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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 삶과 꿈 깬 삶

장백산-1 2016. 5. 6. 00:21

꿈속 삶과 꿈 깬 삶 
2016년 05월 02일 (월)  / 법상 스님  beopbo  
 
논리학에 보면  범주의 오류라는 용어가 있다. 철학자 길버트 라일이 데카르트를 비판하고자 사용한

용어인데 이는 어떤 범주에 속한 것을 전혀 다른 범주에 속해 있는 定義나 說明으로 바꿔서 설명할 때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세간의 색안경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꿈속 같은 삶에서 못 벗어나
 망상 번뇌에서 완전히 벗어나면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가 깨어있는 삶


마음공부를 함에 있어도 범주의 오류를 흔히 접하게 된다. 불교 공부는 우리가 사는 이 世間을 뛰어넘어

出世間에 도달하는 공부다. 출세간은 세간과는 전혀 다른 범주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출세간이라는

열반(涅槃)을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하다보니, 이 세간의 지식으로 출세간의 法을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에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세간에서는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냄새 맡아지고, 맛 보아지고, 감촉이 느껴지고, 생각되는 것들이

主로 경험의 경계 대상이다. 그러나 出世間이라는 眞理, 法, 本來面目, 佛(부처), 깨달음, 본래의 나, 진짜

나, 근원의 나, 본심, 본성, 법성, 불성, 진성, 진심이라는 槪念들은 눈에 보이지도 귀에 들리는 지도 코에

냄새가 맡아지지도 혀에 맛이 보아지지도 피부에 감촉이 느껴지지도 않는 것이며, 더욱이 생각으로 이

될 수 있는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경계 대상이 아니다.

 

 

즉, 세간에서는 眼 耳 鼻 舌 身 意인 六根이 色 聲 香 味 觸 法인 六境을 만날 때 眼識 耳識 鼻識 舌識 身識

意識이 認識할 뿐이기에 六境이라는 對相 境界가 아닌 출세간은 六識으로 認識될 수 없다. 바로 이 출세간,

법, 진리, 본래면목은 육식의 대상 경계가 아니기에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하는 생각 마음으로는 인식될

없는 것이다. 즉, 출세간, 법, 진리, 깨달음, 본래면목, 진짜 나, 본래의 나, 본심, 본성이라는 佛法은 머리

지식로는 결코 이해할 수도 없고, 언어로 설명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출세간의 진리를 세간의 말로 이해시키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용수는 中論에서 世俗諦와 勝義諦

라는 방편의 언어를 사용했다. 즉, 眞理라는 勝義諦는 전혀 세속적인 방법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범주이다

보니 또 그렇다고 해서 말로 설명하지 않으면 출세간, 眞理를 알 수도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言語 말이

라는 세속적인 방편을 빌어 설명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세산과 출세간 이것은 마치 꿈과도 같다. 세간은 꿈 속 세상이고 출세간은 꿈에서 깨어있는 세상이다. ‘꿈

속의 세상’과 ‘꿈에서 깨어나 있는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의 범주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의 意識은 꿈속 세

상에서 더 좋은 꿈만을 계속해서 꾸려고 노력하고, 더 좋은 삶을 만드는 일에만 사로잡혀 있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꿈속 세상에서 깨어나 있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고, 꿈속 세상을 깨어나는 것은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하는 생각 마음의 認識  범주 바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법공부에서는 더 좋은 꿈을 계속 꾸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꿈속 세상에서 깨어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완전히 다른 두 범주를 설함

없이 설하고 있는 것이다.

 

꿈속 세상에서 고통 받는 수많은 중생들을 전부 다 좇아다니면서 구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내가 꿈속 세상에서 깨어나면 된다. 내 의식이 꿈속 세상에서 깨어나면 同時에 꿈속 세상의 모든 이들이

한꺼번에 구제된다. 그 꿈속의 수많은 중생들이 곧 내 꿈속 일일 뿐이기에 그들이 곧 나인 것이다. 그렇기

에 내가 깨달으면 온 우주가 함께 깨닫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이 이해가 잘 안 될 것이다. 출세간은 세간적인 지식으로 이해가 되는 경계 대상이 아니기 때문

이다. 그래서 때때로 불교가 세간의 놀림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출세간, 진리, 법, 본래면목, 진짜 나에 다

다른 사람은 홀로 그 뜻을 안다고 했다. 이처럼 출세간, 진리, 법성, 본래면목이라는 출세간법은 세간법과

는 다른 범주임에도 무의식적으로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하는 생각 마음이라는 세간의 범주로 출세간

의 진실을 헤아리려고 하니 ‘범주의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또 세간과는 다른

출세간이라는 特別한 어떤 ‘범주’가 實體的으로 존재한다고 오해를 할 것이다. 이는 출세간이라는 방편의

말을 오해한 것이다. ‘범주의 오류’ 를 또한 어쩔 수 없이 사용한 하나의 방편의 언어가 출세간일 뿐이다.

 

事實 出世間과 世間은 둘로 분리되어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출세간과 세간은 色卽是空  空卽是色이며,

생사가 卽 열반이고, 번뇌가 卽 깨달음이고, 無明의 實性이 卽 佛性이고, 幻化인 空身 즉, 우주삼라만상

만물, 우리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卽 法身佛이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의 세상 즉,

세간이 당장 우리 눈앞 목전에 드러난 출세간, 법, 진리이다. 꿈 속 세상이 있는 그대로 꿈속에서 꺠어나

있는 세상인 것이다. 꿈속 세상이란 무의식적으로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하는 미혹한 중생의 생각 번

뇌 망상이라는 分別心 分別意識의 세계이다.

 

 

중생이 무의식적으로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하는 생각 번뇌 망상인 분별심 분별의식이라는 색안경

쓰고 이 세상, 삶, 현실을 보기에 그에게는 세간 상만 보일 뿐이고, 무의식적으로 시비 분별하는 생각

망상 번뇌라는 분별심 분별의식이라는 색안경을 벗어버리고 이 세상, 삶, 현실을 본다면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의 이 세상 모든 것들 즉, 세간의 상이 출세간의 상 없는 진실한 세계, 진리

의 세계, 법계, 아니 아무것도 없는 텅~빈 평범한 세계라는 사실이 곧장 드러날 것이다.

 

 

▲ 법상 스님
목탁소리 지도법사


[1342호 / 2016년 5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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