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되는 그대로를 경험해주라.
지혜롭게 삶을 사는 것은 사실 아주 단순 명료합니다. 인연을 따라 생겨난 것들을 그냥 그저 내버려두면 됩니다. 인연을 따라 일어나는 그대로를 그냥 그대로 허용해 주면 됩니다. 어떤 삶이 경험될 때 경험되는 삶 그대로를 그냥 그저 있는 그대로 경험해 주면 됩니다. 내 삶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일 그대로, 보이면 보이는 대상 그대로, 들리면 들리는 소리 그대로, 그냥 그저 그렇게 내 삶에서 경험되는 모든 것을 내 생각 개입 없이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면 됩니다.
내 삶에서 경험되는 것에 생각과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을 해석을 해서 온갖 생각의 덧칠을 입히고, 그것을 믿으면서, 그 생각에 걸려들고, 집착하고, 구속되는 이런 연속된 중생심의 번뇌망상에 끌려가지만 않으면 지혜롭게 삶을 사는 겁니다.
번뇌망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집착하고 거부하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요. 궂이 힘을 쓰지 않아도 되는 데 애를 써야 하고, 그 결과 에너지의 낭비가 심합니다. 이처럼 유위법, 유위행에는 힘을 쓸 일이 많고, 힘이 들 뿐 아니라, 유위행에는 유위의 결과 즉 과보가 따르듯이, 그렇게 만들어낸 온갖 생각들로 말미암아 괴로운 결과가 만들어집니다.
삶에서 경험되는 것들을 가만 놔두면 아무 문제 없이 그저 인연따라 생겼다가 인연따라 사라지면 그 뿐인 것을, 생각으로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함으로써 스스로 거기에 일을 만들고, 괴로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인연 따라 일어나는 첫 번째 작용, 경험이 일어나면, 그저 있는 그대로 경험해 주세요. 경험을 해석하지 말고, 그것이 일어나도록 허용해 주고, 판단하지 말아 보세요. 그저 그 모든 것이 지나가도록 허락해 주세요. 그러면 모든 것들은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 따라 사라져갑니다. 그것으로 끝이지요.
인연 따라 온 것에 대해 좋다고 해석해서 집착하거나, 싫다고 해석해서 안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여기며 거부하는 등의 취사간택심을 일으키게 되면, 인연 따라 내게 온 그 대상에 사로잡히고, 그 대상으로 인해 구속당하고 휘둘리게 될 뿐입니다.
인연 따라 내게 온 모든 것들에 대해 취사간택하지 않고, 그저 내버려두면,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실상의 작용이 되고, 아무런 문제를 만들어내지 않게 됩니다. 삶은 가벼워지고, 삶에는 아무런 일이 없어집니다. 인연 따라 사건 사고 사물 사람 모든 일들은 일어나지만, 거기에 구속당하지는 않는 것이지요. 머무는 마음 없이, 집착하는 마음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사는 삶이 흔적이 없고 걸림이 없이 사는 수행자의 삶입니다.
2019.07.31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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