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모르는 여자들 다어이트
여성 여행 2009/04/12 07:15 꺄르르
날마다 벌어지는 전쟁이 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전쟁으로 치열하기도 이를 데 없는 전쟁, 바로 다이어트입니다. 스키니를 입고자, 사이즈 44를 유지하고자 여성들이 살과 벌이는 싸움을 곁에서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지독하지요. 살과는 어떤 평화협정도 맺지 않겠다며 여성들은 강경하게 살들을 공격하죠.
날씬한 게 좋다지만, 해도 너무할 때가 있죠. 삐쩍 말라 절로 안쓰러움을 자아내는 여성들을 볼 때, 저렇게 해야 될까 싶습니다. 사람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여성들은 오늘도 굶으며 뱃속 요동을 참죠. 여성들은 어떤 생각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얼마나 하고 있을까요. 전문직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여성 두 사람을 만나 이야기 들어보았습니다.
"생크림은 안 먹어요" 와플에 있는 생크림은 다이어트할 때 반드시 피해야할 녀석이죠.
“생활에서 다이어트는 떼려고 해야 뗄 수 없어” “365일 다이어트”
-다이어트를 언제, 얼마나 하나요?
“솔직히, 매순간 하는 거죠. 다이어트를 하면 좋게 되잖아요. 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할 건 되게 많아요. 생활인이니까, 아무래도 음식을 안 먹을 수는 없고, 먹고 나면, 또 이거 먹었어, 큰일 났다는 생각도 하고, 이런 게 일상 같아요. 다이어트는 떼려고 해야 뗄 수 없는 생활이죠. 밥을 먹으면서도 신경을 쓰죠. 얼마큼 먹었네, 살찔 텐데, 머릿속으로 늘 생각하면서 살죠.
특별히, 겨울 지나고 요맘때쯤, 이제 여름을 대비해야 하잖아요. 이럴 때 다이어트를 더 신경 쓰고요. 살이 좀 찐 거 같은 생각이 들 때, 어느 날 거울 볼 때, 왜 이렇게 뚱뚱하지, 남들보다 내가 더 뚱뚱하다고 생각이 들 때, 다이어트를 하죠. 빼야지 생각 들면, 운동하고 덜 먹고 이것저것 다 해보고 그래요.”
“저는, 입으로 365일 다이어트 하는데, 막상 실천은 잘 못해요. 특별히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하면 1, 2주일 전부터 신경을 써요. 야식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최소한 야식이라도 먹지 말자 이런 생각을 갖고 저 스스로 다이어트를 하죠. 다이어트가 생활이에요. 언제부터인가 외모에 관심 있는 나이가 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를 하죠. 남자든 여자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건 마찬가지고, 여자들 관심이 외적인 게 많으니까요.
친구들을 만나면 다이어트, 화장품, 결국 외모 얘기거든요. 다섯 명이 간만에 만났는데, 누가 눈에 띄게 살이 빠지면 다이어트 얘기하고, 누가 더 예뻐 보이면, 요즘 화장 어떻게 해, 물어보고, 결국은 외모 얘기에요. 걔 봤니, 누가 뭘 먹었는데 빠졌더라, 어느 병원이 좋다더라, 이런 얘기를 나누다보면, 나도 해볼까, 생각 들죠. 다이어트도 미용에 대한 관심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 같아요.“
-다이어트 종류가 많은데, 어떤 다이어트를 해봤나요?
“여러 다이어트를 해봤죠. 그 가운데, 요즘은 원푸드 다이어트를 해봤어요. 고구마나 감자처럼 하나만 먹는 거죠. 솔직히, 의지가 강해야 할 수 있겠더라고요. 하다가 못해요. 이틀 하다가 못 했어요. 밖으로 나가면 못하는 건데, 약속이 계속 생기고, 고구마만 먹다보니, 너무 먹고 싶은 것들이 보이죠. 그래서 외출했을 때 포기하고 먹었어요. 그렇게 좌절하고 안해야지 하다가 또 현실에 타협하고 먹고, 운동하고 이렇게 반복하는 거 같아요.
