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대통령 김두관

김두관 지사 인터뷰 [스포츠 서울 닷컴]

장백산-1 2011. 2. 7. 14:32

[속마음 인터뷰] 김두관 지사 “반칙 막으려고 정치하는 것”

[스포츠서울닷컴ㅣ대담=권경률, 기록·정리=박형남기자]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헤엄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14대 총선 당시 부산에 출마하며 내건 구호다. 그는 낙선을 거듭하면서도 부산 출마를 그만두지 않았다. 지역주의 당색 앞에서는 소신도, 능력도 통하지 않는 한국의 정치현실. 그 한가운데서 ‘바보 노무현’의 도전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보였다. 이 포기를 모르는 도전이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김두관 지사가 거둔 승리는 바로 그 노무현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가장 두려운 야당후보로 김두관을 꼽고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경상남도의 인구는 2010년 12월 기준으로 328만9천명에 육박한다. 경상도에서 부산광역시에 이어 두 번째. 한나라당으로선 텃밭을 흔들 수 있는 인물이 아닌가.

 

하지만 이와 같은 정치공학은 그 사람의 진면목을 가리는 우를 범하기 쉽다.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만나본 김두관 지사가 그랬다. 그의 가능성은 지역주의에 입각한 표 계산보다는 지사직에 임하는 자세에서 뿜어져 나왔다. 공식 인터뷰가 끝난 후 편안하게 나눈 이야기 속에 그의 감춰진 저력이 묻어났다.

 

 

 

 

 

 

- 선거에서 이겨 6개월 동안 도정을 꾸려 왔습니다. 막상 해보니 어떤가요?
“좋아죽겠어요. 펄펄 날아다닙니다.”

 

- 이렇게 좋은데 만일 경남도지사가 안 됐다면?
“선거 기간 중에 누가 이런 말을 해요. 져도 이기는 거고 이겨도 이기는 거다. 박빙으로 지더라도 기회가 있지 않겠나. 참 겁나는 이야기죠. (웃음)”

 

- 도의회도 그렇고 비판세력이 만만치 않은데.
“정치인에 대해 혹평을 해줘야 돼요. 칭찬만 하면 저 잘났다 싶으니까. 자기를 극복하고 고칠 수 있도록 해줘야죠. ‘쓴소리’ 하는 거 하나도 안 섭섭합니다.”

 

- 지사로서의 권위를 버리겠다는 뜻인가요.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노무현 대통령은 최초의 평민대통령 아니었습니까? 권위주의가 아예 없었잖아요. 대통령문화를 바꾼 건데. 검찰, 국정원 같은 전통적인 권력기관은 물론이고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 같은 새로운 권력기관을 사적으로도, 공적으로도 남용한 적이 없어요. 보통 대통령 되면 권력기관을 총동원해서 옛날식으로 말하면 자신의 지지기반을 강화하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싸고도는 측근들이 그렇게 해요.”

 

- 구체적인 일화가 있다면?
“예를 들면 국정원은 방대한 요원과 고급인력을 갖고 있잖아요.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이 옛날에 야당사찰을 해서 안 좋은 인상이 있었어요. 그래서 국정원 보고를 직접 받지 않았습니다. 비서실장, 정책실장 더러 자료 받아서 검토하라고 했지. 본인이 국정원장 불러서 독대하고 그러지는 않았어요. 보다 못해 당시 행자부 장관이었던 제가 국정원 보고도 받으시라고 그랬어요. 야당사찰은 철저하게 막으셔야 하지만 국정원이 갖고 있는 대북?대외정보는 받으셔야 합니다. 이 얘기 했다가 혼났다니까. (대통령께서) 국정원 보고에 재미를 붙이는 순간 역사는 우리 참여정부를 다르게 기록할 겁니다. 이렇게 말씀하신 걸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 노 전 대통령은 돌아가시기 전 검찰에 출두했는데요. 당시 마음이 참담했을 겁니다. 그게 서거로 이어졌고요. 측근들이 대통령에게 힘이 되지 못 했다는 비판도 있는데.
“그런 점에서 저희들이 고개를 들 수 없는데요. 지켜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죄인이죠. 저렇게 압박하면 대통령 성정에 진짜 목숨 끊을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제 성격이 대통령이 안 부르시면 미팅 만들고 보고하고 그렇지를 못 해요. 제가 가서 위로한다고 위로가 되겠나 싶기도 했고. 1월에 한 번인가 갔어요. 그런데 조사 끝나고 만나자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후론) 못 만났어요. 이런 게 지금도 마음에 남아서. 잊고 있었는데 그런 이야기 꺼내니까. (잠시 침묵.)”

