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무현 수사' 이인규 전 중수부장, 갑작스런 출국 왜?
박혁진 기자 입력 2017.08.10. 17:35 수정 2017.08.10. 18:35
2009년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맡았던 이인규 변호사가 9년 동안 다니던 로펌을 6월말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변호사는 로펌 퇴사와 동시에 갑작스럽게 해외로 나갈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 변호사의 출국이 사실상 도피성 출국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변호사의 지인 중에선 그가 이미 출국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으나 8월10일 현재 출국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변호사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집에는 신문과 택배 등이 집 밖에 그대로 쌓여 있었으며, 인근 주민들은 “이 변호사 가족을 못 본 지 3주 정도 됐으며, 차량 2대도 움직이지 않은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기자는 8월7일부터 이 변호사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그는 전화를 받질 않았다. 출국 여부를 묻는 문자 메시지에도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자신이 형사팀장으로 있던 법무법인 바른을 그만둘 당시 주변에 “이제 자녀가 있는 미국에서 좀 쉬고 싶다”며 출국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바른 관계자는 “60대가 돼서 좀 쉬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뭘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며 “출국 준비가 필요해 8월 중으로 나간다고 했으나 관광비자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검 중수부장을 지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검찰을 그만두고 2009년 9월 법무법인 바른에 영입됐다. 당시 법무법인 바른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변호했다. 이인규 변호사가 9년 가까이 다닌 법무법인 바른을 그만둔 시점은 공교롭게도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개혁발전위원회(이하 국정원 개혁위)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간접적 원인이 됐던 이른바 ‘논두렁 시계’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나선 즈음이다.
논두렁 시계 사건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대검중수부에서 언론에 흘린 언론보도를 말한다. 이인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2015년 2월 경향신문 측에 “‘논두렁 시계’ 언론보도는 당시 국가정보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문재인 정부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개혁위는 최근 이 논두렁 시계 사건을 국정원 적폐의 하나로 꼽은 바 있다.
이인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주변에선 이인규의 출국 시도에 대해 최근 한 사정기관이 이인규 변호사가 그의 고등학교 동문인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와 관련된 각종 의혹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에 대해 내사에 나선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도 파다하다. 이 사정기관은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가 홈앤쇼핑 마곡사옥 신축 시공사를 삼성물산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었던 각종 의혹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으며, 이 의혹에 이인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도 같이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앤쇼핑은 이인규 변호사가 법무법인 바른에서 재직하는 동안 수십 건의 사건을 법무법인 바른에 맡기며 거액의 수임료를 냈다. 뿐만 아니라 이인규 변호사 밑에서 일하던 운전기사가 강 남훈 홈앤쇼핑 대표 운전기사로 옮기는 등 두 사람이 단순한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를 뛰어넘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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