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사드 찬성하던 성주 군민도 요즘 슬퍼하고 있다"

장백산-1 2017. 7. 18. 12:47

오마이뉴스

"사드 찬성하던 성주 군민도 요즘 슬퍼하고 있다"

정현덕 입력 2017.07.17. 21:36




[성주촛불 1년 ②] 캠코더로 생중계 1년 '마이콜 기자'

[오마이뉴스 글:정현덕, 편집:이준호]

2016년 7월 13일 경북 성주가 사드 후보지로 결정된 날 밤. 주민들의 분노는 촛불을 밝혔다. 그리고 2017년 7월 13일. 1년이 지난 후에도 성주의 촛불은 여전히 빛났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해져가는 성주의 사드반대투쟁.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져 온 1년간의 싸움은 어떻게 지속될 수 있었을까?

▲  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
ⓒ 인디플러그
성주 촛불 1년을 기념해 장기간 성주 군민들의 투쟁을 가능하게 했던 '촛불 비선실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전한다.

첫번째 이야기_'파란나비효과' 박문칠 감독
두번째 이야기_ 캠코더로 생중계 1년 <뉴스민> '마이콜 기자'
세번째 이야기_ "서북청년단은 가라" 우리는 동남청년단

그 두번째 이야기로 1년째 성주 촛불집회를 생중계 해오고 있는 대구경북지역 독립언론 <뉴스민>의 박중엽 기자를 만났다. 큰 키에 마른체형, 부스스한 머리에 동그란 안경까지. '후루룩 짭짭'이라는 수식어로 우리에게 친숙한 캐릭터와 닮은 그는 성주에서는 '마이콜 기자'로 통한다. 특히 성주의 어린이들은 박중엽 기자를 '마이콜'로 부른다고 한다. 그는 "싫지 않다"며 웃는다.

▲ 대구경북 지역언론 <뉴스민> 박중엽 기자  박중엽 기자는 성주에선 '마이콜 기자'로 통한다. <뉴스민>은 지난해 7월 15일부터 매일 성주의 촛불집회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있는 유일한 언론이다.
ⓒ 정현덕
그가 성주의 아이들과 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뉴스민>은 지난해 7월 15일부터 성주 촛불집회를 지금까지 매일 유튜브 생중계하고 있는 유일한 언론이다.

<뉴스민>은 지난 2012년 경북대학교 교지편집부 출신들이 모여 만든 '독립 언론'이다. 소속기자는 5명이다. 지역 관청이나 큰 기업들로부터는 아예 광고도 받지 않는단다. 운영비는 오로지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비'에서 충당한다.

13일 오후 촛불집회 취재를 준비 중인 박중엽 기자를 성주시내에서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이른바 사드 사태 이후 의도치 않게 '성주 주재 기자'처럼 취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구경북 지역언론 <뉴스민> 박중엽 기자  박중엽 기자는 성주에선 '마이콜 기자'로 통한다. <뉴스민>은 지난해 7월 15일부터 매일 성주의 촛불집회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있는 유일한 언론이다.
ⓒ 정현덕
▲ 대구경북 지역언론 <뉴스민> 박중엽 기자  박중엽 기자는 성주에선 '마이콜 기자'로 통한다. <뉴스민>은 지난해 7월 15일부터 매일 성주의 촛불집회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있는 유일한 언론이다.
ⓒ 정현덕
"생중계는 왜곡이 불가능하잖아요"

- <뉴스민>은 어떤 언론인가요? 
"저희는 대구 경북 사안을 다루는데요. 저는 주로 사회분야를 다룹니다. 지금은 주로 '사드' 취재를 하고 있고요. 사람이 적어서 취재기자가 사진도, 영상도 찍으면서 구분없이 다 하고 있습니다. 기사도 쓰면서 매일 성주의 촛불집회도 유튜브로 생중계합니다."

