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뭣고? 바로 이것 일 뿐!
황벽스님이 배휴에게 말했습니다.
“부처(佛)과 중생(衆生)과 마음(心) 이 셋은 하나일 뿐 조금도 다르지 않다(心佛及衆生 是三無差別.
마음이란 본래 나거나 죽은 적이 없다, 색깔이 없어 푸르거나 누렇지도 않다. 정해진 틀이나 모양도
없고, 있고 없음에 속하지도 않으며, 새것 헌것도 없다. 길지도 짧지도 않고, 크지도 작지도 않다.
마음은 모든 限界와 數量, 개념과 언어, 자취 흔적과 相對性을 뛰어넘어 있는 것이니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는 바로 '이것'일 뿐이다. 이 자리는 생각을 움직였다 하면 곧 어긋나 버리니, 이것은
마치 허공과 같아서 시작도 끝도 없고 재볼 수도 없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가 바로 이것일 뿐이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냄새 맡아지고 맛 봐지고, 감촉이 느껴지고, 생각의 대상인 두두만물 이 세상
모든 것들과 인간들은 단 한 번도, 단 한 순간도 이것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이것 없이는 단 한
찰라지간도 우리는 살아있을 수가 없는 이것입니다. 이것에 따로 이름을 붙일 수가 없으니, 그저 이것이
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는 겁니다.
이것은 마치 뭐와 같으냐 하면, 인형극을 할 때 보면요, 앞에는 무대가 있고, 그 위에서 사람이 줄을 조종
하면서 인형들을 움직입니다. 그러면서 인형들이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밥도 먹고, 움직이기도 하고,
뛰어놀기도 하는 등 인형들이 마음껏 뛰어논단 말이죠. 그 인형들을 우리라고 봤을 때, 이 중생이라고 봤
을 때, 그 인형들이 저 혼자의 힘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겁니까? 인형들은 분명히 움직이고 있죠. 먹고 자
고 말하고,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이렇게 활동을 하고 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형들 그것들만이 전부
가 아니잖습니까? 인형이 실체입니까? 인형극을 하는데 인형들이 움직이고 있지만, 인형만 들여다보면
진짜같이 움직이니까 신기하게 보이잖아요. 그러니까 애들이 신기해 하고 좋아하지 않습니까?
이 세상 모든 것들, 우주삼라만상만물, 우리들이 인형극 중의 인형들 그것과 똑같아요. 인형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이 인형 이게 진짜구나’ 라고 이렇게 錯覺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인형극이 펼쳐지는 스크린
뒤에서 사람이 인형을 움직여주는 거야.” 라고 아이들에게 말을 해도 애들은 그 말을 안 믿어요. 인형이
혼자서 스스로 진짜 움직이는 줄로만 알고 있다는 말이죠.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중생들, 우주삼라만상만물, 이 세상 모든 것들, 우리들도 인형극 놀이 속의 인형들
일 뿐인데, 고정된 실체가 아닌 無我일 뿐인데, 그것들을 집착해서 진짜라고 집착해가지고, 착각해가지고
인형극 속에서 이별하니까 괴로워 죽으려 하고, 인형극 속에서 인형이 옆에 있는 인형은 좋은 집에 살고,
나는 나쁜 집에 사니까 괴롭다고 생각하고, 인형극 속에서 누가 죽으면 슬퍼한다는 말이죠.
그래서 붓다나 조사들께서 ‘아, 이 세상 모든 것들, 우주삼라만상만물, 모든 중생들 이건 다 인형극 속의
인형일 뿐이다. 인형 이게 진짜가 아니다. 가짜인 이 인형 말고 이 인형을 실제로 움직이는 뭔가가 따로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眞實을 말해줘도 우리 중생들은 그 사실을 믿지 않습니다. 지금 여기 이렇게
멀쩡하게 내가 분명히 있는데, 이게 어찌 없다고 말을 합니까? 이렇게 얘기한단 말입니다. 인형이 실체가
있는 실재로서의 진짜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형들의 인형극이 펼쳐지는 스크린 뒤에서 인형들
을 실제로 움직여주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내가 이렇게 먹고 마시고 말하고 행동하고 이러고 살고는 있지
만, 이렇게 하는 모든 것이 내 몸이 하는 게 아닙니다. 몸도 진짜 내가 아니고, 뇌도 진짜 내가 아니고, 느낌
감정, 생각, 욕망 의도, 의식 마음도 진짜 내가 아닙니다.
‘色受想行識이 다 텅~비어서 空하다’ 즉, ‘五蘊皆空(오온개공)’이라 합니다. 오온으로 구성된 나라고 하는
것 존재가 텅~비어서 空하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몸, 느낌 감정, 생각 상상 이미지, 욕망 욕구 충동
의지 의도, 분별심 분별의식으로 구성된 현실의 나라고 하는 것은 '진짜 나'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것은
그냥 이 삶, 세상, 인생, 현실이라는 인형극 속에서 인형놀이를 하고 있는 인형일 뿐이라는 겁니다.
인형극 속에서 인형을 움직이는 누군가가, 뭔가가 뒤에 있다는 말이죠. 그 뭔가가 누구일까요 혹은 무엇
일까요? 누군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나라고 하는 이 가짜 인형이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 살고 있다’라는
이 사실 자체가 인형을 움직이는 인형극 뒤에 있는 그 뭔가를 증명해 주고 있죠. 다만 그것은 인형을 움직
이는 사람처럼, 어떤 존재라고, 혹은 무엇이라고 딱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의 인식 생각 의식 마음으로 파악해서 알 수 있는 어떤 무엇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뭣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없기 때문에 그냥 ‘이것’ 이라고 하면서, ‘이뭣고’ 라는 화두에 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진짜 나, 본래의 나, 근원의 나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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