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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끝장토론'결단 바란다

장백산-1 2017. 4. 15. 01:46

한국일보

[메아리] 문재인 '끝장토론' 결단 바란다

장인철 입력 2017.04.12. 19:02



안철수 등 후보 다수 적극적 입장

인물 진면목 겨룰 축제로 승화 가능

문재인도 가치와 진심 드러낼 기회

저마다 나라를 바꾸고 새 역사를 열겠다는 대선 후보들의 목소리가 드높다. 적폐를 청산하고 미래를 열기 위해 앞으로 수많은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이룰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대선 후보들이 국민 다수가 당장 절실하게 바라는 작은 변화조차 이뤄 내지 못하고 있다. 대선 후보 ‘끝장토론’ 얘기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고, 긍정적 효과도 엄청난 개선이 되겠지만 여의치 않다.

기존의 형식적이고 알맹이 없는 대선토론에 변화를 줘 국민이 각 대선 후보의 진면목을 좀 더 가까이 보고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자는 시도다. 선거법 상 이런 저런 제한이 있지만 얼마든지 넘어설 수 있다. 그럼에도 끝장토론 하나조차 실현해 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수많은 변화를 일으켜 새 나라를 일구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대부분 대선 후보들은 끝장토론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안 될 줄 알고 짐짓 시늉만 내는 건지 진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최근 “국민이 짧은 30여일 동안 누가 제대로 준비된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 끝장토론을 제안한다”고 했다. 유승민 후보를 낸 바른정당도 11일 “이번 대선은 (후보) 검증 기간이 매우 부족하다”며 중앙선관위에 TV 끝장토론 요청공문을 발송했다.

막강한 입담으로 무장한 홍준표 후보나, 지난 대선에서 단호하면서도 품격 있는 토론 능력을 보여 준 심상정 후보 역시 진작부터 끝장토론에 긍정적이다. 유일하게 유보적인 쪽은 문재인 후보 측이다. 문 후보 측은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도 끝장토론 요구를 끝내 거부했다. 그때 내놓은 주된 이유는 경선 중간에 룰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안 후보의 끝장토론 요구에도 아직 명확한 답이 없다. 문 후보는 “적폐세력의 지지를 많이 받는 안 후보가 정권교체를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토론을 요구하기에 앞서) 그에 대한 답을 먼저 해야 한다”는 아리송한 입장만 냈다.

현재 예정된 지상파TV 대선토론은 오는 23일과 28일, 5월 2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중앙선거방송위원회 주관 토론회와 오는 13일과 19일로 각각 잡힌 ‘한국기자협회ㆍSBS 5당 후보 초청 토론회’와 ‘KBS 대선 후보 토론회’가 전부다. 중앙선방위 토론회는 보다 내실 있는 토론을 위해 후보자 별로 주어진 발언시간의 총량인 18분 내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다른 후보자와 자유토론을 벌이는 ‘시간총량제 자유토론’과 후보자가 각자 연설대에 서서 대본과 정해진 주제 없이 상호 토론하는 ‘스탠딩 토론’ 방식을 새로 도입키로 했다.

하지만 이런 토론은 제한 시간 내의 난상토론이 될 수밖에 없어 각 후보의 진면목을 살피기엔 여전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 반면 후보 양자 간 끝장토론은 충분한 시간을 정해 사회자의 개입을 최소화 하고 주요 이슈에 대해 후보 상호 간 자유토론을 벌임으로써 공약과 정책에 관한 후보 자신의 철학과 의지, 인간적 품격과 그릇, 유머와 활력 등 전반적 면모를 유권자에게 보여 줄 수 있다. 각 후보들이 끝장토론 상대를 지정하고 상대가 수용한 경우 진행하면 된다. 문재인ㆍ안철수 양자 끝장토론이 성사되면 지상파든 종편이든 각 방송사들이 TV 중계에 앞다퉈 나설 것이다.

우리는 지난 대선에 실패했다. 유권자들은 잘 연출된 이미지에 속아 박근혜 후보의 위험과 지도자적 자질 결핍을 검증해 내지 못했다. 이번에도 그러지 말란 법이 없다. 좋다는 건 다 끌어 모은 잡탕 공약들과 잘 연출된 이미지 화면,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네거티브 공세가 이번에도 판을 치면서 정작 후보들의 진면목은 점점 두꺼운 장막에 가려지는 양상이다. 안보부터 경제, 복지에 이르기까지 후보별 공약도 애매하게 뭉뚱그려지고 있다. 참모들의 선거공학적 판단에 멈칫거릴 필요 없다. 지금도 가장 많은 유권자들이 문재인의 가치와 진심에 호응하고 있다. 그가 발걸음을 당당히 내디뎌 양자 끝장토론에서 진면목을 겨루는 결단을 보여 주기 바란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