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마티즈의 비밀' 2년만에 복원된 휴대전화
JTBC 이호진 기자 입력 2017.09.06. 15:39
2015년 7월,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사건은 책임자였던 국정원 고 임모 과장이 빨간 마티즈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며 진상 규명은 멀어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JTBC 취재팀은 경기도의 임 과장 집을 찾아가 한 시간 넘게 미망인을 설득해 임 과장이 사용하던 국정원 휴대전화를 입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14년 2월부터 임 과장이 숨진 2015년 7월까지 1년6개월간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해킹 프로그램을 나나테크 허손구 대표로부터 구입하는 과정부터 숨지기 직전의 급박한 행적들까지.
취재팀은 전문업체 포렌식을 통해 복원한 1년6개월 간의 문자 4733개, 통화목록 6041개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해킹 프로그램이 처음 외부에 알려지게 된 날, 시스템 포맷을 의미하는 ‘시스템 오’ 지시가 내려졌다는 점, 삭제하기 직전 국정원 담당 직원들과 임 과장이 수차례 통화한 점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또, 임 과장이 숨지기 전 감찰을 하지 않았다는 국정원 발표와 달리, 고강도 감찰이 이뤄졌음을 의미하는 직원들과의 통화내역과 문자를 찾아냈습니다. 임 과장이 자의적으로 해킹 기록을 삭제하고 부담을 느껴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국정원의 입장과 배치되는 결정적 증거들이었습니다.
임 과장의 죽음은 한 가장이 왜 갑자기 숨져야 했는지, 진상을 규명하는 것뿐 아니라 국정원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은폐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정보기관인 국정원 취재는 가장 어려운 취재 중 하나일 겁니다. 그간 많은 언론사와 기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취재하고 밝혀낸 토대 위에서 이번 보도가 가능했습니다. 저희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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