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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부부의 인연을 맺는 젊은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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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만 스쳐도 500생의 인연이 있다는데, 평생을 함께하는 부부의 인연은 지중(至重)하다. 부부는 새 생명이 세상의 빛을 보도록 하는 성스러운 소임이 있기에 귀중한 인연이다. 부부들은 자녀를 훌륭한 인물로 키우겠다는 원력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과 태교로 유명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이를 갖기까지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아이 잉태하는 과정 중요해
좋은 씨앗 뿌려야 풍요로운 수확 가능하듯
아름다운 마음 가져야 ‘맑은 자녀’와 인연
주경스님 / 강릉 성원사 회주
불교에서 윤회는 전생에 지은 업식(業識)에 따라 달라진다. 선업을 지으면, 선한 부모와 인연을 맺고, 악업을 쌓으면 악업이 많은 부모와 인연을 맺는다. 그러니 아기를 가질 때 부모 마음에 따라 착한 인연이 들어오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부모가 곱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졌을 때는 곱고 아름다운 생명이 들어온다. 하지만 화를 내고 욕심이 많을 때는 욕심 많은 생명체가 찾아온다. 그러니 적어도 회임 전 3개월에서 6개월 만이라도 성인(聖人)을 잉태한다는 아름다운 마음을 지녀야 한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선행을 베풀고, 교양서적을 읽고, 깨끗한 음식을 가려 먹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신심을 청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연후에 아이 갖는 시간을 잘 살펴야 한다. 해자축시(亥子丑時) 보다는 지구의 자기장(磁氣場)이 열리는 맑고 깨끗한 인시(寅時)가 지난후가 적격이다. 이때는 맑은 기운이 도는 시간으로 맑고 깨끗한 자녀와 인연을 맺을 수 있다. 만일 이 시간에 비가 오고 천둥 벼락이 치거나 눈이 오면 피해야한다. 아이의 정서가 불안할 수 있고, 건강이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마음이 움직일 때 업(業, 카르마)이 생긴다고 한다. 업은 가시 형(荊) 티끌 진(塵)을 써서 형진이라고도 한다. 촛불이 바람에 따라 흔들리면 그을음이 생기는 것처럼 ‘이것이 있다. 저것이 있다’라는 분별심으로 업이 만들어진다. 부처님은 업에 끄달리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셨고, 역대 조사들은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를 강조했는데, 이는 마음을 움직이지 말고,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집착으로 마음이 굳어지면 응고되어 물질화되는 것을 응념체(凝念體), 즉 업이라고 한다. 우리는 업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간절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원력 성취를 기원할 때 밝은 기운과 빛이 생긴다. 이것이 업을 소멸시키는 척력(斥力)으로 ‘밀어내는 힘’이라고 한다.
우리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마음은 가난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족(自足)할 줄 모르고, 만족을 모르니 갈등하고 대립한다. 행복한 세상이 되려면 심성이 고운 사람이 많아야 한다.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들이 맑고 깨끗한 심성을 지닌다면, 미래의 세상은 지금보다 밝아질 것이다.
봄을 맞아 많은 젊은이들이 부부의 인연을 맺고 있다. 결혼을 하면 자연의 섭리대로 아이를 갖게 될 것이다. 앞서 강조한 대로 아이를 갖는 과정에서 부부가 어떤 마음을 지니느냐에 따라 지혜롭고 건강한 생명의 탄생 여부가 결정 된다. 태교도 중요하고, 태어난 후에 잘 키우는 일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정성스럽게 아이를 잉태하는 일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좋은 씨앗을 뿌려야 풍요로운 수확이 가능하다는 진리를 이 좋은 계절에 결혼하는 젊은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불교신문 2516호/ 4월11일자]
2009-04-08 오전 9:21:00 / 송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