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경스님의 수심결

4. 마음이란?

장백산-1 2015. 2. 18. 02:21

 

 

 

 

 

> 연재 | 인경 스님의 수심결 

     

4. 마음이란?   마음은 특정조건 따라 형성된 흐름 일부
    인경 스님  |  khim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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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26  16: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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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심시불(卽心是佛). 부처란 바로 마음이다. 이렇게 정의하는 것은 부처를 밖에서 찾는 것을 방지하고 곧장 진실에 나아가게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視線을 저 멀리 높은 곳에서 우리의 內面, 마음으로 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형이상학적 문제가 현실로, 부처의 문제가 마음의 문제로, 과거가 아닌 현재의 문제로 전환되는 것이다. 한결 構體化된 接近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있다. 마음을 어떻게 理解하고, 어떻게 定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마음에 대한 이해와 정의는  불교·심리학 분야 핵심 과제
마음을 객관적 존재로 믿지만  의식과 대상 접촉으로 발생
붙잡으려할수록 공허감 커


이 문제는 오늘날 심리학뿐만 아니라 초기불교, 유식불교, 선불교에서 계속적으로 참구해온 불교의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누구든지 일상을 살아가면서 마음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옛날부터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우리는 일상에서 뭔가를 결정할 때, 혼란스러움에 직면할 때, “내 마음 나도 몰라” 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곤 한다.

이런 곤란함을 표현한 것일까? 전통적으로 달마대사의 저작으로 인식되었지만 최근에 신수 스님의 저작으로 알려진 ‘관심론’에서는 “오, 마음, 마음, 마음이여. 참 알기가 어렵구나. 옹졸하게 먹으면 바늘구멍도 들어가지 않고, 조금만 너그러워도 온 우주를 감싸고 남는다. 참, 오묘하구나”라고 말하고 있다. 그 만큼 마음의 본질을 알기가 어렵고 마음의 작동이 변화막측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초기불교에서는 마음을 ‘조건 지어진 과정’으로 이해한다. 이것은 마음이란 어떤 고정된 대상이 아니고 조건을 따라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에 있기에 그것을 규정하거나 개념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더욱 어려워진다는 의미이다. 마음은 객관적으로 저기에 존재하는 어떤 고정된 무엇이 아니라 의식이 대상에 접촉되면서 발생된다. 물론 이때의 의식도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의 관계, 곧 조건에 따라서 형성된 흐름의 일부이다.

이런 관점을 잘 설명하는 言句가 견물생심(見物生心)이다. 물건을 보면 곧 마음이 생긴다는 것인데, 다른 말로 하면 물건을 보기 전에는 그 마음이 존재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물건을 보면서 비로소 그 순간에 마음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것을 초기불교에서는 2단계로 설명한다. 첫 번째 단계는 대상과 의식의 접촉에 의해 느낌이 발생하고, 두 번째 단계는 이런 느낌에 의해서 마음이 발생한다. 곧 마음은 특정한 조건에 의해서 발생되는 연기(緣起)의 결과로서 하나의 흐름, 어떤 과정의 일부인 것이다.


이런 이해라면 마음은 결코 규정할 수가 없고 붙잡을 수가 없다. 붙잡는 순간에 그 마음은 그곳에 없다. 이렇게 계속해서 흘러가니까 그것을 붙잡고자 한다면 실패하고 결국은 공허해진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空手來空手去]. 하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이곳에서 어떤 허전함을 느낀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채워야한다. 채우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기에.

아마도 혜가 스님도 이런 경우가 아닐까 한다. 혜가 스님은 40세가 넘어서 달마대사를 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날 혜가 스님은 달마대사를 찾아가 요청하였다. “마음이 불편합니다. 이 불편한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주십시오.” 그러자 달마대사는 “그 불편한 마음을 가져오라”고 한다. 혜가 스님은 고민을 한 끝에 달마대사를 찾아가 “불편한 마음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달마대사는 “그러므로 너에게 편안한 마음을 주었다”고 대답한다.


혜가 스님은 불편한 마음을 편한 마음으로 변화시키려한다. 마음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무엇이다. 이게 우리들의 습관적인 믿음이다. 하지만 달마대사는 그 마음을 가져오라고 한다. 하지만 혜가 스님은 그 마음을 가져갈 수가 없었다. 마음이란 고정되고 객관적인 어떤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은 물건도 아니고, 찾을 어떤 대상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하고 즐거운 마음은 우리를 지배한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경 스님 명상상담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80호 / 2015년 1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