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이 세상 모든 것이 한 바탕이다

장백산-1 2016. 9. 5. 11:26

[문] 이 세상 모든 것이 한 바탕이라고 생각하니 예전에 간절한 마음이 덜해지는 것 같습니다. 


[답] 이 세상 모든 것이 한 바탕이라고 ‘알아들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요. 지금 그 질문을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 보시오. 이 세상 모든 것이 전부 한 바탕이라면 간절한 마음이니 덜 간절한 마음이니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하는 구분하는 마음이라는 말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이며, 또 예전엔 마음이

간절했는데 지금은 그런 간절한 마음이 덜해서 걱정이 덜하다고 생각하는 그놈은 또 무엇이요?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한 바탕이라고 알고 있으면서 아직도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내가 

거기에 얼마나 부합하게 행동하고 있는가, 그렇지 못한가를 가지고 공부 진척의 척도로 삼는다면

그 사람은 아직도 法門을 제대로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이오.


이 세상 모든 것, 우리들, 우주삼라만상만물 모두가 한 바탕이라는 소리를 알아듣고 지금껏 그래 

온 것처럼 그 말을 하나의 알음알이(知識), 분별심, 분별의식, 지견, 견해, 이해로 쌓아나가는 것

으로써 공부를 삼는다면 그건 전혀 거꾸로 가고 있는 거요. 그렇게 한 바탕이라고 아는 것과 자취도 

없이 그 한 바탕에 진정으로 계합(契合)해버린 것과의 차이를 막연하게나마 한번 떠올려 보시오. 


지금 그렇게 질문하는 사람은 이미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한 바탕일 뿐이라고 철썩 같이 알아듣고, 

보이는 족족 죄다 한 바탕 하나라고 들이대며 다니지 않을까 걱정이오. 이 法은 本來부터 일여(一如)

이기에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지만(不一不二), 미혹(迷惑)한 인간이 연생(緣生)이 무생(無生)인 

道理를 깨우치지 못하고 어리석게 눈앞의 對相 境界를 執着하고 取해 고정된 실체가 없는 허망한

꿈, 아지랑이, 안개, 허깨비, 신기루,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와도 같은 그 對相 境界를 固有한 

성품(性稟)을 지닌 實體로 錯覺(착각)하여 허망한 그 對相 境界들이 실제로 있다고 여겨서 分別하고 

執着하기 때문에, 그 미혹하고 허망한 마음 생각 착각 의식을 깨어주기 위해 이 세상 모든 것이 전부

한 바탕일 뿐이라고 方便의 말로 말한 것뿐이오. 


꿈속에서 일어난 일을 생각해 보시오. 꿈속에선 형형색색 울퉁불퉁한 온갖 것들이 제각각 저마다의

고유한 성품을 지닌 실체로서 나타나 한바탕 꿈판 드라마를 연출하지만, 막상 꿈을 깨고 나면 한바탕

꿈판의 드라마 그것이 몽땅 자기 한마음이 變해서 나투어진 現象이었다는 事實을 알듯이, 有情, 無情

을 막론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눈앞의 모든 이런 것 모든 저런 것들은 전부 다 本來의 참 성품 

바다에서 因緣 따라 꿈 처럼, 신기루 처럼, 물거품 처럼, 그림자 처럼 투사되어 나투어진 것이니, 이

세상 모든 것 그것들을 다시 하나니 둘이니 하고 分別하는 마음 생각 의식 그 自體가 어리석은 일이요.


그러니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한 바탕이라는 말을 들었거든 그 말을 추켜들고 한 바탕이니 아니니,

한 바탕이라 간절한 마음이 없어지니 어쩌니 하며 뿌옇게 먼지만 피워 앞을 가리지 말고,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한 바탕이라면 과연 그 말이 무슨 뜻인가를 좀 더 진지한 마음자세로 투철히 참구해 보시오.


-현정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