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민 의붓손자 "박정희가 남긴 돈, 최태민에게 전해져"..'또 하나의 가족' 출간
박용필 기자 입력 2017.03.09 16:36 수정 2017.03.09 18:48
[경향신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시작엔 ‘최태민’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일찍이 박정희 유신 시절부터 박근혜가 의지해온 인물이다. 박정희가 남긴 돈으로 현재 최순실 일가의 재산을 형성한 장본인이라는 설도 있다. 국정 농단의 ‘뿌리’라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최태민은 그간 사진 한장 찾기도 어려울 정도로 베일에 가려졌었다. 그런데 ‘베일 뒤’ 최태민을 증언하는 책 <또 하나의 가족>(모던아카이브)이 10일 발간된다.
책은 최태민의 의붓아들인 조순제와 며느리 김경옥의 증언을 수록했다. 최순실 일가의 복잡한 가계뿐 아니라 이들과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도 정리했다. 책을 펴낸 이는 조순제의 아들 조용래다. 아버지 조순제는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의 관계를 폭로했던 ‘조순제 녹취록’ 사건의 주인공이다. 당시 조순제는 인터뷰에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국정 농단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리고 10년 뒤 그의 예언은 맞아떨어졌다. 조용래는 아버지가 못다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 냈다.
<또 하나의 가족>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당시 순사였던 최태민은 한국전쟁 직전 당시 과부였던 임선이와 결혼을 했다. 최태민과 결혼할 당시 임선이는 이미 아들을 두었는데, 이 사람이 바로 ‘조순제’다. 임선이는 이후 최태민의 사이에서 최순실 등을 낳았다. 임선이는 양말장수, 암달러상, 고리대업(일수) 등으로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 그 동안 최태민은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있었다 한다.
이들 가족의 삶이 바뀐 건 박근혜와 만나면서부터다. 최태민이 1975년 대한구국선교단을 만들고, 박근혜를 뒷배경으로 삼게 되면서 막대한 돈이 굴러 들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조순제가 사실상 실무를 맡는다. 당시 최태민의 딸들은 어렸다. 조순제가 대한구국선교단을 시작으로 대한구국봉사단, 대한구국여성봉사단, 새마음봉사단의 홍보실장과 새마음병원의 사무처장으로 단체 운영을 주도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조순제는 최태민이 어떻게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워졌고, 재산을 어떻게 형성했는지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 중 한명인 셈이다.
책은 그런 조순제가 “박정희가 남긴 돈이 최태민에게 넘어갔다”는 증언을 했다고 소개한다. 직접 관여까지 했다는 것이다. “박정희 사후 조순제씨가 한 가장 중요한 일은 박정희가 남긴 돈을 최태민 일가 쪽으로 옮기는 데 관여한 것”이라며 “금덩어리도 나왔고 달러와 채권 뭉치도 나왔다. 외국 은행의 비밀 계좌금덩어리에서도 돈이 나왔다”고 썼다. 조순제가 돈을 옮기는 과정에는 당시 중앙정보부 직원들도 동원됐다는 주장도 실려있다.
책에는 또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진짜 몸통은 바로 최태민의 부인이자, 저자 본인의 할머니인 ‘임선이’라는 주장도 담겼다. “임선이는 낚시꾼 최태민이 끌어올린 물고기(박근혜)가 사실은 월척 정도가 아니라 용을 낚아 올린 것이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챈 사람이다.” “임선이는 달러장사와 일수놀이로 잔뼈가 굵은, 다시 말해서 돈 냄새와 세상이 움직이는 방향을 읽어내는 감각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여자였다.” “훗날 벌어지게 될 비극적인 사태는 바로 임선이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것이다.
저자 조용래는 책 말미에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도저히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고 평했다. “대통령이 꼭 머리가 좋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격은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얻은 권력을 자신이 온전히 행사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버지 조순제가 생전에 남긴 말도 소개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온 나라가 순실이의 밥상이 되고, 박근혜는 순실이의 젓가락이 될 테니 장차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냐?”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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