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相, 色, 모양, 이미지)를 깨버려야 하는 이유.

상(相, 色, 모양, 이미지)를 깨버려야 하는 이유.

 

손을 들어서 손가락 다섯 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손과 손가락은 그저 하나의 손일 뿐, 그 하나의 손에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손은 우리들을 괴롭힐 수 있는 아무 힘이 없습니다. 손은 그냥 하나의 손일 뿐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손가락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 놓은 뒤, 그렇게 손가락에 부여한 의미를 진짜로 믿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아닌 손가락이 사람들을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가운데 손가락만 놔두고 나머지 손가락 네개를 접은 뒤 손을 들어 올리면, 그 손은 상대방에게'욕'을 한다는 의미이지요. 이 손가락 자체에 특정한 모양을 특정한 의미로 부여함과 동시에 그 손모양을 들어보이면 사람들은 화를 냅니다. 사람들이 본 손의 모양이 나에게 욕을 하는 것이라고 진짜라고 여기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 사람에 나에게 욕을 했다고 하면서 화를 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렇게 머리를 굴려 손가락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상을 부여하지 않고,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을 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손가락을 있는 그대로 본다면, 정견(正見)한다면, 실상 그대로만 본다면, 그저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인 것일 뿐입니다.

 

내가 만든 허상, 세상 사람들이 만든 허상을 쫓게 되면 가운데 손가락만 놔두고 나머지 손가락 네개를 접은 뒤 손을 들어 올리면 그 손은 내게 욕한 것이 되어 나를 괴롭히지만, 손의 실상을 올바로 보게 되면, 그저 손가락을 든 것일 뿐이니, 그 손동작에 괴로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처럼 본 것을 내 식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해석해서 그 해석을 믿고 집착하게 되면, 그 아무것도 아닌 것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사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괴로움은 이런 방식으로 아무것도 아닌 허상이, 내가 스스로 만들어 판단분별한 생각으로 인해 나를 괴롭히게 됩니다. 실상을 보지 않고, 허상을 좇아가는 것이지요. 사실 손가락은 우리를 괴롭힐 그 어떤 힘도 없습니다. 손가락에 의미를 부여하고, 분별하고, 그것을 옳다고 믿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허상이 나를 울고 웃게 만드는 것이지요.

 

손가락 모양을 엄지와 검지를 포개어 하트 모양으로 만들면 그것은 사랑한다는 의미가 되죠? 이처럼 아무것도 아니던 손가락이, 내 생각 하나에 의해 나를 괴롭히거나 행복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허상을 쫓는 것이고, 색에 머물러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실상을 올바로 보지 못하게 됩니다. 

2019.07.09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