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의 노력은 꿈의 한 장면일 뿐이다
나 자신이 실체가 없다면, 실체가 없는 내가 하는 일은 모두 꿈속에서 펼쳐지는 꿈과 같을 것입니다. 내가 사는 이 세상이 실체가 없다면, 내가 경험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은 허깨비 그림자와 같을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생각들이 진실하다면 진실하다고 생각하는 그것들을 성취하기 위해서 나는 부단히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진실하다고 생각하는 그것들이 내가 꾼 꿈이라면 내가 기울였던 모든 노력은 허망한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하기 전에 내가 실재(實在)하는 존재인지 실재하는 존재가 아닌지를 먼저 밝게 알아봐야 할 것입니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 경험하는 일이 진실한 것이 되려면 경험하는 일들의 정체가 먼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내가 진실한 것이라고 여겨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참된 결실을 이루려면, 그것이 진정 진실이 될 수 있는지가 분명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아는 나는 내 생각으로 아는 나지 진정한 나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내가 사는 세상이 실재(實在)하려면 나의 생각을 거두어들이고도 내가 사는 세상이 항상 있어야 진실된 세상일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세상을 생각하지 않을 때 세상은 어디에 있습니까? 내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진실은 내 생각 바깥의 일이 아닙니다. 만약 내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진실이 진실이 되려면 변덕스럽게 일어나고 사라지는 생각에 의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내가 아는 나는 실재(實在)하는 내가 아니라 나의 의식(意識)이 겪은 경험과 기억, 알음알이, 앎(識)의 결과물일 뿐입니다. 내가 사는 세상은 내 생각과 느낌, 의지 의도 욕망 욕구 충동, 알음알이 등 여러 가지 인연(因緣)들이 조건적으로 어우러져 지금의 세상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을 뿐입니다. 내가 아는 나와 내가 아는 세상의 진실은 그것이 진실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나와 세상은 내 생각을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무상(無常)한 것들이 어우러져 이루어진 나와 세상, 그 세상 속에서의 나의 온갖 시도와 노력과 결실은 한바탕 꾸는 꿈속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리 진심으로 진지하게 온 갖 것들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마치 종이로 만든 인형이 종이로 만든 세상에서 온갖 종이로 된 결과물을 얻는 것과 같은 것임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종이 인형이 평생 세상을 살면서 온갖 진실된 것을 이루려고 하더라도 종이 한 장이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에 불과합니다. 종이 인형, 종이로 만든 세상, 그리고 종이 인형이 상상하는 진실을 향해 사람들은 그 속에서 좌충우돌하고, 이해득실을 따지고, 너와 나를 나누고, 상상속 진실을 허망하게 집착하고 배척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갈고닦는 노력을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을 성취하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하더라도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은 물만 닿으면 금방 풀어져버리는 화장실 휴지 한 조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어떤 것을 성취하기 위해 나아가기 전에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나아갈 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실재(實在)하는지를 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세상의 여러 일들, 사건들 속으로 빨려 들어가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달려나가기 전에 과연 나나 이 세상이 이 모습 이대로 영원히 실재하는 진실인지를 밝게 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나만의 가치 있다고 여기는 진실을 향해 나아가기 전에 그 가치 있다고 여기는 진실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자리에서 일어나는 내 상상(想像 :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나 존재하지 않은 대상을 생각으로 그려 봄)일 뿐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직시해야 합니다.
나와 세상 모든 것은 왜 그런 것인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과연 있기는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단정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의도하는 모든 시도나 단정이 지금 여기 이 순간 이자리라는 나에게서 일어나는 상상(想想)을 벗어나지 않은 환상(幻想) 허깨비 같은 실체가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정신없이 추구하고 달려나갈 일도 없고, 집착해서 매달릴 일도 없는 겁니다. 다만 지금 이 순간 무상(無常)한 것들이 이렇게 시작도 끝도 없이 일어났다 사라지고 있는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텅~빈 바탕자리에 밝아져야 할 것입니다.
인연(因緣)이 나를 부르면 인연에게로 가고, 인연이 부르지 않으면 그냥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있지만, 갈 사람도 없고 올 사람도 없고, 어디에도 머물 곳이 없음을 밝게 보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꿈, 허깨비, 신기루, 물거품, 환상(幻想), 그림자(幻影) 같은 실체가 없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일어났다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들은 정해진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없어서 그대로 허공(虛空)과 같고, 사람의 존재도 그대로 허공(虛空)과 같이 텅~비었습니다.
나를 포함해서 세상 모든 것들, 우주삼라만상만물이 생기발랄하게 춤추고 있지만, 모든 것들, 우주삼라만상만물은 한바탕 꿈에 지나지 않아, 진실로 나를 부를 사람도 없고, 살아갈 세상도 없다는 진실을 분명하게 볼 뿐입니다.
- 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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