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괴로움(苦)은 집착(執着)을 인연(因緣)으로 생겨난다.
괴로움은 누구한테 받은 것이 아니라 집착심으로 스스로 만드는 것
괴로움을 뛰어넘기 위해서 자아(自我)라는 망상(妄想)에서 벗어나야
인류가 생겨난 이래, 인류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인간 존재의 한계란 다름 아닌 ‘늙음(老)과 질병(病)과 죽음(死)’이다. 인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해 왔다. 그 방법들은 종교, 철학, 과학 등이다. 이 가운데 종교는 유일하게 죽음 문제를 직접 다룬다. 그리고 각 종교는 이 죽음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죽음을 해결하는 방법의 대부분은 절대자(絶對者)의 구원을 통해 가능하다거나, 사후세계의 존재를 부정하는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불교는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비판하며, ‘늙음, 질병, 죽음’ 문제를 직접적(直接的)으로 다룬다. 그것은 ‘노(老), 병(病) 사(死)’의 원인(原因)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혀 ‘노(老), 병(病) 사(死)’의 원인(原因)을 제거하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숫따니빠따’ 제5장에 ‘젊은 사제 메따구의 질문(Mettagumāṇavapuccha)’이라는 작은 경전이 전한다. 메따구는 석가모니 부처님께 괴로움에 관한 질문을 한다.
[메따구] 당신께서는 지혜를 통달하신 분, 자신을 다스린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는 갖가지 괴로움이 있는데, 그 괴로움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것입니까?
[붓다] 멧따구여, 그대는 내게 괴로움의 원인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그대에게 말하겠습니다. 이 세상에는 갖가지 괴로움이 있는데, 괴로움들은 집착(執着)을 인연(因緣)으로 생겨납니다. 참으로 지혜가 없는 자는 집착을 짓고, 아둔한 자는 거듭거듭 괴로움에 다가갑니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자는 집착을 짓지 않고, 집착(執着)에 원인하는 괴로움이 존재의 괴로움의 근원임을 밝게 관찰합니다.
젊은 사제 멧따구는 세상의 온갖 괴로움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를 묻고있다. 이에 대해 붓다는 간단명료하게 ‘집착(upadi)’을 원인으로 해서 괴로움이 생겨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불교는 집착(執着)이 불러오는 문제들을 진단하고, 집착(執着)의 위험성에 대해 그 어떤 종교보다도 강력하게 경고한다. 무집착(無執着)의 공덕이 생활 속에 구현되는 삶이 ‘무소유(無所有)의 삶’이다. ‘무소유(無所有)의 삶’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집착(執着)하지 않는 삶, 무집착(無執着)의 삶을 말하는 것이다.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끊임없이 집착하여, 반복적으로 괴로움에 다가간다. 누가 나에게 괴로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괴로움 속으로 밀어 넣는 것도 아니다. ‘집착(執着)’ 하나 때문에 괴로움을 싫어하면서도 그 괴로움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집착(執着)에 원인하는 괴로움이 존재의 괴로움의 근원임을 분명하게 관찰하기 때문에, 어떤 집착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붓다(석가모니 부처님)은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깨어 있는 의식(意識)을 갖고 올바르게 자신과 세상을 관찰할 것을 가르치신다.
[메따구] 저희가 물은 바를 당신께서는 설명해 주셨습니다. 다른 것을 묻사오니 말씀해 주십시오. 어떻게 현자들은 거센 흐름, 태어남과 늙음, 슬픔과 비탄을 뛰어넘을 수 있습니까?
[붓다] 멧따구여,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그대가 인식(認識)하는 어떤 것이라도, 그것에 대한 환락과 집착과 그 의식을 제거하고, 그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해서 깨어있음을 확립하고, 방일하지 않는 비구는 내 것이라고 집착했던 것을 버리고, 태어남과 늙음, 슬픔과 비탄을 버리고, 이 세상을 바르게 이해한 사람은 괴로움을 떨쳐버릴 것입니다.
메따구는 괴로움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묻고 있다. ‘거센 흐름(ogha)’이란 분별 망상 번뇌를 의미한다. 괴로움의 원인이 집착임이 밝혀졌고, 집착은 다름 아닌 분별 망상 번뇌다. 그래서 석가모니 부처님은 어떠한 사유라 해도 그것에 기뻐하거나 집착하지 말 것을 가르치신다. 인간이 겪는 괴로눔은 자아(自我)라는 망상과 내 것이라는 소유욕(所有欲)을 일으키는 생각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생각의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 깨어있음(sati)를 확립하며, 집착을 여의면 이 세상을 바르게 알게 되고 고괴로움을 여읜다는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에 메따구는 환희하며 부처님 제자가 되었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90호 / 2021년 6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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