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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페라 임형주, 홈피에 추모글

장백산-1 2009. 5. 26. 00:03

연합뉴스

<盧전대통령 서거> 임형주 홈피에 추모글

기사입력 2009-05-25 22:58 |최종수정 2009-05-25 23:03


"취임식 때의 애국가 한번 더 불러드립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마음속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취임식에서 불렀던 애국가, 마지막 가시는 길에 한번 더 불러 드립니다. 부디 하늘까지 전해지길 기도합니다".

팝페라 테너 임형주(23)가 노 전 대통령을 위해 쓴 추모의 글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임형주는 25일 오후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와 팬카페에 '노 전 대통령님의 취임식에서 불렀던 애국가, 마지막 가시는 길에 한번 더 불러 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2003년 노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역대 최연소 나이로 애국가를 불러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는 미국 CNN, 영국 BBC, 일본 NHK 등 전세계 주요 언론을 통해 방송된 취임식에서 '천상의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으며 애국가를 불렀고 그 덕분에 해외 무대에서 팝페라 테너로 활동할 계기를 마련했다.

임형주는 "저는 '노사모' 회원도 아니고 공식 지지자도 아니었지만 '노ㆍ무ㆍ현'이라는 인물을 존경하는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뜻깊고 귀중한 인연을 이어온 한 사람으로서 그저 가슴이 아프고 글을 쓰는 지금도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제가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팝페라 테너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6년전 당시 17살이었던 그때 노 전 대통령님의 취임식에서 애국가를 부른 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노 전 대통령님께서도 가장 기쁘셨으리라 생각되는 그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써내려갔다.

아울러 임형주는 노 전 대통령과 생전에 만났던 기억들을 하나씩 끄집어냈다. 그는 취임식 이후 한미 이민 100주년 기념 음악회, 남북정전 50주년 기념 음악회, 아일랜드 대통령 메리 매컬리스 방한기념 청와대 초청 단독공연 등 여러 국가적인 행사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는 "청와대 초청 공연 때 제가 마지막 곡이었던 한국 가곡을 부르고 공연이 끝났을 때 무대 위로 올라와 제 두손을 꼭 잡아주셨던 일, 언젠가 제가 쑥스러워 말없이 인사만 꾸벅 드렸을 때 먼저 환하게 미소 지으시며 말을 걸어주신 일, 저는 기억한다"며 "이제 제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팝페라 테너 임형주

현재 이탈리아 피렌체에 머물고 있는 그는 "장례식이 끝나는 날까지 저도 다른 분들과 같이 검은 옷을 입겠다"며 "글을 쓰는 순간 고(故) 김수환 추기경님께 추모곡으로 헌정했던 제 노래 '천개의 바람이 되어'가 생각나 오늘은 마음속으로 대통령님을 위해 이 노래를 부르겠다. 고통스러웠던 기억들 다 잊으시고 부디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글을 마무리 했다.

임형주는 이날 추모글과 더불어 '천개의 바람이 되어'의 가사와 노 전 대통령 내외와 찍은 취임식 사진, 국화꽃 사진을 함께 올렸다.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마요/나는 그곳에 없어요/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나는 천개의 바람/천개의 바람이 되었죠/저 넓은 하늘 위를/자유롭게 날고 있죠'라는 가사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