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법개혁 와해' 의혹 대법원에 부장판사가 공개진상조사 요구
janghj 입력 2017.03.08 13:13 수정 2017.03.08 13:47
대법원이 제왕적 대법원장제 폐지 등 ‘사법 개혁’을 요구하는 판사들 내부모임을 와해시키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현직 부장판사가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공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세계일보 6일자 1면, 5면 참조). 법원행정처가 내놓은 공식해명을 사실상 못 믿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형연 인천지법의 부장판사는 8일 법원 내부 커뮤니티인 ‘코트넷’에 ‘대법원장님께 진상조사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서를 통해 사실 확인을 위한 공식 조사를 촉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 글에서 “대법원장님께 법원을 사랑하는 충정으로 청원한다”며 “더는 법원의 신뢰가 무너지지 않게 대법원 차원에서 공정한 조사 기구를 만들어 의혹의 시선들이 법원을 바라보지 않게 진상을 조사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장은 의혹이 사실이 아니며 해당 판사의 개인적인 부분은 알려줄 수 없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지만 그럼에도 법원 안팎의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며 “피땀 흘려 이룩한 법원의 신뢰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땅에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 등이 속한 인권법연구회는 최근 전국 모든 판사를 대상으로 사법부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국제적 관점에서 본 사법독립과 법관인사제도에 관한 법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는 25일 열리는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설문조사 시행 직후 법원행정처가 사문화된 내부 예규를 들어 판사들의 연구회 중복 가입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인권법연구회 활동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더해 인권법연구회에서 실무를 맡았던 A판사가 최근 법관 정기인사에서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탁된 뒤 정식 출근 첫날 다시 일선 법원으로 인사 조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대법원장 휘하의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의 인사를 취소하는 건 법원 인사구조상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선 A판사의 인사를 둘러싼 소문이 돌고 있다. 대법원 윗선이 사법개혁을 주장하는 인권법연구회를 사실상 와해시키라고 A판사에게 지시했으나, A판사가 이를 거부하고 일선 법원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다. 아직까지 소문의 진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판사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고영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7일 ‘최근의 언론보도에 관하여 법관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통해 관련 의혹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고 행정처장은 “법원행정처는 해당 판사에게 연구회 활동과 관련하여 어떠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A판사에 대한 겸임해제 인사발령 이유에 대해서는 △A판사가 법원행정처 근무를 희망하지 않았고 △법원행정처 근무는 법관이 재판업무가 아닌 보직에 근무하는 경우에 해당해 본인의 불희망 의사가 분명한 이상 근무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한 점 △불희망 의사표시 당시 아직 인사발령 효력이 발생하기 이전인 점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불희망 사유에 대해서는 “개인의 인사 문제로서 본인이 공개되기를 원하지 않으므로 언급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며 끝내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처장 명의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선 판사들은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김형연 부장판사의 공개조사 요구 역시 일선 판사들의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주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사자가 사유를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처가 A판사에게 입장을 밝히라고 하는게 오히려 압박이 될 수 있다”며 “정확한 사유를 파악하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방안을 고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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