하루에 한 끼만 먹거나 원래 먹던 양의 반만 먹는다거나, 밥을 조금 먹고 반찬을 많이 먹는다거나 음식에 변화를 많이 줘요. 쉬우니까요. 그렇게 음식 조절하고 운동을 해서 살을 빼고 하다보면, 운동했으니까 또 많이 먹게 돼요. 그럼, 이게 아닌데, 스트레스 받게 되죠. 그러면 안 빠져요 먹는 것도 두렵고,
“굶거나 끼니를 줄여, 한약이나 지방분해하는 약, 지방분해하는 주사 맞기도”
여자들이 노력도 많이 하지만 쉽게 뺄 수 있는 방법을 찾죠. 저는 약 같은 거 안 먹는데, 한약이나 지방분해하는 약 먹는 사람도 있고, 지방분해하는 주사 맞는 애도 있고, 식욕 줄이려고 수지침 맞는 애도 있어요. 손바닥에서 피 나오는 거 참으면서, 또 아프다면서 맞더라고요. 또, 체형 관리 전문점가서 마사지도 받으면서 여러 가지로 살을 빼려고 하죠.“
2007년, 빅우먼 패션쇼 '통 큰 엄마와 언니, 그리고 명랑 딸들의 축제' 리허설 장면 @오마이뉴스 남소연
“저는 단순하게 끼니수를 줄이거나 굶는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했어요. 일이 바빠서 못 먹는 것도 있겠지만 일이 바쁘니까 일부러 안 먹으려고 하는 날도 많죠. 예를 들어서 2, 3주 뒤에 중요한 행사나 모임이 있으면, 살을 빼야한다 의식하고 안 먹는 거예요. 배고플 때면, 마시는 거로 대충 때우고, 아침과 점심사이에 아점을 간단히 먹거나, 점심과 저녁사이에 밥을 먹는 거죠. 아예 끼니를 줄이고, 양도 줄여서 다이어트를 해요.”
그렇게 며칠을 보내죠. 이런 생활을 일상화할 필요도 느끼죠. 많이 빠지거든요. 어떤 분은 6시 이후로는 안 먹는다고 하시는데, 정말 효과 좋대요. 그런데 엄청난 의지가 필요하겠죠. 보통 사람들에게는 힘들 거 같아요.“
-다이어트 할 때, 운동도 중요한데, 어떤 것들을 해봐나요?
“저는 여러 운동을 해봤어요. 하루에 1000개씩 줄넘기를 자주 하는데, 보름만 해도 몇kg 빠져요. 헬스도 해봤고, 달리기도 하고, 집에서 훌라후프도 하고, 할 수 있는 건 많이 해봤어요. 지금은 핫요가를 하고 있어요. 운동을 단기간은 할 수 있겠지만, 길게 하는 건 어렵더라고요.”
“저는 요가 해봤어요. 요가는 운동이 되고, 기분도 좋아지지만, 살짝 해서 그런지 살 빠지는 효과는 크지 않더라고요.”
-다이어트 정보들이 많은데, 솔깃한가요?
“인터넷을 하다보면, 하루 만에 몇kg 빼는 거, 한 달 만에 10kg 뺀다는 글이 있는데, 뻔히 뻥인 거 알면서도 정말 눌러보게 되죠. 한 달 만에 10kg, 정말 미쳤어, 그러면서도 한 번 해볼까 생각이 들죠. 심리싸움 같아요. 거짓말인 걸 알지만, 여자들이 다이어트라면 심리싸움에 진다는 걸 아니까 그렇게 마켓팅하는 거죠. 여자들 심리는 누구나 예뻐지고 날씬해지고 싶으니까요.”
