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내게 충고했네"

"내 영혼이 내게 충고했네"  

내 영혼이 내게 충고했네

다른 이들이 싫어하는 모든 걸 사랑하라고

또한 다른 이들이 헐뜯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라고.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랑받는 사람까지도 

고귀하게 만든다는 걸 내 영혼은 내게 보여주었네.

예전에는 사랑이 가까이 피어난 두 꽃 사이의 거미줄과 같았네.

그러나 이제 사랑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후광(後光)

이제까지 있어온 모든 것을 감싸고 앞으로 있을 모든 것을 에워싼 채

영원히 빛날 후광과도 같다네.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모양와 색깔 뒤에 숨겨진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라고

또한 추해보이는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보일 때까지 잘살펴보라고.

내 영혼이 내게 이렇게 충고하기 전에는 아름다움을 연기 기둥 사이에서

흔들리며 타오르는 불꽃과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연기는 사라져 없어지고 

불타고 있는 모습만을 볼 뿐이라네.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혀끝도 목청도 아닌 곳에서 울려나오는 침묵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그 이전에는 내 귀가 둔하여 크고 우렁찬 소리만 들을 수 있었네.

그러나 이제 침묵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으니 시간과 우주를 예경하며

영원의 비밀을 드러내는 침묵의 연주를 듣는다네.

내 영혼이 나에게 말했네

잔에 따를수도 없고 손에 들 수도 없고 입술로 느낄 수도 없는 포도주로

나의 갈증을 풀라고 이제까지 나의 갈증은 샘에서 솟아난 물 한모금으로도

쉬이 꺼지는 잿속에 남아있는 꺼져가는 불씨였네. 그러나  이제 나의 강한 

동경(憧憬)은 하나의 잔이 되었고 사랑은 나의 포도주로 변했고 그리고 

외로움은 나의 즐거움으로 변하였다네.

내 영혼이 나를 초대했네

뿌리도 줄기도 꽃도 없는 보이지 않는 나무에서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예전에 나는 정원에서 향기를 찾았었고 향긋한 풀잎이 담긴 항아리와

향기로운 그릇에서 향기를 찾았었네. 그러나 이제부터는 타버리지 않는 

향기만을 느낄 수 있네. 지구의 모든 정원과 우주의 모든 바람보다도

더욱 향기로운 공기(空氣)를 숨쉬고 있네.

내 영혼이 내게 말하였네

"여기에, 저기에, 또 저 너머에."라는 단어들에 의해 내 자리가 한정될 수 없다는 것을.

이제까지 나는 언덕위에 서있었고 다른 모든 언덕들이 아득하게 멀다고 느껴졌지만

이제야 비로소 내가 서있는 언덕이 진실로 모든 언덕이기도 하다는 것과

내려가는 이 골짜기도 모든 골짜기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네.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지나친 칭찬에 우쭐해 하지도 말고 비난 받았다고 괴로워하지도 말라고.

예전에는 내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의심했었지만 이제 이것을 배웠다네.

나무는 칭찬이나 두려움, 부끄러움이 없이도 봄이면 꽃 피고 여름엔 열매 맺고 

가을에는 잎을 떨구고 겨울에는 홀로 앙상해진다는 것을.

- 칼릴지브란 / 내영혼이 내게 충고했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