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가 없는 곳은?
어떤 도사(道士)가 법당에서 佛像을 등지고 돌아앉아 있으니 어떤 스님이 말했다. “도사여, 부처님을
등지지 마십시오.”라고. 이에 도사가 대답했다. “대덕 스님이여, 댁들의 가르침에 ‘부처님의 몸이 이
세상, 이 우주, 이 법계, 이 진리의 세상에 가득 차있다’ 하였거늘, 그럼 어느 방향을 향해 앉아야 하겠
습니까?”라고. 이 말에 스님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한 행자(行者)가 법사(法師)를 따라 법당에 들어왔다가 佛像을 향해 침을 뱉으니까 법사가 말했다.
“행자가 버릇이 없구나. 어째서 부처님 佛像을 향해서 침을 뱉는가?”
행자가 말했다. “부처님이 없는 곳을 보여주시면 그곳에 침을 뱉겠습니다.”
이 말에 법사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위산(溈山) 스님이 말했다. “어진 사람이 도리어 어질지 못한 사람이고, 어질지 못한 사람이 도리어
어진 사람이다.”라고. 앙산(仰山) 스님이 법사를 대신해서 말했다. “그저 행자에게 침을 뱉어라.”
또 말했다. “행자가 만약 뭐라 하거든 그에게, ‘나에게 행자가 없는 곳을 보여 달라’고 말하라고.”
- 경덕전등록-
佛(부처)와 내가 단 한 순간만이라도 따로 떨어져 있을 수 있다면 그 부처는 眞理, 佛法, 道가 아닙
니다. 부처(佛)가 곧 마음인데, 그 마음, 그 부처와 내가 찰라지간이라도 분리되어 있을 수 있다면
그 마음, 그 부처는 참 마음, 참 부처, 참나, 진짜 나, 본래의 나, 근원의 나, 진리, 道가 아닙니다.
부처, 마음, 참나, 진짜 나, 본래의 나, 근원의 나, 진리, 도를 아직도 보지 못했습니까? 부대사(傅大
士, 497~569)라는 옛날 분은 부처를 詩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나는 밤마다 부처를 끌어안고 자고 아침마다 부처와 함께 일어나네.
앉으나 서나 부처는 늘 나와 함께 다니고 말을 할 때나 침묵을 할 때나 항상 나와 함께 한다네.
부처와 나는 털끝만치라도 서로 떨어져 있지 않으니 마치 몸과 그 몸의 그림자 같구나.
부처가 있는 곳을 알고 싶은가? 다만 이렇게 말을 하는 그것이 부처가 있는 곳이라네.
예화 가운데 어떤 도사가 법당에 들어와서는 부처님, 불상을 등지고 앉아있습니다. 그러자 그 절의
스님이 부처님을 등지고 앉지 말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도사가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몸이 법계에
가득 차 있다’고 말을 하던데 그렇다면 어느 곳을 향해 앉아야 하느냐고 묻자 승려는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어질지 못한 사람이 도리어 어질게 되고, 어진 사람이 오히려 어질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도사의
말이 비록 그럴 듯 한것같지만 아직 眞理, 佛(부처), 마음(心)에 반밖에는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승려가 온전히 눈을 떴더라면 도사의 허물을 그 자리에서 당장 깨우쳐 주었겠지만, 승려는 눈 뜬
장님이라 오히려 도사의 病, 허물을 더욱 깊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바로 그때, 말없이 합장하고
고개 숙여 도사에게 절을 했다면 도사의 공안(公案)이 아름답게 완성되었을 것입니다.
등을 질 수 있는 부처님이라면 그 부처는 부처님이 아니고, 부처와 등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부처님(佛), 마음(心)을 아직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그러하지만 이 세상 모든 것이
분별되어 온갖 현상으로 현시되어 드러나는 이 현실세계에서는 부처님은 부처님이고, 스님은 스님
이고, 도사는 도사입니다. 이 세상 우주만물 일체가 평등한 一味 가운데서 差別 分別된 고정된 실체
가 없는 허망한 모양만을 보는 것도 病이자 허물이지만, 差別 分別된 고정된 실체가 없는 허망한 모양
을 무시하고 오로지 평등한 한 맛만을 고집하는 것도 또한 病이자 허물, 幻想입니다.
두 번째 예화 속의 佛像을 향해서 침을 뱉는 버릇없는 行者 역시 이와 똑같은 病에 걸려 있는 것입
니다. 앙산 스님이 노파심에 법사에게, 행자에게 침을 뱉고 그가 만일 뭐라 대꾸하거든 ‘내게 행자
가 없는 곳을 보여 달라’라고 말을 하였지만, 도둑놈이 이미 도망간 뒤에 화살을 쏘는 격입니다.
그렇다면 부처님에게 침을 뱉는 저 버릇없는 행자를 어떻게 깨우쳐 줄 수 있을까요?
이리 가까이 오십시오, 이리 가까이 오십시오. (손바닥으로 따귀를 한 차례 철썩 때리고)
부처가 있는 곳에 머무르지도 말고, 부처가 없는 곳은 얼른 지나가십시오.
- 몽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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