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마음챙김의 세속화 - 상
깨달음보다 심리 안정 내세워 대중화
위빠사나 미국에 수용되며 서구의 사고방식 스며들어
수행 이유 이해를 더 강조 민주 · 평등 · 페미니즘도 통합
불교의 위빠사나 명상은 호흡, 몸동작, 몸의 느낌과 지각, 감정적인 특성에 집중하여 중립적이고 판단하지 않는 관찰을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이 수행은 사성제를 통찰하는 것으로 절정에 이른다. 마음챙김 명상은 19세기 미얀마의 스님들이 평신도를 위한 수행으로 개혁한 불교의 위빠사나 명상에서 시작되었다.
미얀마와 태국 등에서 위빠사나 명상을 배워 미국 대중을 위해 미국 통찰명상협회(IMS)를 세운 잭 콘필드, 조셉 골드스타인, 샤론 샐즈버그 등의 가르침을 살펴보면, 팔리어 경전과 논서에서 서양 사회에 현대적 수행으로 수용될 때까지 마음챙김의 방법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마음챙김 명상의 몇 가지 요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시체를 떠올려 그것을 살펴보거나 자신의 신체를 청정하지 않은 것으로 명상하는 부정관 수행은 서양에서는 그 중요성을 잃었다. 미얀마의 재가 불교를 위한 마음챙김의 현대화에서 오늘날의 서양 위빠사나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마음챙김 명상 수행의 세부적인 변화에 관해서는 아직 충분한 연구가 없어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서양에서는 신체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가 강하기 때문에 마음챙김만으로 신체에 대한 집착을 극복할 수 있다고 여긴다.
마음챙김이 서양에 건너가 서양 사회에 수용될 때, 마음챙김에 대한 동양의 가르침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문화적 교류와 상호작용의 복잡한 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소박한 믿음이다.
미국 위빠사나 운동은 미얀마의 위빠사나 운동과 다르게 발전했다. 미국 위빠사나 운동에 미친 서양 문화의 영향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유의 사고방식이 미국 위빠사나 운동에 스며들었음을 볼 수 있다. 먼저 미국에서는 명상 지도자가 출가자여야 한다는 생각이 없어서 마음챙김 수행을 지도하는 데 승려와 재가자의 구별이 없다. 그리고 마음챙김 수행자에게 신앙과 믿음보다 수행하는 이유에 대한 이성적인 이해를 강조한다. 미국의 수행처에서는 마음챙김 명상이 선업을 쌓고 깨달음을 위한 토대가 된다고 설명하기보다는 개인의 심리적 안녕과 영적 발전을 위해 좋다고 가르친다. 전반적으로 미국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개인적인 경험을 강조한다. 미국의 마음챙김 수행처는 서양의 낭만주의와 자유주의적인 분위기가 깔린 개인주의적인 곳이다.
미국의 위빠사나 운동은 불교가 북미의 환경에서 정착되는 모습의 한 가지 흥미로운 예를 제공한다. 미국의 마음챙김 지도자들은 명상 수련에 일차적인 초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아시아의 불교 전통과 수행 방식이 ‘온전한 형태’로 미국에 옮겨지는 것을 필수로 여기지 않았다. 미국의 마음챙김 지도자들과 수련생들에게는 서양의 가치관과 세계관 그리고 제도적 편의에 따라 수행처를 조직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미국의 마음챙김 운동은 미국의 다른 불교 종파와 단체보다 민주주의, 평등, 페미니즘, 개인주의와 같은 가치를 훨씬 더 빠르게 통합하였다.
1970년대에 미국 사회에 적극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던 마음챙김 명상은 1979년 매사추세츠 대학교의 존 카밧진(1944~)이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MBSR)’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면서 더욱 변형된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MBSR 프로그램은 의료와 심리치료 분야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마음챙김 명상 기반 치료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것이다.
카밧진은 마음챙김 명상을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하려고 마음챙김 명상에서 불교적인 색채를 철저하게 지웠다. 그는 마음챙김을 우리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지나치게 반응하거나 압도되지 않고 온전히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인간의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당시를 회상하며 카밧진은 말했다. “저는 마음챙김을 구조화하면서 마음챙김이 불교, 뉴에이지, 동양의 신비주의로 여겨질 수 있는 위험을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 cherryhill2736@gmail.com
[1743호 / 2024년 9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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