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모양이 없는 눈 하나가 열린다.

장백산-1 2021. 2. 16. 14:04

모양이 없는 눈 하나가 열린다.    - - 몽지와 릴라

 
지금 이 순간 온갖 것들이 여기 이 자리에 눈앞에 드러나 있다. 눈앞에 탁자가 보이고 이런 저런 옷가지들이 보인다. 뒷 베란다에서 들려오는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건넌방에서 울리는 음악소리, 음식물 냄새, 새로 산 가구에서 풍기는 냄새, 그것들에 반응(反應)하는 나도 더불어 의식(意識)이 된다.

눈길이 가서 닿는 사물(事物) 따라 그 사물에 대한 추억 이야기가 떠오른다. 지나간 날 그 사물을 샀을 때의 풍경, 그 사물에 얽힌 해프닝이나 에피소드, 그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옷가지들이나 물건들을 정리할 방법까지 떠오른다. 사람들이 사는 일상(日常)은 이런 식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매일매일 순간순간 사람들은 생각하고, 말하고, 침묵하고, 느끼고, 분별하고, 비교하고, 판단하고, 감지하고, 움직이고, 인식한다. 물론 이같은 모든 경험을 내가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그런 경험을 하는 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태어난 후 오랜 시간 익혀온 나라는 고정관념(固定觀念)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이렇게 온갖 생각이 일어난다. 생각의 내용은 과거의 일일 수 있고, 지금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해석일 수 있으며, 미래에 대한 계획일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여러 가지 감각들이 감지된다. 감지되는 감각들은 듣기 싫은 소음일 수 있고, 듣고 싶은 노래일 수 있고, 의미 없는 기계음일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이렇게 탁자의 형태가 보이고, 알록달록 옷가지들의 빛깔과 형태, 차창 밖의 상자 모양의 건물들, 군데군데 구름이 낀 파란 하늘이 보인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이런저런 냄새, 이런저런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맛과 감촉들이 일어난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日常)은 생각이거나 감각이거나 느낌이거나 감정이거나 기타 여러 가지 의식의 면면들이다. 이것들이 어우러져 구체적인 대상들처럼 구분되고, 이것들이 셀 수 없이 많고 다양하게 빛을 발한다. 하지만 일상(日常)으로 일어나는 그 모든 것들이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이렇게 일어나는 환상(幻想)과 같은 생각, 감정, 느낌, 이미지, 욕구들을 벗어나 있지 않다. 환상(幻想)과 같은 생각, 감정, 느낌, 이미지, 욕구들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직면한 여기 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무상(無常, 끊임없이 변하는)한 것들이다. 무상(無常, 끊임없이 변하는)한 것들이 구체적인 사물, 구체적인 존재, 구체적으로 세분화된 대상인 것처럼 눈앞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본래는 그것들을 경험하는 내가 따로 있고, 경험의 대상이나 행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다만 지금 직면한 여기에서 일어나는 허깨비, 환상(幻想)과 같은 것들이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허깨비, 환상(幻想)과 같은 것들이어서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말은 이 세상 어느 것도 마음에 새겨둘 일이 없다는 말이다. 어떤 것도 따로 있지 않다는 말은 있으되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무언가 따로 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따로 있어서가 아니라 따로 있다는 고정관념(固定觀念)이라는 감옥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여기 이 자리에는 사람도 없고 사물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허깨비, 환상(幻想)처럼 여러 가지 것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어느 것도 머물러 있지 않다. 더 나아가 머물러 있지 않다는 말도 생각일 뿐이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존재도 아니고, 생각도 아니고, 감정 느낌 욕구도 아니다. 마지막 까지 남는 것은 아니 영원히 있는 것은 오직 밝은 눈 하나, 모양이 없는 눈 하나가 열려 모든 것들의 있는 그대로 텅~빈 실제 모습을 보는 것이다.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진실이 밝혀지고 그 진실을 보는 눈이 열릴 뿐이다. 모든 것이 제각각 다르게 보이고, 변하고 움직인다. 그러나 모든 것들이 그대로 다르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고, 오고 가지도 않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