩, 상추, 쑥갓, 알타리무, 부추, , 들깨, 취나물, 아욱, 치커리, 청경채, 근대, 케일, 참나물 등

한달 후 쯤 모종을 사다 심을 것들까지 생각해 보면 아직 심어야 할 것들이 한참이다.

 

씨앗을 뿌리기 전에 잠시 기도를 드렸다. 텃밭에서 오늘 하루 내가 밟고 일해야 할 흙에게, 또 나에게

공간을 나누어 줘야 할 땅이며 땅 속의 모든 생명들에게 양해와 감사의 기도를 먼저 드리고 일을 시작했다.

 

사실 삽자루를 들고 흙을 파헤친다는 것이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흙을 한 번 파헤칠 때마다 그 속에서는 얼마의 生命이 죽어갈 지도 모르고 행여 지렁이 몸을

두 동강 내게 될 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하기야 요즘같이 포크레인 같은 대형 장비를 가지고 山 하나를 불과 몇 일 만에 平地로 만들어 놓고

그 위에 산 크기 만한 빌딩을 올린다거나, 그렇지 않아도 너무 빠른 세상 좀 더 빠르게 가겠다는 생각에

산에 커다란 터널을 뚫는 일이 아무런 반성과 미안함 없이 지금 이 시간에도 수없이 행해지고 있음을

본다면 이 말이 과민하고 하찮은 말로 들릴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山에도 들에도 흙에도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도 내 生命과 똑같은, 부처님

生命과 똑같은 生命이 담겨있다. 山河大地 곳곳에 하느님의 靈性이 담겨있다. 사람만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온 宇宙의 모든 存在, 모든 生命들이 그대로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다.

 

이 世上 모든 것들은 人間이 人爲的으로 바꾸고 손을 대기 前에는 꼭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있다. 그래서

이 世上을 법계法界라고 하는 것이다. 그냥 世上이 아니라 眞理의 世界라는 말이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大自然에 最大限 우리의 欲心을 介入시키지 말고, 훼손시키지 말고, 우리의 判斷이나 分別

知識으로 大自然의 智慧로운 運行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아직도 나의 農事는 너무 서투르고 여전히 破壞的이며 人爲的이다. 그러나 될 수 있다면 '마음밭'

일구듯 저 밭을 일구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大自然의 變化에 턱 맡기고 함께 따라 흐를 수 있도록,

나와 大自然이 둘이 아니고 大自然의 一部일 수 있도록, 저 돌과 바람과 하늘처럼 나도 돌과 바람과

하늘과 하나일 수 있도록, 自然의 變化에 맞춰 내 삶의 리듬도 그 自然의 調和로운 變化에 장단을

맞출 수 있도록 그렇게 조화롭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싶다."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평일 07:50~08:00)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