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는 어떻게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무산시켰나?
최상원 입력 2017.04.10. 19:26 수정 2017.04.10. 22:16
3분 남기고 사퇴하는 벼랑 끝 전술로 도지사 보궐선거 무산시켜
중앙선관위 "제도개선 추진하겠다" 공식입장 냈으나 사후약방문
[한겨레]
도지사 보궐선거를 의도적으로 무산시키려는 홍준표 전 경남지사 앞에서 공직선거법 등 현행 법률은 너무도 맥없이 무너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공식입장을 냈으나, 사후약방문에 불과했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홍 지사는 대선 입후보를 위한 공직 사퇴시한을 3분 남긴 지난 9일 밤 11시57분 사임통지서를 경남도의회 의장에게 제출했다. 도지사 보궐선거를 실시하기 위해 남은 절차인 홍 지사 사퇴 사실의 경남도선관위 통보는 통보시한인 이날 밤 12시까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도지사 보궐선거는 무산됐다.
이는 홍 지사가 도지사 보궐선거를 의도적으로 무산시키기 위해, 공직선거법과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보궐선거에 입후보하려는 공무원의 사임 절차와 △보궐선거 실시사유 확정 절차 사이의 허점을 철저히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홍 지사가 대선 출마 전부터 “9일 밤늦게 사퇴해 도지사 보궐선거를 막겠다”고 예고했음에도, 선관위는 “우리도 답답하다”며 가슴만 쳤을 뿐 홍 지사를 막지 못했다.
■ 보궐선거에 입후보하려는 공무원의 사임 절차 공직선거법은 보궐선거에 입후보하려는 공무원은 선거일 전 3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그 직을 사임하려면 지방의회 의장에게 사임일을 적은 사임통지서를 미리 서면으로 알리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홍 지사가 5월9일 열리는 대통령선거에 입후보하려면 선거일 30일 전인 4월9일까지 사임통지서를 경남도의회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홍 지사는 사퇴시한 3분 전인 지난 9일 밤 11시57분 전자문서로 사임통지서를 경남도의회 의장에게 제출했고, 확인 차원에서 1분 뒤인 밤 11시58분 인편으로 같은 내용의 사임통지서를 또다시 경남도의회 의장에게 제출했다.
■ 보궐선거 실시사유 확정 절차 공직선거법은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는 해에는 대통령 선거일 전 30일까지 실시사유가 확정된 보궐선거를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5월9일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므로, 30일 전인 4월9일까지 실시사유가 확정된 보궐선거는 대통령선거와 함께 실시하게 되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은 또 지방자치단체장 보궐선거의 ‘선거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는 궐위된 지방자치단체장의 직무를 대행하는 자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궐선거 사유를 통지한 날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4월9일까지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홍 지사의 사퇴 사실을 경남도선관위에 통보하면 5월9일 대통령선거 때 도지사 보궐선거도 하게 된다. 하지만 선관위에 통보해야 하는 시점은 정해져 있지 않다.
■ 무산된 도지사 보궐선거 홍 지사가 대선 입후보를 위해 도지사직을 사퇴해야 하는 시한과 도지사 보궐선거 실시사유 확정 시한은 모두 4월9일 밤 12시까지였다.
홍 지사는 사퇴시한을 3분 남기고 사퇴했다. 도지사 보궐선거를 실시할 수 있도록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경남도선관위에 홍 지사 사퇴 사실을 통보할 수 있는 시간여유는 3분뿐이었다. 하지만 전자문서로 통보하면 통보 자체엔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선관위에 보낼 문서를 미리 만들어뒀다면, 얼마든지 4월9일 밤 12시 전에 통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통보시점이 법에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다음날 통보해도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 결국 홍 지사는 대선에 입후보할 수 있게 됐지만, 도지사 보궐선거는 무산됐다. 그것이 홍 지사가 바라는 것이었다.
창원/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뉴라이트,친일독재반민족,수구기득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朴 황태자' 우병우 영장 기각..'무소불위' 민정수석 도마 (0) | 2017.04.12 |
---|---|
'검찰이 박살 낸 고영태 현관문' 긴급체포 페북 사진 (0) | 2017.04.12 |
'친박' 조원진 탈당선언.."자유한국당 보수당 아냐" (0) | 2017.04.08 |
지사직 사퇴 안 한 홍준표..'꼼수 사퇴' 논란 (0) | 2017.04.06 |
전두환 회고록, 욕하고 넘길 일 아니다 (0) | 2017.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