- 촛불집회 생중계는 언제 시작했나요? 
"2016년 7월 15일 촛불집회부터 <뉴스민>은 SNS를 이용해 생중계를 시작했어요. 저는 11월부터 본격적으로 하게 됐고요. 성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저희의 모든 인력을 투입해서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를 시작하면서 매일 성주 기사를 하나씩 썼죠."

- 굳이 생중계를 하는 이유가 있나요?
"당시 분위기는 정부의 황당한 결정에 군 전체가 극심하게 한 마음으로 반대하는 상황이었어요. 유례가 없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고요. 있는 그대로 생동감 있는 현장을 보도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 있는 그대로라? 조금 자세히 애기해주실 수 있나요?
"언론에서는 촛불집회 현장의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보도가 많이 나왔어요. 그러한 보도들이 아무런 근거 없는 '외부세력' 프레임을 만들었다고 봅니다. 이에 촛불집회의 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어요. 생중계는 왜곡이 불가능하거든요."

- '외부세력'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건가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다 알아요. 이후 군민들이 집회 현장에서 발언과 구호로써 외부세력 개입은 없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또한  2017년 1월에는 안종범 수석 업무수첩을 입수한 <시사IN>이 외부세력론이 청와대 작품이었다고도 보도했고요. 당시 촛불집회의 주된 분위기는 많은 주민들의 자발적 분노였어요. '통진당' 사람이 와서 개입할 시간도 없고 분위기도 아니었고요. 외부세력 프레임은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정부가 한반도 사드배치를 성주군으로 확정한 후 지난해 7월 15일 경북 성주군청을 찾은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사드배치를 설명하던 도중 성주군민들이 투척한 계란과 물병을 피해 버스에 고립돼 있다. 군청을 빠져나가던 중 주민들에게 가로막히자 경찰과 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차에서 내리고 있다.
ⓒ 이희훈
▲  TV조선 <성주 시위에 ‘외부 세력’ 개입>(2016/7/17)
ⓒ 민주언론시민연합
▲  영화 <파란나비효과>의 한 장면. 사드 반대는 정말 '님비' 현상일까.
ⓒ 인디플러그
- 촛불집회를 꾸준히 중계하는 것이 다소 편파적이라는 시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사실 되묻고 싶습니다. '편파적이지 않은 언론이 있느냐'라고요. 누가 저한테 사드 반대하냐고 물어보면 저는 반대한다고 소신 있게 말할 겁니다. 결정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실질적 효용성 없는 사드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생겼어요. 사드 배치 과정은 사드 찬반 이전에 국가폭력의 문제입니다. 그 결정과정에서 문제점을 파헤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성주 주민들 모두에게 심각한 트라우마 남아"

- 지금 성주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성주 취재를 하면서 깊이 느끼는 것은 찬반을 떠나 성주 주민들 모두에게 심각한 '트라우마'가 남았다는 겁니다. 함께 싸우다가 제3부지 결정에 저항을 포기하고 투쟁을 그만둔 사람들도 그 과정에서 형님, 동생 하던 사람들끼리 서로를 싸우고 욕하게 되면서 씻지 못할 상처가 남았어요. 언론에서는 성주에서 '찬반이 갈린다'고 보도되고 있는데요. 언론보도에는 찬성 또는 반대로만 나타날 뿐 그 속 주민들의 속사정은 보도되지 않습니다.

한 번은 사드 찬성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서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그분은 엄청 가슴아파하고 슬퍼했어요. 지역여당 지지자라서 찬성한 것이 아니고, '막막하다'고 하더라고요. '미국이 하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이기나'라고 말이죠.

또 어제 1주년 행사를 하면서 음악회를 하는데 집회에 나오지 않던 한 분이 오랜만에 나와서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을 쉼 없이 흘리시더라고요. 저마다 모두 큰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사드 문제 이전에 주민들이 삶의 문제입니다. 그건 정부든 군청이든 누가 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주민끼리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과제가 됐어요."


