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마음챙김의 세속화 - 중

장백산-1 2024. 9. 23. 16:01

17. 마음챙김의 세속화 - 중

 

심리학 · 의료에 명상 활용 기반 마련

카밧진 · 골먼 · 데이비드슨 3인 불교에 저항감 가진 대중 위해
마음챙김 기반 MBSR 개발  명상 지침 표준화 · 효과 입증

마음챙김 명상이 미국 심리학과 의료 분야에서 널리 퍼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대표적인 학자는 존 카밧진(Jon Kabat-Zinn), 다니엘 골먼(Daniel Goleman), 리처드 데이비드슨(Richard Davidson)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미국은 매우 거친 시대였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세계의 지배적인 질서에 의문을 가졌고, 로큰롤, 섹스, 마약 같은 것에 빠져 있었다. 젊은이들이 동양의 사상과 명상법에 심취해 있었기 때문에 기성세대의 눈에는 명상도 비정상적으로 보였다.

카밧진과 골먼, 그리고 데이비드슨 세 사람은 각자 젊은 시절 명상에 심취해 있었고, 스스로 다양한 시도로 명상의 효험을 탐구하였다. 동료 과학자들은 그들을 괴짜로 여기며 명상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려는 시도를 말렸지만, 그들은 명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과 몸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체험하면서 ‘명상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과학계가 명상을 받아들여서 대중이 믿고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열망했다.

존 카밧진은 스물한 살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명상 수행을 하고 있다. 젊은 시절 그는 자신의 클리닉에 오는 환자들이 불교의 지혜와 깨어 있음, 자비를 배우면 자신이 그랬듯이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삶의 문제도 잘 다룰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불교의 가르침을 환자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에 관해서는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일본 교토의 한 사원에서 선불교 스승을 찾아뵙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제가 치료하는 환자들에게 불교 명상을 가르치면 확실히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 대부분은 불교나 아시아의 종교 문화에 저항감을 가지고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환자들에게 명상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스님의 대답은 선문답 같았다. “부처를 버리고 선(禪)을 버리세요.”

카밧진은 스님의 가르침을 보편적인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환자가 종교적 의식이라고 여기지 않는 마음챙김 명상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MBSR) 프로그램이다. 카밧진은 이 프로그램을 위해 마음챙김 명상의 표준화된 지침을 개발했고, 이를 바탕으로 마음챙김 명상의 효과를 실험으로 검증하였다. 표준화된 마음챙김은 누구든지 사전 지식 없이 사용할 수 있고,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매우 편리한 명상이었다. 그래서 마음챙김 명상의 가용성과 인기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처럼 카밧진은 마음챙김 명상의 기본 원리를 의료 환경에서 환자에게 적용하는 데 성공했으며, MBSR 프로그램이 만성 통증과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계속 입증하였다.

이후 카밧진은 명상 효과의 신경생리학적 기반을 연구하고 있었던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의 데이비드슨과 협력하여 마음챙김 명상의 체계적 연구 조사를 위한 비옥한 토양을 만들었다. 마음챙김에 관한 그들의 연구는 유력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에 계속 인용되면서 마음챙김 효과를 학계에 널리 알렸다.

이와 함께 카밧진의 마음챙김 명상을 표준으로 채택한 여러 가지 다른 형태의 마음챙김 기반 심리치료법들이 개발되었다. 1984년부터 12년 동안 꾸준히 ‘뉴욕타임스’에 마음챙김과 감정 지능 등 뇌와 명상에 관해 기고했던 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골먼은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요즘 마음챙김 명상이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만, 초창기에 마음챙김 명상을 일반 대중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너무나도 어려웠어요. 당시의 심리학계는 ‘마음챙김이 치료 효과가 있다’는 생각을 터무니없는 것으로 여겼기에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마음챙김이 오늘날과 같은 대중적인 수용과 인기를 얻는 데는 거의 반세기가 걸렸습니다.”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 cherryhill2736@gmail.com

[1745호 / 2024년 9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