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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는 생각을 어떻게 하지?

장백산-1 2022. 8. 8. 16:01

일어나는 생각을 어떻게 하지?

 

비행기를 타본 사람은 경험을 했겠지만 비행기를 타고 가다 보면 기체가 요동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저절로 생각이 일어납니다. '이러다가 잘못되는 거 아냐? '비행기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이 젊은 나이에 죽으면 어쩌지?' '바다에 떨어지면 어쩌지?'
등등 아직 전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납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기체가 흔들린다는 인연(因緣) 따라 생각은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것입니다. 그렇게 올라오는 생각은 인연(因緣)  따라 올라온 것이고, 인연(因緣) 따라 생겨난 이 세상 모든 것은 인연(因緣) 따라 사라질 뿐, 인연 따라 생겨나고 인연 따라 사라지는 이 세상 모든 것은 실체(實體)가 아닙니다.

 

생각도 그저 인연 따라 올라왔다가 인연 따라 사라지는 실체가 없는 허망한 현상일 뿐입니다. 그러니 사실 생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바람이 분다고 거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듯, 생각이 일어난다고 거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내버려두면, 그 생각은 인연 따라 올라왔다가 인연 따라 저절로 사라져 갈 것입니다. 생각이 올 때 오도록 허용해주고, 생각이 갈 때 가도록 그저 허용해 주고 오고 가는 생각에 시비를 걸지 않고 끌려가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인연따라 올라온 생각에 온갖 생각들을 덧칠하고, 과거의 기억과 온갖 정보들을 총동원하여 꼬리를 무는 온갖 생각들을 만들어내고, 그렇게 만들어낸 수많은 생각들을 믿기까지 합니다. 생각을 실체화하는 것이지요. 생각은 전혀 실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생각으로 인해 비행하는 내내 불안에 떨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더 심해지면, 그 생각들을 믿게 되어, 다음부터는 비행기를 절대 탈 수 없는 트라우마가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인연 따라 생겨난 자연스러운 첫 번째 화살, 첫 번째 작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실체화하여 두 번째 화살을 맞고, 온갖 생각들로 허망한 것들을 만들어냅니다.

 

두 번째 화살만 맞지 않으면 됩니다. 그저 첫 번째 실상의 작용, 인연 작용에서 더 이상 두 번째 허상의 작용을 만들어내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러면 인연 따라 생겨난 모든 것은 인연 따라 흩어지듯, 생각은 잠깐 일어났다가 내가 생각에 힘들 보태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입니다. 그렇게 사는 삶이 깨달은 자의 삶이고, 두 번째 세 번째 온갖 생각들을 보태어 믿고 사로잡히고 끄달리며 사는 삶이 중생의 삶입니다. 


2019.07.28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