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대통령 김두관

'장학퀴즈' 출신 모임 30돌---"마피아"라는 말도 들어요...

장백산-1 2011. 6. 23. 01:36

중앙일보

입력 2011.06.23 00:21 / 수정 2011.06.23 00:21

‘장학퀴즈’출신 모임 30돌 … “마피아라는 말도 들어요”

수람 30주년 기념 EBS ‘장학퀴즈가 맺어준 인연’ 특집 방송(25일 방영 예정)에서 출연자들이 퀴즈를 풀고 있다. 왼쪽부터 임한규 SK건설 상무, 이선민 SK C&C과장, 한수진 SBS기자, 김희웅 MBC기자, 김소헌 클루닉스 이사, 권대석 클루닉스 대표.

‘삑-.’ 이 부저 소리가 울릴 때면 TV를 보던 이들은 바짝 긴장했다. 5명의 출연자 중 하나가 대답하기 전에 시청자들은 각자가 알고 있는 정답을 목청껏 외쳤다. 맞히면 의기양양 어깨를 폈고, 틀릴 때는 가족의 타박을 들어야 했다. “아니 쟤는 맞히는데 넌 뭐니.”

 1970~90년대 ‘장학퀴즈’를 보던 일요일 아침의 풍경은 이랬다. 장학퀴즈는 SK그룹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후원을 시작해 1973년 첫 전파를 탔다.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인 만큼 출연자들의 모임인 ‘수람(收攬)’의 역사도 깊다. 1981년 결성해 올해로 30돌을 맞았다. 회원 수가 700여 명에 달한다.

장학퀴즈에 출연한 고등학생이 대학생이 되면 회원이 된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가수 김광진·이택림씨, 송승환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이규형 영화감독 등이 수람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거두어 잡는다’는 수람의 뜻 때문일까. 수람에서 만난 19쌍이 부부의 연을 맺었다. 수람의 1호 커플인 SK건설의 임한규(48) 상무와 서인덕(47)씨의 ‘수람에서 SK까지’ 이어지는 사연은 수람의 전설이 됐다. 수람 2기 동기생인 임 상무와 서씨는 수람에서 만나 각각 SK건설·SK그룹으로 입사했고 결혼에 골인했다. 임 상무는 “최근 고등학교 1학년인 둘째 아들도 장학퀴즈 예선에 나가겠다고 해 진정한 ‘장학퀴즈 가족’이자 ‘수람 가족’이 되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며 웃었다.

 부부의 연까지 가지 않더라도, 수람인은 서로 끈끈하기로 유명하다. 클라우드 컴퓨팅 전문기업 ‘클루닉스’의 권대석 대표(수람 8기)의 경우 ‘1기 형’의 조언으로 지금의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권 대표는 원래 서울대에서 계산통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딴 후 ‘수퍼컴퓨팅’이라는 기술을 들고 미국 실리콘밸리로 가려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수람의 선배가 자금을 대줄 테니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하라고 제안한 것. 임 상무는 “서로 하도 챙겨주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수람 마피아’라고 농담을 할 정도”라고 했다.

 아무리 나이 차이가 나더라도 수람 안에서는 서로를 ‘형·누나’로 부른다. 수람의 세월이 쌓여가도, 나이 어린 기수와 스스럼없이 어우러지기 위해서다. 25기인 박상진(24)씨는 “아버지와 아들이 수람인인 경우를 제외하고 호칭에 예외는 없다”며 웃었다.

 사회인인 형·누나는 대학생 동생들을 정기적으로 만나 진로상담을 하기도 한다. 취미생활도 함께한다. 수람 안에는 야구·농구·축구부가 있다. 야구부의 경우 아마추어 리그에도 출전하고 있다.

 수람은 단순한 친목 모임을 넘어 사회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공부방 ‘푸른교실’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각계각층이 모여 있는 수람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수람인의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수람 1기인 서울대 김세직 교수는 “장학퀴즈에 출연했던 고교생들이 지금은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SK가 38년간 ‘인재가 가장 소중한 자원’이라는 확고한 믿음으로 꾸준히 지원해온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