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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윳다 니까야] 모든 것은 무너진다

장백산-1 2025. 3. 11. 22:33

모든 것은 무너진다

 

사리풋타 존자가 중병으로 열반에 들었다... 이에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누구나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언젠가는 받드시 헤어져야 한다. 생겨난 것, 존재하는 것, 인연 따라 생겨난 모든 것들은 전부 무너지고 만다. 무너지지 않는 것은 없다. 마치 굳건한 나무의 가장 큰 가지가 부러지는 것처럼, 굳건한 승가에서 사리풋타는 마지막 열반에 들었다. 아난다여, 생겨나고 존재하고 인연 따라 생겨난 것은 전부 무너지고 만다. 무너지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사리풋타와 목갈라나가 열반에 들고 보니 이 모임이 내게는 텅 빈 것 같구나. 전에는 사리풋타와 목갈라나가 어디에 있든 이토록 텅 빈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은 가장 뛰어난 한 쌍의 제자였다. 그들이 얼마나 스승의 가르침을 잘 실천했는지, 얼마나 스승의 충고를 잘 따랐는지, 얼마나 승가대중의 사랑을 받고 기쁨을 주었는지, 얼마나 존경을 받았는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처럼 한 쌍의 제자가 열반에 들었음에도 여래에게 슬픔과 비통이 없으니 이 또한 놀라운 일이구나.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 사리불과 목건련이 부처님 보다 먼저 열반에 들었을 때 부처님께서는 이 모임이 텅 빈 것 같다고 하시며 먼저 떠나보낸 제자들에 대한 슬픔을 표현하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래에게는 슬픔과 비통이 없다고 설하고 계신다. 이것이 바로 깨달은 자의 무위행이요, 함이 없는 행이다. 머무는 바 없는 마음 씀의 도리다.

 

깨달았다고 해서 슬픔도 느끼지 못하고, 기쁨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깨달은 사람도 우리와 똑같이 기뻐하고 슬퍼하고 인연 따라 울고 웃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우리와 똑같다. 그러나 우리는 슬플 때 슬픔에 사로잡히지만, 깨달은 이는 슬프지만 슬프지 않다.

 

우리는 기쁠 때 기쁨에 사로잡히고 슬플 때 슬픔에 사로잡혀 그 감정이 나라고 여기며 그 감정 속으로 함몰되고 만다. 그러나 깨달은 이는 슬픔을 느끼면서도 그 슬픔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고 거기에 빠져들어 사로잡히지 않는다. 슬픔을 느끼지만 슬픔이 없는 것이다. 하되 함이 없이 하는 것이고, 머무는 바 없이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있지만 없고, 없지만 있다.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순수하여 집착이나 바람이 없다. 화를 내지만 그걸로 끝이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