▲  영화 <파란나비효과> 중
ⓒ 인디플러그
"홍 56%찍고 무슨 사드반대?"...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봐야

- 사실 지난 대선결과로 성주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는데요?
"그러나 유의미한 변화는 있었어요. 18대 대선에서는 당시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86%였습니다. 86%에서 53%로 떨어진 것 보면 분명 변화가 있는 것이거든요. 가장 아쉬운 점은 대선 득표율로 사드에 대한 지역민들의 입장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당지지율 하나로 모든 것이 판가름 되는 것은 성급하다고 생각해요.

성주에서는 자유한국당 외에 다른 정당은 모습을 볼 수가 없고, 심지어 선거기간에도 선거 운동하는 모습조차 보기 어려워요. 또한 모든 일상생활이 지역여당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그렇게 형성되어 왔지요. 지역 자치조직. 당원들이 다 겹쳐있고. 생활과 당이 얽혀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성주 군민들의 복잡한 삶을 무시하고 대선지지율을 사드에 대한 의견으로 보는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세대별로도 따져봐야 합니다. 성주에 고령화가 심하다보니 사회 문제에 소통하고 정보를 접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86%에서 56%로 변화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다음이나 그 다음까지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근조 새누리' 피켓 든 성주 군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들이 26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군청을 방문하자, 성주 군민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 배치 결정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어보이며 항의하고 있다.
ⓒ 유성호
▲ 새누리당 장례식 치른 성주 군민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들이 상주를 방문한 지난해 7월 26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군청 앞에서 상복을 입은 성주 군민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 배치 결정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성주촛불 생중계하는 유일한 언론.."노트북과 캠코더로 버틴다"

<뉴스민>은 왜곡되지 않은 성주의 모습을 보도하기 위해 지난 2016년 7월 13일부터 매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성주 촛불집회를 유튜브로 생중계한다. 이로 인해 성주 군민들이 여전히 싸우고 있는 모습을 손쉽게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다.

▲ 대구경북 지역언론 <뉴스민> 박중엽 기자  박중엽 기자는 성주에선 '마이콜 기자'로 통한다. <뉴스민>은 지난해 7월 15일부터 매일 성주의 촛불집회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있는 유일한 언론이다.
ⓒ 정현덕
▲ <뉴스민>이 성주촛불집회를 생중계하는 모습 캠코더와 노트북만으로 '유튜브 생중계를 하고 있다. 방송국의 중계시스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장비지만 1년째 '성주촛불집회'의 생중계 보도를 이어오고 있다.
ⓒ 정현덕
▲ <뉴스민>의 '성주촛불' 유튜브 생중계모습 5명의 기자로 이루어진 독립언론 <뉴스민>은 2016년 7월 15일부터 현재까지 성주의 '사드철회기원 촛불집회' 현장을 매일 생중계 보도하고 있다.
ⓒ 정현덕
운용 비용은 최소한으로 줄였다. 캠코더 한 대, 송출기 하나, 그리고 노트북만으로 1년간의 촛불집회를 버텼다. '어려운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매일 하는 것이 힘에 부치고 일로 생각하면 힘들다"면서도 "현장에서 성주 사람들 투쟁하는 모습 지켜보고, 관찰하고 보도하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 답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독립언론 <뉴스민>을 후원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중엽 기자는 "저희 활동에 대해서 제대로 아시면 후원 안 해주기 어려우실 걸요"라며 "후원받을 만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자신한다"고 수줍게 웃는다.

▲ 대구경북 지역언론 <뉴스민> 박중엽 기자  박중엽 기자는 성주에선 '마이콜 기자'로 통한다. <뉴스민>은 지난해 7월 15일부터 매일 성주의 촛불집회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있는 유일한 언론이다.
ⓒ 정현덕
▲ 대구경북 지역언론 <뉴스민> 박중엽 기자  박중엽 기자는 성주에선 '마이콜 기자'로 통한다. <뉴스민>은 지난해 7월 15일부터 매일 성주의 촛불집회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있는 유일한 언론이다.
ⓒ 정현덕

덧붙이는 글 | <뉴스민>을 후원하려면 <뉴스민> 홈페이지(www.newsmin.co.kr)로 들어와서 '후원하기'링크를 클릭하면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