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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고8고

장백산-1 2024. 12. 7. 15:21

4고8고

 

불교경전에서는 팔고(八苦)를 설한다. 세상은 있는 그대로일 뿐이지만, 중생들은 자기의 분별의식으로 대상을 분별하기 때문에, 좋아하거나 싫어한다. 좋아하면 갈애와 집착으로 이어져 취하고 싶지만 취하지 못할 때 괴로우니 이것이 애별리고이다. 싫어하는 대상은 미워하고 거부하면서 버리고 싶은데 자꾸 만나게 될 때 괴로우니 이것이 원증회고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두지 못하고, 의식으로 무언가를 원하고 구할 때 그것을 얻지 못해도 괴로우니, 구부득고다. 이 몸의 4고와 마음의 3고는 모두 오온으로 이루어진 몸을 ‘나’라고 집착하는데서 오는 괴로움이니, 이것이 오음성고다.

 

애별리고(愛別離苦) - 사랑하지만 헤어져야만 할 때

앞의 네 가지 생로병사의 괴로움이 몸의 괴로움이라면 애별리고와 원증회고, 구부득고는 마음의 괴로움이다.

애별리고는 좋아하는 것과 떨어져야 하는 괴로움이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물 등 자신을 즐겁고 안락하게 해 주며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여러 가지 조건이나 상황, 사물이나 사람들과의 헤어짐 혹은 이별에서 오는 고통이다.

 

원증회고(怨憎會苦) - 싫은데도 헤어지지 못할 때

원증회고는 애별리고와 반대되는 괴로움으로 싫어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괴로움이다. 싫어하는 것을 해야 하는 것,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란 얼마나 큰 괴로움인가. 싫은 것, 나쁜 것, 보고 싶지 않은 것, 더럽고 추한 것, 하기 싫은 것, 춥고 더운 것 등의 온갖 싫어하는 것과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큰 괴로움이다.

 

구부득고(求不得苦) - 갖고 싶은 것은 많고, 현실은ㅠㅠ

구부득고는 구하고자 하지만 얻지 못하는 괴로움이다. 인간의 욕구는 끝이 없다.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이루어졌으면 그것에 만족하기 보다는 또 다른 바라는 바를 만듦으로써 만족보다는 욕구를 선택한다. 좋아하는 사람, 물건, 재산, 명예, 권력, 지위, 출세, 행복, 건강 등을 얻고자 하지만 마음대로 구할 수 없는데서 괴로움은 시작된다. 그야말로 끊임없는 인간 욕구를 다 채울 수 없다는 것은 괴로움이다.

 

오음성고(五陰盛苦) - 괴로울 내가 없어졌으면

경전에서는 인간의 괴로움을 사고팔고라고 하여 여덟 가지로 나누어 놓고 있으나, 생로병사 네 가지와 애별리고, 원증회고, 구부득고라는 앞의 7가지 괴로움을 요약하여 종합하면 결국 오음성고라는 한 가지로 귀결된다.

 

앞의 생로병사는 육체적인 괴로움이며, 애별리고·원증회고·구부득고는 정신적인 괴로움인 반면에 오음성고는 육체적·정신적인 괴로움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오음이란 오온(五蘊)으로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이며, 이 세계와 나를 이루는 다섯 가지를 말한다. 즉 사고팔고의 모든 괴로움은 결국 ‘나[오온]라는 집착’, 즉 아집(我執)에서 온다는 뜻이다.

 

‘나’가 있기 때문에 내가 늙는 것이 괴롭고, 내가 병들고 죽어가는 것이 괴로운 것이다. 또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며,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는 것도 나다. 구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주체도 나인 것이다. 이렇듯 모든 괴로움은 ‘나’라는데 대한 집착에서 시작된다.

 

『중아함경』「분별성제품」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현자들이여, 오음성고를 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른바 색수상행식 그 자체는 이미 괴로움이라는 것이다.” 즉, 오온(五蘊) 그 자체가 곧 괴로움이란 의미다. 자기 존재로 취해진 색·수·상·행·식이 각각 괴로움이라는 것으로, 이는 다시 말하면 무아라는 진실을 모른 채, ‘나’에 집착하는 삶은 결국 괴로움이라는 뜻이다.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