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해질 지방'과 '터져버릴 수도권'
- 이명박 대통령의 '거대지향증'이 낳을 암담한 미래
(데일리서프 / 김진애 / 2008-10-31)
한밤의 한반도 사진입니다. 촛불 같은 평양 빼고 새까만 북한 사진 때문에 유명해진 사진이지요. 그런데 남한의 수도권과 지방의 불빛을 보십시오. 수도권은 작열하다 못해 터질 것 같은데, 지방은 깜박깜박하지요? 과열 수도권과 침체 비수도권과의 관계를 한마디로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그래도 불황에 수도권에 더 투자하여 그 이익을 지방에 나눠주는 게 낫다고요? 30일 국가경쟁력위원회(위원장: 사공일)를 앞세워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수도권 투자활성화 대책'의 명제입니다.
또 하나의 사진을 보십시오. 일본과 중국까지 보여주는 위성사진이지요. 대도시의 집중 현상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균형도를 보십시오. 중국은 잘 퍼져 있는 편입니다. 일본? 도쿄만이 아니라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권의 균형이 보입니다. 일본의 경우 골고루 퍼진 빛이 더 인상적입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선진국 일본의 내공을 보려면 지방에 가봐야 합니다. 도쿄나 오사카, 나고야의 대도시를 보면 오히려 서울보다 못하다는 말씀들을 많이들 하시는데, 우리나라가 최근 화려한 개발을 집중한 서울과 다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일본의 중소도시, 그리고 일본의 농촌은 우리의 중소도시나 농촌과 너무 다릅니다. 구석구석 인프라에, 구석구석 사회서비스에, 구석구석 일자리에, 구석구석 삶의 질과 경쟁력이 보이지요. 이것이 일본의 내공입니다.
일본에 가시면, 도쿄나 오사카 보고 '뭐 별찮네…. 우리나라보다 못하잖아?' 하는 말 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방의 중소도시, 그리고 농촌 마을에 잠깐이라도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일본의 내공이 드러납니다. 그것이 일본의 넓은 뿌리지요. 사회 인프라란 바로 그것입니다. 고속도로나 항만시설이나 산업단지뿐이 아니라 사람 자산과 일자리와 사회 서비스가 골고루 일정 수준 이상이 되는 상태가 선진국이지요.
이명박 대통령의 '거대지향증'은 잘 알려져 있지요. 대기업, 대도시, 국제기업, 세계도시, 세계 제일 등. 휘하의 참모들도 비슷한 증세를 앓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 둘러 쌓여 있고, 그런 사람들만 참모로 발탁합니다. 다른 발상은 할 줄 모르지요. 평생 그런 생각 외에는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참여정부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시든, '균형발전'에 우선순위를 둔 것에 대해서 국민 대다수는 높은 평가를 하시리라. 봅니다. '균형발전'은 '지속발전' 개념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지속되어야 할 정책 방향이고요. 상당 부분 법제화되어 지속될 수 있는 기반도 되어 있었구요.(종부세 균형배분, 균형발전 법, 균형기금, 혁신도시 등)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제맛대로 완전히 바꾸지 않고는' 성에 안 차는 모양이지요. 불황, 침체, 세계경기 악화를 빌미로 국토균형발전 즉, 국가균형발전의 밑뿌리를 통째로 자르려 드는군요. 수도권에 사시는 2,700만이 지방의 2,300만보다 그렇게 더 커 보이나요? 균형발전의 토대를 물거품으로 만들려 드는군요.
위의 한반도의 밤 사진에서, 수도권의 불빛이 터져버리고 지방의 불빛이 깜깜해질 때, 이미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국토는 피폐되고, 사회는 초 양극화되고, 수도권의 삶의 질과 경쟁력도 떨어져 버리고, 국가의 경쟁력은 깜깜해져 있을 때,
이명박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는 이미 과거의 정부일 터이고, 우리들 그리고 우리 자식들은 어떤 나라에서 살게 될까요?
절망스럽습니다. 숨이 막힙니다. 암울합니다.
※ 출처 - http://www.dailyseop.com/section/article_view.aspx?at_id=92081
ⓒ 김진애 / 도시건축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