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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가 즉바로 禪이다

장백산-1 2016. 7. 16. 16:44

지금 여기가 즉바로 禪이다


諸法不動本來寂이라고  法性偈(법성게)에서는 우주삼라만상만물, 一切, 諸法이 本來부터 어떤 움직임도 

없이 고요하고 고요해서 本來부터 寂滅 아니 것이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인간이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 분석하기를 좋아하고 즐기는 生覺 妄想 惱惱 의식 마음 즉, 알음알이(識) 분별심 분별의식으로 

이 세상을 分別하지 않고, 둘로 나누지만 않으면 내 눈앞에 온갖 現象으로 現示되어 드러나 있는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이 현실 모든 것들 그 자체 본연의 고요함을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습니다. 


하루하루의 평범한 생활 자체가, 우리가 만나고 접촉하고 바라보는 이 세상 모든 것들 하나 하나가 

고스란히 고요함을 품고 있게 됩니다.


텅~빈 마음으로 서쪽으로 지는 장엄한 태양의 붉은 노을을 깊이 바라볼 때 알 수 없는 깊은 고요함 

속에 빠지게 됩니다. 고요히 바라보면 그저 땅 위에 피어 있는 풀 한 포기 조차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푸르른 하늘 위로 하얀 구름이 떠가는 것 조차 詩가 되고 禪이 됩니다. 생각으로 해석해서 보지 않고, 

그저 텅~빈 마음으로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는 바라보는 모든 것이 놀라운 

아름다움이 됩니다. 비 오는 날 숲 길을 걸을 때 코 끝에 느껴지는 소나무 향기는 고요하지만 그 향기

는 깊은 평온을 가져다 줍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올라가는 그 그윽한 향기 하나가 아주 깊은 평화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어떤 分別도 하지 않고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봤을 때, 

어느 무엇을 보고 마주하더라도 거기에서 묘한 어떤 깊은 고요를 마주하게 됩니다. 제가 어느 날 

누굴 만나기로해서 커피숍에 앉아서 커피를 한잔 시켜놨어요. 창문으로 햇살이 부서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만나기로 했던 분이 많이 늦는다고 연락이 와서 뜻하지 않게 홀로 차 한 잔과 앉아 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저 한참을 멍하니 커피 잔과 창 밖을 無心하게 無分別心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순간, 갑자기 창 밖을 걷고 있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이더군요. 마주하고 있는 커피에서 

올라오는 향, 연기 하나조차 아주 성스럽게 느껴지고, 뭐랄까? 아! 禪이, 禪이 피어오르고 있구나! 

내가 하는 坐禪이 禪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가 즉바로 禪이구나! 지금 이 자리가 고요한 

자리 寂滅이구나! 싶었습니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이 세상 모든 것이 이렇게 다 廓然하게 보이고 들리고 하지만 거기에 

아무런 分別이 없는 그냥 보기만 하는 이 자리가, 바로 이 자리가, 바로 그 고요한 그 자리구나 싶었

습니다! 언젠가 히말라야에서나 가을 지리산에서 홀연히 바람이 불어 와 단풍이 막 후두둑 떨어지고 

있는데, 정말 그 순간! 아무도 없는 산중에서 만난 떨어지는 낙엽 속에서 쨍하는 그 무언가가 번쩍하고 

지나가던 그 순간을 다시금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말에도 속으면 안됩니다. 이게 그렇다고 해서 저는 쨍 안하던데요 하고 이렇게 얘기할 필요는 

없단 말이죠. 이건 하나의 表現에 불과한 겁니다. 事實 언제나 眞理는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인간의 깨달음의 可能性은 열려 있습니다. 언제나, 이 세상을 상대로 시비 분별하는 

생각 번뇌 망상만 피우지 않으면, 알음알이(識) 분별심 분별의식으로 이 세상을 둘로 나누지만 않으면. 

그래서 無心하게 無分別心으로 뭔가를 바라볼 때, 무심하게 산길을 걸을 때, 무심하게 노을을 바라볼 때, 

깊은 아름다움과 고요함을 느끼게 됩니다. 諸法이 不動해서 本來부터 寂滅함임을 보게 되는 거지요.


아마 여러분도 평소에는 그저 평범한 산과 들, 노을과 하늘을 보다가도,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게 되면 

여행지에서의 바람과 구름, 산과 들, 풀과 꽃 그 작은 것 하나하나가 감동적이고, 보다 진하고 짠하게 

느껴지는 것을 아실텐데요, 그 때는 日常에서보다 훨신 分別心과 妄想心이 적기 때문에 그렇게 더 진

하게 대상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일겁니다. 그러나 꼭 그러한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제나 잠시 마음을 쉬고, 눈앞의 현실에, 또 자연에 마음을 멈춰 보면 

누구나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여행을 하고 휴식을 하고, 깊은 침묵을 만날 수 있을 것입

니다.


-법상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