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뿐이다.

장백산-1 2022. 7. 31. 15:25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뿐이다.

 

기억은 말 그대로 과거에 경험을 했던 하나의 기억일 뿐이지 실재가 아니다. 기억은 진실로 있는 것이 아니라, 기억으로만 머릿 속에 존재할 뿐이다. 기억만 머리 속에 존재하는 허깨비 같은 이런 것을 허망한 것이라고 하여 허상(虛像)이라고 말한다.

 

허상(虛像) 그것은 100% 진실일 수 없지 않은가? 내가 기억을 잘못했을 수도 있고, 잘못 보았을 수도 있으며, 뇌과학에서도 말하듯이 인지왜곡(認知歪曲)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그러니 당연히 허상(虛像)을 믿을 필요는 없다.

 

허깨비 같은 과거(過去)라는 기억(記憶)과 상상(想像)이라는 허상(虛像)을 믿지 않는다면,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는 무엇일까?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는 어떻게 자각(自覺)될까?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는 그냥 그저 이럴 뿐이다.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무언가를 볼 때, 이것과 비슷한 과거에 보았던 무언가를 머리 속에 떠올린 뒤에 그것과 지금 보고 있는 이것과 비교해서 지금 보고 있는 이것을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하고 자각한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눈앞에 보이는 이것과, 과거의 기억된 무언가를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그러면 그저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일 뿐,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에 그 어떤 비교, 분별, 판단, 해석도 개입되지 않는다. 이처럼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매 순간은 매 순간 마다 날마다 새롭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 우리들이 이미 아는 것이란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허망한 의식이 만들어내는 환상(幻像)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도 없고, 우리들이 아는 것도 없다. 오직 매 순간 순간이 새로울 뿐이다. 오직 매 순간 순간이 모를 뿐이다. 매 순간이 그저 그럴 뿐이다. 매 순간이 그 어떤 개념으로도 해석할 수 없는 그저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삶이 있을 뿐이다.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삶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저 그러할 뿐이다.

 

매 순간 순간을 새롭게 보라. 그렇다고 매 순간 순간을 억지로 새롭게 보려고 애쓰라는 말이 아니다. 매 순간 순간을 새롭게 보는 것은, 낯설게 보는 것처럼, 난생 처음 보는 것처럼 보는 것이다. 즉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비교, 분별, 판단, 해석하지 않고 그저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매 순간 순간을 새롭게 보는 것이다.

 

이렇게 매 순간 순간을 새롭게 보는 것이 정견(正見)하는 것이다. 그러니 정견(正見)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가? 그냥 보면 되니까.
그러나 비교하고 분별 판단하고 해석해서 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허깨비를 보고 그렇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마음공부를 하는 것을 무위법(無爲法)이라 하는 것이다. 마음공부는 굳이 애써서 할 것이 없다. 저절로 새롭게, 그저 이렇게, 아무 일 없이, 함이 없이 볼 뿐이다.


2019.07.13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