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08일 (토) 10:27
[Why] [동네 의사 송태호의 진료일기] 식음 전폐 할머니, 당뇨약 꼬박꼬박 챙겨먹다가 결국…
몇 달 전 당뇨와 고혈압으로 우리 병원에 다니던 70대 할머니의 보호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환자에게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오래전부터 나에게 진료받던 분으로 병원이 하남시로 이사하자 멀리서까지 찾아오던 분이었다.
할머니는 119구급대에 실려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계시다고 했다. 아침에 깨어나지 않아 응급실에 모시고 갔더니 저혈당에 의한 뇌 손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단다. 할머니는 자녀의 사업이 큰 위기에 처해 집까지 팔게 되자 그야말로 식음을 전폐하고 드러누워 있었다. 그 와중에 감기 몸살이 겹쳤다고 했다. 아뿔싸! 그런데 식사를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당뇨약을 꼬박꼬박 챙겨드신 것이다. 할머니에겐 간이 혈당계가 있었지만 마침 부속품이 다 떨어져 체크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평소에 약이 잘 듣던 분이었기에 이런 일이 생기리라곤 나나 보호자 모두 생각지 못했다.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려면 산소와 당분이 꼭 필요하다. 특히 뇌는 이 두 가지 중 하나가 불과 몇분간 공급이 안 돼도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는다. 안타깝게도 할머니는 회복하지 못하고 투병하다가 생을 마감했다.
이와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당뇨를 앓고 있던 한 40대 남자는 사업이 어려워지자 술을 계속 마시면서 당뇨약을 제때 먹지 않았다. 이따금 병원에 오기는 했지만 혈당 조절이 잘 안 되고 있었다.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어서 이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말을 귓등으로 듣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 환자는 집에 간이 혈당측정기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어느 날 혈당을 재보니 무려 500㎎/㎗가 넘었다. 정상 수치가 대개 80~140㎎/㎗이기에 당장 입원치료를 권했다. 입원의뢰서를 손에 쥐고 진료실을 나가는 환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 환자가 과연 입원할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는 당장 몸이 아프지도 않았고, 입원비를 감당할 만큼 형편이 넉넉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 이 환자는 입원을 미루다가 갑자기 혼수 상태가 되어 중환자실에 눕게 됐다. 며칠 뒤 보호자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으러 왔기에 그나마 병원비는 걱정 없겠다고 안도했다. 이 남자는 다행히 별다른 후유증 없이 회복됐고 인슐린으로 혈당을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당뇨로 급성합병증이 생겼을 때 저혈당이 고혈당보다 무섭다. 저혈당은 인슐린을 맞는 환자들에게서 흔하지만 약만 복용하는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저혈당 증세는 갑자기 나타난다. 멀쩡히 걸어가다가 넘어져 머리를 다치거나 운전을 하다가 의식을 잃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저혈당 증세는 식은땀이 나면서 온몸이 떨리고 맥이 빠지는 것인데, 직접 겪은 사람들에 따르면 "굉장히 기분 나쁜 경험"이라고 한다. 멀쩡한 것 같다가 어느 순간 쓰러지면 바로 중환자가 되는 병이 당뇨다.
[키워드]
당뇨 합병증
↑ [조선일보]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려면 산소와 당분이 꼭 필요하다. 특히 뇌는 이 두 가지 중 하나가 불과 몇분간 공급이 안 돼도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는다. 안타깝게도 할머니는 회복하지 못하고 투병하다가 생을 마감했다.
이와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당뇨를 앓고 있던 한 40대 남자는 사업이 어려워지자 술을 계속 마시면서 당뇨약을 제때 먹지 않았다. 이따금 병원에 오기는 했지만 혈당 조절이 잘 안 되고 있었다.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어서 이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말을 귓등으로 듣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 환자는 집에 간이 혈당측정기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어느 날 혈당을 재보니 무려 500㎎/㎗가 넘었다. 정상 수치가 대개 80~140㎎/㎗이기에 당장 입원치료를 권했다. 입원의뢰서를 손에 쥐고 진료실을 나가는 환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 환자가 과연 입원할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는 당장 몸이 아프지도 않았고, 입원비를 감당할 만큼 형편이 넉넉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 이 환자는 입원을 미루다가 갑자기 혼수 상태가 되어 중환자실에 눕게 됐다. 며칠 뒤 보호자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으러 왔기에 그나마 병원비는 걱정 없겠다고 안도했다. 이 남자는 다행히 별다른 후유증 없이 회복됐고 인슐린으로 혈당을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당뇨로 급성합병증이 생겼을 때 저혈당이 고혈당보다 무섭다. 저혈당은 인슐린을 맞는 환자들에게서 흔하지만 약만 복용하는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저혈당 증세는 갑자기 나타난다. 멀쩡히 걸어가다가 넘어져 머리를 다치거나 운전을 하다가 의식을 잃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저혈당 증세는 식은땀이 나면서 온몸이 떨리고 맥이 빠지는 것인데, 직접 겪은 사람들에 따르면 "굉장히 기분 나쁜 경험"이라고 한다. 멀쩡한 것 같다가 어느 순간 쓰러지면 바로 중환자가 되는 병이 당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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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합병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