“사무실에서 있을 때, 가끔 시간이 나면, XX 다이어트 이런 동영상이 있더라고요. 그러면, 심심할 때, 무료로 다시 봐요. 서점에 다닐 때도 다이어트랑 미용 책은 잠깐 읽어보게 되죠. 기본적으로 여자들 관심은 같아요. 여자들끼리 만나면, 너 어떻게 뺏어, 너 너무 예뻐졌다,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여자들이 주로 하는 수다거리가 외모랑 다이어트예요. 그만큼 다들 신경 쓰고 산다는 소리죠”
-다이어트할 때 심정은 어떤가요? 스트레스가 있는지?
“일단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못 먹는 게, 가장 큰 고문이죠. 이때, 가장 큰 의지가 필요한데, 그 상태를 잘 지켜서 성공을 하더라도 유지를 해야 하잖아요. 식사량을 다시 원래로 돌리면, 금방 찌거든요. 운동으로 계속 가꿔줘야 하는데, 끝도 없죠. 단기간에 살을 빼려고 하면, 뺐다가 찌는 경우가 많아요. 생활은 그대로니까요. 그럼 실패하는 거죠.
먹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은 항상 하고 있어요. 그래도 다이어트 때문에 참아야 한다는 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생각인 거 같아요. 물론, 그냥 맛있게 먹으면 좋겠지만, 먹으면 살찐다는 생각은 안 할 수 없죠. 저보다 더 날씬하고 예쁜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니까요. 그러면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다이어트가 자기만족이고, 이렇게 자기를 가꾸는 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여성들은 TV에 나오는 마른 여자들과 비교하면서 다이어트를 한다. <소녀시대> @SM 엔터테인먼트
“자기보다 날씬하고 예쁜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기 때문에 다이어트 계속 의식”
“그냥 내가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나의 모든 것이 다 유지되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게 안 되니까, 밥을 굶게 되고 계속 다이어트를 의식하니까 답답하고 스트레스 되는 거 같아요. 딱 마음먹는 순간은 참을 수 있는데, 마음먹은 게 오래가지 못 하죠. 또 먹었어, 좌절하고, 실패인가하고 다시 먹게 되고, 악순환 되는 거 같아요.
스트레스는 나날이 많아지는 거 같아요, 나이를 먹을수록, 나 늙으면 안 되는데, 이런 생각이 많아지죠. 단순히 외면이 아니라 내면도 가꿔야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외면도 가꿔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네요, 쟤는 저래서 예쁘고, 얘는 이래서 예쁘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어떤 미 기준을 보고 맞추게 되는 거 같아요.
나보다 예쁜 사람 보면서 비교하게 되고, 그런 비교를 통해 자신이 발전하면 좋은데, 자존감이 낮아지죠. 자신감이 낮아져서 누가 예쁘다고 해도, 그러지마 나도 알아, 이렇게 말하면서 혼자 끙끙대고 자기보다 뚱뚱한 사람을 험담하게 되죠. 너무 마른 체형을 고집하는 건 고쳐야 된다고 생각해요. 다 같이 노력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거 같네요.“
-외모 꾸미는 일을 여성에게 더 요구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외모 가꾸기는 전 세계에 일어나는 일이니까 어쩔 수 없죠. 미인의 기준이 바뀌었잖아요. 지금은 너무 획일적인 미 기준으로 똑같은 얼굴, 똑같은 외모로 다양하지 못한 건 있죠. 아무래도 미디어의 영향력이 가장 크죠. TV에 나오는 여자는 다 예쁘고 날씬하니까, 여자라면 저렇게 예뻐지고 싶은 마음이 다 있는 거예요. 자기만족이에요.
극단적인 성형수술은 누가 봐도 아닌 거니까 다이어트를 해서라도 예뻐지려고 하는 거죠. 스스로 살이 빠지면 자신감도 높아져요. 다이어트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나쁘지 않죠. 여자를 볼 때, 능력보다 외모를 중요하게 보듯이 남자는 외모보다 능력이 중요하잖아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차이인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남자랑 여자가 직장에서 똑같은 위치에 있어요. 남자는 능력이 있고 성과를 내면 되는데, 여자는 능력도 있고 성과 내는 거에 그치면 안 되고, 예쁘고 착하고 상냥하기까지 해야 해요. 원더우먼을 바라는 사회가 된 거 같아요.
