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흰곰 생각 안 하기’라는 집단상담에서 종종 사용하는 코너가 있는데요, 처음에 먼저 흰 곰 사진을 보여 준 뒤에 절대로 흰 곰을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 흰 곰 생각 안 하기를 30초 정도 해 보는 겁니다. 그런데 절대 흰 곰을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하는 안내자의 말 때문에, 흰 곰 생각을 안 하려고 애를 쓰면 애를 쓸수록 더욱 더 자꾸만 흰 곰 생각이 나게 됨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어떤 사람에게 쪽지나 편지를 주고는 절대로 읽으면 안 되고, 제3자에게 전달만 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면 할수록 그 편지를 들고 있는 사람은 더 궁금해지고,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과도 같은 원리입니다.
즉, 하지 않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더욱 더 하고싶어 지는 것이지요. 통제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욱 통제가 안 되고, 오히려 그 대상에 더욱 밀착이 되게 되는 것입니다.
얼마전에 ‘별에서 온 그대’라는 TV 드라마 때문에 치킨과 라면 수요가 늘었고, 중국에서는 한국 라면 판매가 늘었다는 신문기사도 본 적이 있습니다. 만약에 저녁 때 TV를 보고 있는데, 광고에서 라면 선전이 나옵니다. 배도 출출하겠다 자꾸만 라면이 먹고 싶어집니다. 라면 생각을 안 하려고 애쓰고, 라면 먹으면 살 찌니까 절대 먹으면 안 된다고 스스로 암시를 걸어 봅니다. 그러나 절대로 먹으면 안 된다고 자신을 안 먹도록 통제하면 할수록 더욱 더 라면을 먹고 싶어집니다. 그냥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된다고 가볍게 생각하면서, 안 먹으려는 과도한 통제를 내려놓을수록 오히려 라면 안 먹기는 더 쉽게 가능해지곤 하지요.
사랑하는 사람들도 부모님이 나서서 절대 못 만나게 하거나, 못 만나게 하려고 집에 가두어 두거나 하면 더욱 더 애틋해지는 마음이 들면서 더욱 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게 되고, 더 사랑하게 되지요. 사랑의 마음이 더욱 밀착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의 마음은 삶의 어떤 문제를 통제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더욱 더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통제를 내려놓고, 그 문제나 고통, 생각이나 망상 등이 그저 왔다가 가도록 허용하고 수용할 수도 있습니다. 통제하려고 들면 힘들고 괴롭고 에너지가 많이 낭비되지만, 통제하려는 노력을 해제하게 되면 힘도 들지 않고 편안해지게 됩니다.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게 되면 모든 일이나 모든 문제는 일어나도 되고, 사라져도 되고, 있던 없던 아무런 상관이 없어집니다. 별 상관 없는 일에 우리는 크게 마음을 쓸 필요가 없겠지요. 그러니 통제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때 오히려 통제하기는 훨씬 쉬워지고, 통제하는데 드는 에너지의 낭비도 적어집니다. 그저 거기에는 중립적인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 뿐, 다른 인위적인 노력이 개입되지 않기 때문에 힘과 에너지의 낭비가 없는 것이지요.
일, ,경험, 문제, 괴로움이 일어날 때, 그것을 내 뜻대로 통제하는 대신 통제하려는 그 마음을 내려놓고, 그 문제가 일어나도록 허용해주고, 일어나는 일들을 온전히 수용해 주고 충분히 그 문제를 경험해 주어 보세요. 그 문제와 잠시 함께 있어주는 것입니다.
삶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통제하려고 애쓰던 삶을 내려놓은 채, 현재의 삶과 싸워이기려 하거나, 피해 도망치려 하는 두 가지 극단의 행위를 내려 놓고, 지금 여기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켜보며 함께 그 순간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명상인데요, 명상을 통해 우리는 훨씬 지혜로운 방식으로, 힘들이지 않으면서도 삶을 평화롭게 전환시키게 됩니다.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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