 

 

 

 

 

 

 

앞서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영원히 뛰어넘을 수 없는 스승’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사랑하고 존경했던 스승을 가슴에 묻었다.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지만 한편으론 회한으로 남아 있는…. 도지사로서 그가 걸어가고자 하는 길도 스승이 걸었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멀리서지만 가끔 지켜볼 고인의 시선을 느끼며 한 발 한 발 나아갈 것이다.

 

- 노 전 대통령은 결벽증에 가까울 만큼 깨끗한 정치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그런 대통령의 뜻이 일부나마 훼손된 데 대해 아쉬움이 클 텐데요. 그 분을 스승이라 여기는 입장에서, 또 본인 역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천억 원 해먹고도 29만원 밖에 없다며 버티는 사람도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문제를 검찰에서 발표하고 나서야 아셨을 겁니다. 정치인에게 돈은 수단입니다. 조직 같은 거 하려면 필요하죠. 하지만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장사나 사업 하듯이 돈 욕심 부리지는 않아요. 문제는 돈 안 드는 정치문화 정착시킨다며 만든 선거법입니다. 이른바 ‘오세훈 선거법’은 저만 잘난 체 하는 거죠.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더 있어야 하는데 굉장히 차단해놨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정몽준 대표 같은 정치인을 빼면….”

 

- 작년에 세 번째로 도지사에 도전하면서 뼈저리게 느꼈겠죠.
“돈을 빌려서 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친척들한테 손을 벌리는데 작년에는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낯이 뜨거워서. 그동안 얼마나 많이 손 벌렸겠어. 업자들한테 받으면 다 불려갑니다. 저 같은 경우 집안, 동창, 고향친구 이런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았죠. 경남도지사 법정 선거비용이 18억 원인데 그것도 맞추지 못했습니다. 출판기념회 하고 그래도. 그런 면에서 (작년 선거가) 기적이라는 겁니다. 다른 게 기적이 아니라.”

 

- 선거를 치르다보면 유혹 같은 것도 있을 텐데요.
“전쟁할 때 협약에 따라 M16만 쓰기로 했다고 쳐요. 그런데 상대방이 반칙해요. 미사일 쏴버려. 화력에서 비교가 안 되잖아요. 미사일 쏘는데 M16 갖고 어떻게 이겨요? 그럼 미사일 쏜 쪽에다가 강력하게 항의하고 제재를 가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그렇지 않아요. 왜 시원찮게 M16만 쏘고 있어. 미사일 쏘면 박격포 정도는 대응해야지. 이러니까 맨날 반칙해서 이기려고 하죠. 반칙하는 사람들한테 너무 관대하니까.”

 

- 당사자도 그렇겠지만 주변에서도 참 힘들겠어요?
“선거를 하게 되면 참모들이 막 압박하고 그럽니다. 지면 누가 인정해준다고 그렇게 잘난 체 하느냐고. 햐, 참 괴롭죠. 맨날 지니까. 돈 때문에 지는가 싶으면 반칙에 대한 유혹이 생기죠. 그래도 그렇게 못하겠더라고요. 실제 돈도 안 구해지지만 우리가 정치하는 이유가 뭡니까. 한 번 반칙해서라도 이겨보자? 반칙 막으려고 지금까지 힘들게 정치해온 거 아닙니까? 차마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고요.”

 

그의 절실함은 투박하긴 하지만 막연하지 않다. 성긴 당위나 얕은 재기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 바닥에서 사람들과 부대끼고 패배로부터 승리를 배운, 입체화된 절실함이다. 어찌 보면 요즘 잘나간다는 ‘진보집권플랜’의 현장판이며 체험모델이다. 그래서일까. 내년 대선을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는 기운이 세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는 민주개혁 정부를 만들어내지 못한 업보죠. 내년에는 꼭 민주개혁 2기 정부를 창출해내야 합니다.”

 

<사진=배정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