그게 남녀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식으로 말하면, 남자들이 화내실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남자가 경제능력 부담을 더 많이 지게 되는 게 사실이잖아요. 아무리 맞벌이 부부라 할지라도 남자 어깨가 조금 더 무겁고, 가장으로서 의무가 많죠. 여자도 아내로서 엄마로서 잘 해야겠지만, 남자와 여자 사이 어쩔 수 없는 차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요즘 남자들은 여자의 경제 능력을 많이 본다고 하지만요.
남자들이 여자 만날 때, 예뻐, 안 예뻐, 쉽게 물어보더라고요. 그거에 대해서 어떻게 할 수 없죠. 여자들도 대학교 1, 2학년 때는, 그 사람 잘 생겼어, 물어보지만, 솔직히, 남자의 능력을 물어볼 때가 많거든요. 남자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화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역으로 생각하면, 여자도 외모 따지는 걸 받아들여야하는 거 같아요. 남녀의 차이인 거 같아요.“
지나친 다이어트로 사망한 모델 아나 카톨리나 @AP
두 사람은 정말, 날씬하고 예쁜 여성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늘 다이어트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네요. 많은 여성들이 0.5kg에도 민감하고 그거에 따라 울고 웃지요. 음식을 즐겁게 먹지 못하고, 늘 머리로 칼로리 계산을 합니다. 왜냐하면 자기 기준으로는 TV 스타, 전지현, 김태희가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거울 속에 비치는 자기 모습은 이보다 더 뚱뚱할 수 없습니다.
거리를 돌아다니다보면, 아니, 다들 북한에서 넘어오셨나, 깡마른 여성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북한의 굶주림을 동감하고자 그런 건 아닐 텐데, 허기져 보이는 여성들을 보면, 괜히 밥 한 끼라도 사 먹여야 할 듯싶죠. 외국 사람들은 한국 여성들이 ‘너무 말랐다’며 놀라는 지경이죠. TV에 나오는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전부 ‘굶은 듯싶은 사람’들이 장악하더니 급기야 뼈만 있는 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할게요. 피지 섬에는 1980년대 후반까지 TV가 없었어요. 과거 피지 섬의 아름다운 여성상은 다산을 상징하는 다소 뚱뚱한 몸매의 여성이었어요. 그러다 TV가 보급된 지 불과 5년 만에 피지 섬 여성 가운데 80%가 자기 몸이 비만이며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고백했습니다. TV에서 서구 말라깽이 여성들만 나오자 이들의 자아상이 달라진 거죠.
대중매체는 현대사회에서 큰 영향을 끼치고 있죠. 거식증은 대중매체 때문에 생겨난 히스테리입니다. 거식증이나 과식증은 1970년대 이전까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병이었으나, 근래 들어 갑자기 늘어난 신종 정신질환이죠. 특히, 거식증 환자 대부분이 풍요로운 중산층 이상의 가정환경을 갖고 있어요. 현대인들이 얼마나 대중매체에 휘둘리며 몸과 마음도 ‘재조직’되고 있는걸 보여주죠.
무리한 다이어트는 여성들에게도 큰 스트레스일뿐더러 영양분 불균형으로 건강에도 해롭습니다. 다이어트는 음식섭취 → 불안 → 다이어트 → 고통 → 음식섭취로 되풀이 되며, 끝이 안 보이는 터널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죠. 풍요로운 시대에 굶주리는 여성들, 지방분해 약을 먹고 지방분해 주사를 맞아가면서까지 날씬해지려는 여성들, 그러도록 부추기는 사회, 과연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지 한번쯤은 돌아보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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