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청와대, 국정원 돈까지 상납받았다니
한국일보 입력 2017.10.31. 19:44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이 특수활동비 수십억 원을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상납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2017년 10월 30일 박근혜 정부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을 전격 체포했다. 당시 국정원장인 남재준ㆍ이병기ㆍ이병호씨와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자택 등도 압수수색했다. 청와대가 국정원 예산을 불법적으로 유용한 의혹이 구체적으로 밝혀지면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국정원은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매년 10억원씩 모두 40억원 이상의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 측근들이 국정원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것은 명백한 뇌물이다.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나 사건수사에 사용하도록 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 쌈짓돈처럼 썼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문제는 돈의 사용처다. 두 비서관의 주머니에 들어갔을 수도 있고,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의 비자금으로 조성돼 선거자금이나 정치자금으로 유용됐다면 사태는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실을 알았는지도 관심사다. 대통령의 신임이 아무리 두텁다 해도 비서관 신분으로 임의로 국정원에 돈을 보내도록 지시했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근혜 정부 내내 국정원에서 예산을 책임진 국정원 전 이헌수 기조실장의 진술이 수사의 단초가 된 것을 보면 청와대와 국정원의 조직적인 연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상납 및 유용을 지시했거나 적어도 그런 사실을 보고받았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와 헌재 탄핵심판, 법원 재판에서 일관되게 “단돈 1원의 개인적 이익도 취득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젠 그런 주장도 더 이상 믿기 어렵게 됐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대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 정부에서 국정원은 댓글 작업에 동원한 아르바이트 직원에게도, 아스팔트로 몰려나오는 극우단체들에도 특수활동비에서 돈을 빼내줬다. 이런데도 최근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집행 실태 점검에서 국정원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매년 늘어나 올해는 4,930억원이 편성됐다. 업무 특성상 꼭 필요한 데가 아니면 최소화하고 사용 뒤에 반드시 증빙자료를 남기도록 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청와대와 국정원 간의 ‘검은 돈 거래’는 권력기관의 추악한 이면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검찰은 돈의 상납 과정과 사용처를 낱낱이 파헤쳐 국민의 의문을 풀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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