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벌어지는 일을 공연히 붙잡아 문제를 만들지 말고 한 발짝 떨어져서 보세요

삶에서 벌어지는 일을 공연히 붙잡아 문제를 만들지 말고, 한 발짝 떨어져서 보세요


누가 내 어깨를 툭 치고 욕을 하고 갑니다. 그 순간 내게는 화가 일어납니다. 그는 벌써 사라지고 없습니다.
생각을 할수록 어깨를 치고 욕을 하고 지나간 사람이 이해가 안 되고, 얄밉고, 화가 납니다.

이 상황을 한 번 살펴보죠. 그 사람은 이미 왔다가 가버렸습니다. 그가 한 욕도 왔다가 가버렸습니다.
그가 내 어깨를 툭 친 그 가벼운 통증도 왔다가 가버렸습니다. 이제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 속에는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이라는 이미지, 화라는 이미지(相:모양)가 남아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이미 지나간 일이 남기고 간 이미지인 찌꺼기 생각들입니다.

10년 전에 나를 뒤에서 욕했던 친한 친구의 비난은 어쩌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아 있을지 모릅니다.
욕하며 했던 그 비난은 이미 인연생 인연멸로 생겨났다가 사라지고 없는데 말이지요.

어쩌면 20년 전에 들었던 말이 충격이 되어, 인생의 트라우마로 남아, 현재까지 나를 괴롭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5년 전에 시험에서 연거푸 떨어진 일, 10년 전에 부모님께 크게 맞은 일, 15년 전에 받은 충격에 대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우리는 이미 지나간 일들에 대한 이미지 찌꺼기 생각들이라는 거짓된 상(相)에 여전히 빠져 
있을 지도 모릅니다.

5년 전 10년 전 15년 전 20년 전 있었던 그 사건들은 이미 왔다가 가버렸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그 허망한 
상(相)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면, 이는 얼마나 허망하고 황당하고 비상식적인 일이겠어요?

사실 세상 모든 것들은 생겨났다가 사라져버리는 그걸로 끝입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습니다.
적멸(寂滅), 공(空), 무(無)입니다. 인연 따라 생겨났다 인연따라 사라지는 이 세상 모든 것(연기법)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무아, 비실체성), 생겨났다가 사라져버리면 그것으로 끝 그냥 그뿐입니다.

인연 따라 생겨났다가 인연 따라 사라져버리는 것들은 실체가 아니기에, 실질적으로 나를 괴롭히지 못합니다.
실체가 없는 것들을 내가 생각으로 붙잡아 괴로워하지만 않으면 말이지요.
이처럼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은 인연따라 왔다가 인연 따라 사라져버릴 뿐입니다.
인연 따라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것들'이라고 하여, 생멸법, 생사법이라고 부릅니다.
생멸법 생사법인 세상 모든 것들은 생겨났다가 사라져버릴 뿐입니다. 비실체성이고 공(空) 무아입니다.

그러니 생멸법 그것들을 집착하고 붙잡아 두려 헛되게 애쓸 것은 없습니다.
왔다가 가는 모든 것들을 그저 왔다가 가도록 내버려두기만 하면, 세상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왂가 가는 것들 중에 마음에 드는 어떤 것을 집착하고, 나쁜 것은 싫어하는 등 취사간택심을 
일으키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될 뿐입니다.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인 현실은 그대로 진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진실을 진실 그대로 내버려 두세요. 공연히 진실을 붙잡아 문제를 만들지 말고, 그저 한 발자국 떨어져서
말 없이 바라보십시오.

생멸법인 이 세상 모든 것들이 그냥 왔다가 그냥 가도록 허용해 주세요.
여래여거(如來如去), 부처님, 여래의 이름입니다. 즉 여여하게 왔다가 여여하게 가시는 분입니다.
왔다가 가는 것들을 '붙잡지 않고' 그저 여여하게 내버려 두는 것이지요.

여러분 삶에 여전히 내버려 두지 못하고 붙잡아 둔 것이 있나요?
붙잡아 둔 그것이 당신을 괴롭힐 것입니다. 붙잡아 둔 것이 없을 때 당신은 자유입니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